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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그림책은 내 친구 31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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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그런데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처럼 이렇게 자세하게 아이를 바라본 적이 없다. 울거나 웃을 때 귀엽다고 생각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투정부릴 때는 밉구나 하는 생각이 다였다. 반면 아이가 엄마를 어떤 동물에 비유하고 있을까 떠올려보니 우울해진다. 아마도 포악한 동물에 비유하지 않을까. 아이를 가졌을 땐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다 안겨주고 싶었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이와 나는 벌써 타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즐거워할 땐 새처럼 지저귄다. 슬퍼할 땐 상처받은 동물 같고, 화를 낼 땐 악어처럼 거칠어진다. 또 어떤 모습을 보였나 고민을 해 봤는데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음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없다. 아이의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나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고 나에게는 아주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궁금했고 이렇게 표현하는 책을 몇 권 읽어 본적이 있어서 다른 책들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하며 별수롭지 않게 보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이 책이 지금까지 나에게 보여준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처음부터 읽어 보았다. 그제서야 나의 가슴속에 따뜻함이 자리하고 그동안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보였다.

 

이렇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밖에서 신나게 뛰어 놀지 못해 가슴 아프고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여 주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는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는 나에게 모든 것이다. 어느 부모에게나 자식은 그렇다. 꼭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처럼 우리 딸을 찾는 것 같지만 아이의 다양한 모습과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담아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아이를 가졌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또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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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속삭인다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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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감수성이 뛰어난 파스칼린이 연쇄살인범에게 첫 번째로 살해 당한 안나의 집에서 살게 되며 안나가 살해 당할 당시에 겪었던 고통을 벽을 통해 느끼는 것이 계기가 되지만 이미 그녀는 어린 시절에 끔찍한 일이나 불행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를 통해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연쇄살인범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집을 찾아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모아 정신병원에 보내 버려야 된다고 소리친 사람의 의견을 공감한다고 할까. 그녀에겐 나도 철처히 타인일 수 밖에 없으므로 그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살인범과 로베르를 동일시 하여 그의 목을 조를 때부터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들에게 희생된 여자들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결코 추모로 보이지 않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되니 처음부터 그녀의 모습이 이해되었다고 할 순 없지만 로베르에게 한 행동은 그녀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계기로 보여진다. '영아 돌연사'로 딸을 잃고 남편과의 사이가 멀어져 이젠 이혼까지 하게 된 상황에서 파스칼린은 그녀의 삶에서 점점 위태로운 길을 걷는다. 갑자기 회사에 엄청난 거짓말을 하게 되고 프레데릭마저 연쇄살인범과 동일시하는 지경에 이르러 그녀의 다음 행동이 무섭기까지 하다.

 

이혼녀 파스칼린은 전남편 프레데릭을 찾아가 어떤 행동을 했을까. 벽이 기억하는 아이의 아픔을 느껴보고자 했을까. 아니,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웃음 뒤에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니까. 프레데릭의 가슴에 비수가 되는 말을 하기 위해 방문했거나 그를 어찌 해 보려고 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상황이 참 답답하긴 한데 작가가 의도한대로 그녀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나는 이렇게 모호하게 결말을 맺는 것이 싫다.   

 

어느 장소나 생과 사는 함께 공존하고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벽이 기억하는 것들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그것에 대한 상념은 버린 채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파스칼린이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벽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함께 느끼는 것은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나 자신의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지 않는 그녀에게는 도저히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그녀가 행동하는 모든 것, 선택하는 모든 것은 오로지 파스칼린, 그녀가 한 것이니까.

 

타인이 당한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아파하는 파스칼린의 모습을 다르게 접근하여 다루었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이 탄생될 수 있었을텐데, 파스칼린이 변해가는 모습을 이렇게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 아쉽다. 교도소를 돌며 연쇄살인범을 가둬두려고 한 그녀의 모습을 발전시켜 좀 더 깊이 있는 작품을 그려낼 순 없었는가,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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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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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체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본 것인가. 가가 형사가 자신의 의견을 몇 번이나 뒤집으며 나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 설마 이것이 진실이라고?

 

'악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몇 명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 중에 범인이 있어 가가 형사에 의해 범인이 누구인지 금세 밝혀져 사건이 해결되는 진행 속도가 무척 빠르다. 경찰들이 탐문수사를 하지만 노노구치 오사무가 조금씩 던져주는 단서들을 가지고 가가 형사의 추리에 의해 퍼즐이 맞춰져 이는 흡사 범인과 형사의 싸움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범인의 트릭이 간파되기 쉽게 보여지게 되고 보여지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경찰들이 잘못을 범하고야 만다. 

 

가가 형사는 예전에 교직에 있던 시절 노노구치 오사무와 함께 근무했었다. 그 누구보다 노노구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사건을 대할 때 냉철한 모습으로 노노구치를 선생님에서 선생 그리고 당신으로 부른다. 처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가 형사를 만난 노노구치는 꽤 궁색해 보였다. 그러나 하나씩 밝혀지는 단서들로 인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게 되고 노노구치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 히다카의 죽음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히다카를 죽인 일이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함으로써 여론조차 그에게 동정적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나 진실은 그 얼마나 추악했던가. 만들어진 진실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보여줬던 '악의'. 노노구치에게 놀아난 것은 비단 가가 형사뿐이 아니었다. 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노구치가 히다카를 죽인 것은 명백한 일이어서 이렇게 사건을 종결시켜도 무방했으나 가가 형사는 범행 동기를 끝까지 밝혀내고 의도하지 않게 자신으로인해 진실이 은폐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모든 것들이 세상에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오롯이 마주대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는 것은 결코 내가 원한 일이 아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이 '악'이었다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노노구치와 가가 형사의 두뇌 게임은 이런 것을 넘어서 진정한 선과 악의 모습으로 싸운다. 결국엔 선이 승리하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히 '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노노구치가 나타나 우리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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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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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는 생일 날 자신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곁에는 이제 1년 전에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알렉스의 영혼 뿐이다. 더이상 사랑하는 리치, 아빠, 엄마, 조시의 곁으로 다가갈 수가 없다. 사후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죽은 후에 이렇게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자신의 물건을 나눠 가지는 친구들을 볼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 다른 사람 손에 가는 것 보다 낫다고 위로해 보지만 이렇게 죽어 영혼만 있는 상태로 사랑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리즈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

