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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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다가가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땐 내 마음에 아마존이 담겨져 있었다. 나 살아생전 아마존의 땅을 밟을 수가 있을까 그저 오랜시간 아마존을 다녀온 작가를 통해 아마존의 모습을 내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을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미개한 종족이라는 인식아래 나는 이 책을 들었다.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그들이지만 매스컴을 통해 난 문명인이고 그들은 미개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첫 대면을 한 것이다. 누가 정한 기준일까?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내일도 오늘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미개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숨이 목에 차도록 끅끅 거리며 뛰어야 하고 늘 똑같은 날들의 연속인 삶은 나 자신을 도태시켜 버리는 것 같아 그 한없는 침묵속에 숨조차 쉬지 못해 까맣게 죽어가는 날들만 있을 뿐 이런 삶속에 행복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아예 해 보지도 못했는데 욕심없이 그저 아끼며 사랑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확연히 깨닫게 된다.  

솔직히 이 편리한 현대의 삶 속에서 살아가는 내게 누군가가 "너 지금부터 아마존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하면 쉽게 순응하며 "가겠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아니 못간다고 뻗댈 것이다. 가까운 거리조차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먹고 싶은 것은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이용해 사 먹을 수 있고 이쁘고 값비싸 보이는 것들을 살 수가 있는데 힘든 밀림 속을 헤치고 그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일단 거부부터 하고 겁부터 먹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동물들과 곤충들, 사람만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더욱 가기가 꺼려진다. 몇일이 걸리든 가는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목적지를 판단하고 모든 것을 자연속에서 얻는 그들이고 보면 그들에게 난 동물도 잘 살아가는 아마존에서 살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을 지도 모른다. "넌 추방"이라며 내쫓을 것 같다. 욕심이 없고 순박한 사람들이라 정말로 날 내쫓진 않겠지만.  

그들의 풍습중 하나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내가 여자이고 이제 가까운 미래 아이의 엄마가 될 지 모르기에 아마 관심이 가는가 보다. 싱구족의 '의만풍습'이다. 분만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는 부인의 옆에 누워 분만의 고통을 흉내내며 그 아픔을 나누는 의식. 그 마음이 느껴져 왜그리 부럽기까지 하는지 '고통은 함께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나 가족을 아껴주고 사랑하며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누가 미개인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지 가끔 살아가는 이 길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달리고는 있지만 행복을 어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해답을 찾지 못해 늘 힘들다고 푸념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마존이 인류의 최후의 에덴동산이라고 부러워 할 자격이 있을까.   

더 편리하게 더 잘 살기 위해 아마존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문명인'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이고 사는 우리들. 도시에서 살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아마존에 돌아오지만 아마존에서도 살 수 없는 샤마꼬꼬부족의 삶은 우리가 그들에게 쥐어준 새로운 삶일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트렉터로 집을 짓는 인디오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나 또한 아마존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인디오들이 삶에 위협을 받지 않고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아마존을 모조리 이해했다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감히 말하순 없지만 어느새 내 가슴에도 아마존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도 꽃과 같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내 몸 전체에 뻗어있는 욕심, 욕망 따위들을 뱉어내는 삶을 살아가고자 애쓸 것이다. 빽빽한 건물들에 둘러싸여 사각형의 틀속에 내 한몸 뉘이는 삶을 살지만 아마존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하루들이 되길 바라고 마음속에 흐르는 아마존이 전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큰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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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살아남는 법
헤럴드 블룸필드 외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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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책도 있었는가?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책을 마주하니 귀여운 곰돌이 인형이 슬픈 눈을 하고 '나를 도와줘' 간절히 쳐다보고 있다. 그저 손이라도 잡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그리 하리라. 더 나아가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아니 내 마음의 상실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잃고 살아남는 법"이라 그래 맞다. 나 역시도 사랑을 잃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고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으니 사랑을 잃었을 때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상처는 이미 치유가 되었고 한층 성숙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겪게 될 모든 상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방비 상태라 늘 가슴이 아프고 힘이 없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들 중 어떤 것도 상실을 동반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니 사랑을 잃었든 젊음을 잃었든 어떤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든 이 책을 따라 치유의 과정을 배워보고자 한다. 

