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어떻게 죄가 없는 사람을 이렇게 살인자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인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 했다. 과학적인 기법으로 모발, 혈액 샘플 등을 비교하여 론이 무죄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미 경찰은 론을 살인자라고 결론 지은 후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백을 받아낸다. 교도소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밀고는 여지없이 론을 살인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가. 아니 진범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무고한 사람을 이리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인가. 이미 경찰들은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놓쳐버린다. 나는 지금도 데비 카터의 집에서 나온 증거와 데비 카터의 손을 대조해봐야 한다며 시신을 다시 파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까지 론을 살인자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정의는 언젠간 밝혀질텐데,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짓밟아 놓은 죄를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야구에 대한 꿈이 좌절되고, 결혼 후 이혼의 아픔을 겪은 론은 급속도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놓지는 않았다. 에이다에서 론이 여러 건의 경범죄를 짓긴 했지만 살인자로 몰려도 될 정도로 이리 인심을 잃었었던가. 이곳 에이다에서 영웅으로 기억되길 원했던 론에게 이 일은 사실 생명의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한동안 론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데니스 프리츠는 무슨 죄인가. 그저 론과 어울려 다녔을 뿐인데 공범으로 몰려 버렸으니, 그의 인생도 론 못지 않게 험난하기만 하다.

 

무고한 사람이 교도소에 갇힌 예는 어느 나라나 있을 것이다. 어느 인생인들 억울하지 않을까만 론의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사형 집행 5일 전 극적으로 재판이 재개되어 풀려났으나 시한부 선고를 받다니, 정녕 그를 지켜주는 신은 없는 것인가. 가까스로 석방되었다 하나 론은 이미 사형 집행을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야구를 했던 꿈 많은 멋진 청년이었던 그의 인생은 이렇게 무너져 내리게 된다.

 

드니스 해러웨이의 실종사건에까지 경찰들은 죄 없는 토미 워드와 칼 폰테노트 등을 살인자로 몰아가고 그녀의 시체가 발견된 후에도 여전히 이들에게 죄를 덮어 씌운다. 사람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데비 카터의 살인사건 이후 론의 어린시절부터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건의 용의자로 론이 떠오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읽고 있노라면 사실 조금 지루하다. 얼마나 억울한가.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가는 상황에 울분을 느끼게 되긴 하나 론의 삶이 사람들에게 살인자로 인식될 정도로 험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글인건 알지만 긴장감 있는 법정 공방에도 늘어지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조금 답답해지고 만다. 좀 더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을까.

 

타인에 의해 삶이 철저하게 파괴된 론의 일생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누구나 론처럼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죄 없는 사람도 벌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이 세상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사연 없는 죽음은 없겠지만 론의 삶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꿈이 큰 그였기에, 사진 속에 있는 그의 모습이 더 없이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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