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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뭔가 잘못되었다. 쇼라이칸을 네버랜드라고 할 수 없는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되어 버린 과거의 어린 시절을 굳이 네버랜드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추억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시절, 풋풋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어른이 되어 회상할 때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해도 어디에서 보내든 그 시절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네버랜드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없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그 시절, 네 명의 아이들은 지독히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통이라 이름 붙일 그런 시간들.
어릴 적 유괴된 기억이 있는 요시쿠니, 엄마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말해주는 오사무,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 하는 간지, 누구 하나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이 없다. 과거의 기억속에서, 현재의 고통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기억을 토해내며 지금 이 시절을 견뎌낸다. 뱉어낸 순간 비밀이 아니게 된 이야기들만이 여전히 쇼라이칸을 떠돌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다린다.
네 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중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다. "딱 하나만 거짓말을 넣자"고 제안한 미쓰히로의 의견에 따라 요시쿠니, 간지, 미쓰히로, 오사무는 마음 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고해처럼 내뱉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면 아무런 전조없이 갑작스럽게 듣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특히나 미쓰히로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론 궁금하면서도 듣게 되면 외면하게 되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미쓰히로의 이야기는 겨울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아이들이 돌아가고 네 명의 아이들만 남은 쇼라이칸에서 들려주기에는 너무나 현실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듣게 된 그의 이야기의 잔상이 너무나 오랫동안 남아 이렇듯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미쓰히로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나갈 뿐이니 견뎌내라고? 이미 견뎌냈으니 잊으라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기억들까지 모두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네 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하다. 요시쿠니, 오사무, 간지, 미쓰히로는 자신들이 가진 나쁜 기억들,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 고통스러운 기억들 모두 이 쇼라이칸에서 보내는 기묘한 7일간 어느 정도 결말을 볼 수 있는데, 다행히도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 시절에서 놓여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억이란 것에서 완전하게 빠져 나오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기억이 퇴색된 상태로 세월을 보낼 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