살아감에 있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이것조차도 청춘의 상실, 아름다움의 상실, 젊음에 대한 상실인 줄 몰랐다. 감정의 기복 또한 즐겁고 슬프고 아프고 힘든 것 모두 상실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저 잃는 것에 대해 당연히 아픈 것이니 "시간이 가면 낫는다. 세월이 약이야" 하며 내버려두기엔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나약하지 않은가. 힘들땐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도 청해야 하고 무기력한 내 몸을 내버려 두기도 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놔 두질 않는다. 약해빠진 사람이 되고 정신적으로 나약한 인간으로 낙인 찍혀버려 아주 무능하고 몹쓸 인간이 되어 버리는 세상이다. 육체적으로 아파서 입원을 하게 되면 문병도 오고 의료진이 진단도 내리고 치료해 주지만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에 쉬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나도 아프다고 소리 질러 봐야 가슴에 철철 흐르는 피가 보이지 않으니 아프다고 나 좀 봐달라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난 사랑을 잃고 힘들었을때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늘 바쁘게 보냈었다. 이것도 책을 보니 치유의 한 방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아 제대로된 길을 잡았던 모양이다. 바쁘게 지내는 일상중에 점점 희미해지고 가슴속에서 조그맣게 변해버려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차츰 줄어들게 되었었다. 다시 그 일을 겪으라면 불에 덴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 것이다. 아무리 성숙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그 아픔의 기억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 땐 나와 함께 있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었는데 '살아났음'을 기념하는 날이라도 달력에 표시하여 늘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픔을 딛고 살아남은 나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지금이라도 나와 함께 해 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마음으로 말이다. 그들이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었으니 생명의 은인이기에 슬픈 날 함께 해 주었기에 말이다. 

살아가면서 마음에 미움을 담아 멀리 한 사람들이 있다. 이 미움을 버려야만 치유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용서란 단어를 꺼내어 내 가슴에 새겨 두어야겠다. 두터운 성을 쌓아 마음을 꽁꽁 동여매도 햇살을 느낄 수 있으니 세상이 그리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닌 거야. 모든 상실에 내 마음을 담아 가볍에 안녕하며 손을 흔들어 줘야지. 그리 하면 두려움 이란 녀석도 날 겁먹게 하지 않겠지 시간이 지나면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세상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한 마음을 지닌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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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다이어리
김은미 지음 / 문이당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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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기전 나도 '사랑일기'를 쓴 그녀처럼 여러 방송사들의 시상식들을 보며 연예인들의 출석체크(흠....생방아닌가? 쟤는 어떻게 또 나왔지?)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꼭 이맘때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평소엔 잊고 있다가 겨울이 오면 맘이 허해지면서 연말이 오면 어김없이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게 되는거 이거 매년 하는 행동이다. 이번엔 좀 색다른 것도 추가다. 뭐냐구? 새해가 되면서 핑크빛 로맨스가 쓰여져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집어든 책, 이 책이 나를 옛 기억속으로 몰아갔다. 내가 만났던 많은(?) 남자들. 뭐 많지는 않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기에 가슴에 흉터가 되어 자국이 남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왜 남의 상처는 헤집는가? 원망도 되지만 그녀의 사랑이 꼭 나와 같았으므로 사랑에 대해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이 꼭 나와 같았으므로 용서했다. 어쩌면 내가 결혼이란걸 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타인의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난 내 사랑의 결말은 결혼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더 힘이 드니 말이다. 흔히들 그런다.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 그런데 어른흉내 내는 것이 참 어렵다. 연애할 때처럼 "이거 해 달라 저거 해달라" 징징거리지도 못하겠고 힘들다고 도망도 못치겠다. 어른이 되면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란 달콤한 녀석이 따라오지만 책임이라는 녀석도 함께 오기 때문이다. "아~결혼전에는 인기 많았는데 말야" 유일하게 내가 으름장을 놓고 협박하는 대사다. 그녀의 사랑일기를 보면 지금 내 옆에 있는 반쪽보다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인 것 같아서 부럽기만 한데 혼자 내버려두고 외롭게 한 사랑을 떠나보내려 하는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그 사랑을 받아주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뭐 둘일때 외로우면 더 못견딘다고 하더라만. 그래도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잖아?" 아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아님 너무나 사랑하지만 헤어지는것 같은 그들이기에 다시 시작해 보라고 부추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남자 다 거기서 거기라"고 결혼하라고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없이 되지 않는게 결혼이니 세상에서 나의 반쪽을 찾기란 참 힘이 든다. 보물찾기 게임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알콩달콩 그와의 사랑이야기를 일기처럼 풀어낸 그녀의 글들을 보면 '두사람 너무 사랑스럽다. 통통 튀어올라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어쩜 말들을 이리 맛깔스럽게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사랑이 힘들다"고 외치는 그녀에게 혼날지라도 말이다. 난 왜 연애할때 이런 글들을 남기지 못했는지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고 '지금부터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잠깐 아주 잠깐했다. 하지만 이왕 잡힌 물고기인데 싶어 그냥 포기했다. 내 사랑은 아주 게으른 모양이다. 사랑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는게 맞다. 앞으로 나에겐 이런 열정적인 로맨스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뜨뜻한 아랫목 같은 뚝배기 같은 사랑은 할 수 있을 듯 하다. 뭐 죽을때가 되어야 그렇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테지만. 