 

리즈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보트 안에 있었던 이들 중에 범인이 있는데 그 관계가 너무 협소해서 누군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살해 동기가 무엇인가 그것이 궁금했는데 리즈의 장례식을 다녀온 후 동생 조시와 리치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대충 짐작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 이것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곧 알게 되지만 그 땐 이것이 다라고 생각했었다.

 

죽은 뒤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은 것은 리즈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기는 한데 살았을 적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혼이 되면 이렇게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인가. 거기다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영혼의 세계를 모르니 이런 일은 없을거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리즈처럼 시간이 허락해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다면 이렇게 죽은 후에라도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겠지만 그럴 것 같지 않으니 이건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다.

 

리즈는 확실히 죽은 후에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동안 많은 인기와 타인에게 사랑받고 살아온 기억때문에 여전히 알렉스를 무시하는 리즈, 하지만 알렉스의 기억속에서 그녀는 그리 좋은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 뛰는 것을 좋아하고 동생 조시를 아끼며 리치를 사랑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는 리즈의 모습은 평범한 소녀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고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죽음을 파헤치는 조가 아니었다면 자신을 향한 리치의 마음을 결코 알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고 떠나게 되어 많이 슬프지만 이제 사랑하는 아빠와 리치를 떠나 보내는 그녀가 그리 추워 보이지 않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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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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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스케가 후지마 부부, 세키타니 부부, 사카자키 부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내내 긴장하며 읽었는데 경찰이 등장하지 않고 끝나서 갑자기 힘이 빠진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는 범인, 경찰이나 형사나 탐정, 피해자가 꼭 등장해야 한다는 촌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에리코가 살해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범이 되어 이 사건을 덮고 끝내려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 쌍의 부부가 모여 후지마를 중심으로 에리코의 시체를 숨기는 일에 빈틈없이 계획을 세우고, 경찰이 에리코가 실종된 것을 알고 탐문수사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 의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연극무대를 보는 듯 기묘한 느낌에 휩싸였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모두가 이 일을 덮으려고 하고 공범이 된다? 도대체 이 사람들 뭐지? 왜 갑자기 소름이 돋는 거지?

 

에리코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은 사카자키가 긴장감을 고조 시킬 때 이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겠다고 예측했었다. 사카자키를 죽이자면 그의 아내 기미코와 아들도 죽여야 해서 일이 점점 복잡해지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감추어야 하는 비밀이 있어 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거기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스케도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다. 너무나 완벽하게 짜여진 시나리오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에리코의 죽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했다. 에리코가 순스케의 아내 미나코에게 이혼을 요구해서 미나코가 우발적으로 에리코를 죽였다고 했지만 이는 미나코의 말만 들어서일 뿐이고 정확한 이유는 따로 있지 않을까. 일단 사람을 죽였는데 미나코가 너무 침착하고 뻔뻔하기까지 했다. 물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으니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인 후의 미나코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심이 간다. 거기다 빌린 별장에서 아이들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중학교 입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눈으로 보니 이렇게 끝이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가 기꺼이 공범이 되고자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것이다. 사카자키 기미코가 순스케에게 어떤 언질을 주려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독자들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작용을 한다. 부부가 서로 상대를 바꿔서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는데 이것이 작가의 의도였다면 나는 제대로 함정에 빠졌다고 할 수 있겠다.

 

에리코를 호수에 떨어뜨린 후 세워둔 보트가 다시 뒤집혀 있는 것을 보게 된 순스케는 그때부터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고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춰간다. 맞다. 여기 '호숫가 살인사건'에서는 순스케가 경찰이나 탐정의 일을 하는 역할로 등장해서 다른 사람들이 꾸며 놓은 트릭을 밝혀내게 된다. 경찰들이 등장하여 에리코의 죽음을 파헤치고 그녀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진 않지만 그녀의 죽음에 얽힌 사실들이 순스케의 손에 의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기막힌 반전이 일어나며 독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결정을 하겠냐'고  

 

처음에는 결말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에 불만이 있었다. 갑자기 끝나 버린 느낌 때문에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찰들이 에리코의 실종에 대한 조사를 하며 이곳 별장에까지 탐문수사를 해 네 쌍의 부부의 주변으로 좁혀 들어왔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더 다루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때문이다. 작가는 이후의 일을 독자들의 손으로 넘겼는데 지금은 더 이상 불만이 없다.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였기 때문에 이런 결말을 내릴 수 있었고 이렇게 끝을 맺었기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는,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한 편의 멋진 소설로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스케의 말대로 이들의 영혼은 이곳 호숫가에서 벗어나지 않겠지만 이것으로 된 것이다. 순스케에게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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