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은 센 리큐에게 다도에 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주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통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동시대를 살아가게 했으니,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대립은 리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았을 것이다. 리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 야마모토 겐이치가 들려주는 [리큐에게 물어라]에는 리큐의 죽음에 분명 히데요시의 입김이 작용하는 바, 분명 리큐에게 억울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한 여인을 지켜주지 못했기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키며 히데요시의 뜻에 굴복하지 않은 리큐는 무엇이든 자신에게 내려진 모든 것들이 운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한 여인을 사모하고, 그 여인을 지켜내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했다는 괴로움은 이후 그에게 주어진 삶을 덤이라 여기며 그 여인을 그리워하며 살아냈을 것이다. 마음속에 묻어둔 여인, 이 여인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리큐가 죽음의 순간에 떠올리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리큐의 과거속으로 가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가기에 독자들은 그저 묵묵히 책장만 넘기면 될 터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크게 울릴 듯 한 정적속에 리큐의 숨소리가 들린다. 천부적인 미적 감각을 지녔으나 권력의 힘 앞에 그의 다도에 대한 아름다움조차 피어나는 것이 힘들다. 단 한 잔의 차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절개와 기개를 지닌 리큐에게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은, 하루만 피어났다 지는 꽃처럼 먹먹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리큐가 끊이는 한 잔의 차와 잘 어울리는 꽃과 같았던 여인을 리큐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 녹색 향합의 주인이여, (혹자는 그녀와 리큐가 정녕 사랑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대가 조선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말만으로 리큐를 따라나서진 않았을 터, 어쩌면 이미 그 때 그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리큐라면 마지막을 보여주어도 상관없다 생각하지 않았나. 한 남자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과 140회 나오키 상을 공동수상한 야마모토 겐이치의 [리큐에게 물어라], 이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 애도하는 시즈토와 한 여인을 죽을때까지 그리워하는 리큐의 모습이 닮아 있는 듯 하다. 다도에 대해, 사랑에 대해 절제된 마음을 보이는 리큐, 슬픔을 가슴속에 모아 두는 시즈토,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마음속에 담아 '잊지 않겠다' 다짐하기에 두 사람의 모습이 닮아 보인다.  

 

16세기 일본 다도의 기풍을 세운 명인 리큐를 기억하며 그에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나 나는 한 여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 여기에 동화되어 갔다. 다도의 명인이라해도 그도 사람인 것을, 사모하는 여인에게 내어 놓을 한 잔의 차를 생각하며 살아갔을 그를 생각하며 리큐의 마지막을 마음속에 담는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며 애도하는 시즈토처럼 센 리큐, 그를 나의 마음속에 담아, 조선 여인을 사랑한 그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