존재도 실체도 보이지 않는 사랑

이 세상 사람들이 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지. 지금도 도처에는 이 '사랑'이라는 몹쓸녀석 때문에 아파하고 시기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다. 사건사고에 보면 치정에 얽힌 사고도 많이 볼 수 있다. 외로운 사랑, 집착하는 사랑,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사랑이라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겠지.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누구든 아픈 사랑 하지 말고 이쁜 사랑만 하는 해였으면 좋겠다. 사랑도 해봐야 면역이 되는데 예방백신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오로지 경험으로 단련되는 수 밖에 없으니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을까 저어하여 움츠러 들지만 말고 과감하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감한 사랑을 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도 받는 사랑만 하지 말고 주는 사랑을 해야지. 오늘 밥 먹으면서 내 반쪽에게 그랬다. "결혼은 자기 젊은 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거래." 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아픈만큼 성숙해진 그녀 그녀의 사랑이 빨리 돌아와서 그와의 핑크빛 로맨스를 이어가길 또 한커플의 행복한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불에 덴 듯 아파질 사랑임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손을 내밀어 잡은 그녀에게 박수 또한 보내고 싶다. 아직은 세상이 참 살만하지 않은가 여기 저기서 사랑의 불꽃들이 피어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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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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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판된 책이 다시 발행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이 책이 나의 품안으로 날아들었다. 솔직히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절절하게 와 닿지는 않지만 왠지 소중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란 제목 자체가 한국적인 정서와는 무관하게 보인다. 개의 먹이로 스테이크를 던져주는 집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아주 부유한 집안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고 흔히 생기는 이웃집 이야기 같이 작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지은이가 풍자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기에 신랄하게 사회를 고발하나 했더니 꼭 시트콤을 보는 듯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일일연속극처럼 매일 궁금하게 만들어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어 나를 책속으로 강하게 끌어당긴다. 평범한 일상속의 이 유쾌함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으니 굳이 어려운 책을 나에게 들이밀며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지시하는 책 보다는 더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아이보다 더 천진스런 부모와 아이 셋이 이끌어가는 좌충우돌 모험이야기' 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장되었을까? "내 우산을 잃어버리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아내의 우산을 잃어 버려 다시 찾으러 가는 에프라임을 보면 꼭 나의 일을 옮겨 놓은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내 손에 있어야 할 우산을 꼭 잃어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슈퍼마켓이 생겨 쇼핑을 하러 가는 에프라임과 그의 아내. 하지만 계획과 다르게 산더미 같이 사게 되어 "여보! 이건 우리의 손수레가 아니군!" "아니긴요. 우리 거 맞아요." 대화하는 그들을 보며 나의 일상과 다를 바 없기에 하~하고 웃음이 터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웃고 즐기는 중에 가슴속에는 왠지 모를 따뜻한 무언가가 뭉클하고 튀어나와 당황하게 되니 가볍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다.  

 새로 구입한 세탁기가 작동시에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고 급기야는 집 밖으로 나가게 되어 밧줄로 묶어 보지만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잘 가거라, 요나탄." 밧줄을 풀어주며 세탁기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놓아주며 '자유롭게 태어난 것을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고 독백하는 장면에선 '왜 이런 세탁기를 구매하게 되었는지' 나는 당장 전화해서 반품을 하고 다른 것으로 재 구매를 하겠지만 이들은 요나탄이라고 이름까지 붙여 생명을 주고 임시방편이지만 움직이지 않게 꽁꽁 싸매지만 역시 자유롭게 놓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을 보며 예사 사람이 아닌듯 느껴진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이들인거 같다. 나도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왜 나는 이들처럼 넉넉하게 세상을 보지 못하는지. 분명 "세탁기가 이상하다"고 팍팍거리며 신경질이나 화를 낼 나의 모습이 그려지므로, 요나탄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그를 보며 내가 그리 넉넉한 사람이라 말할 수 없기에 이 글을 읽는 내내 한없이 작아져 연기처럼 팡~사라져 버리게 만든다.

 무엇이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는 것일까? 작은 동물인 개나 고양이도 만질 줄 모르고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내 마음이 왜이리 냉정할까?' 하고 자문에 보곤 하니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결여된 것이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아 나도 소소한 일마저 가볍게 보지 않고 소중히 여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저 생각뿐 아직은 실천하기란 쉽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평범한 일상조차도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니 그저 늘 똑같은 일상이라 지겨워하고 갑갑해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큰 눈을 키워야겠다. 작은 웃음과 감동이 머무는 생활에 감사하며 베풀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새해을 맞이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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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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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몽'이라는 단어는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봄날 눈앞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느낌이 든다.주석을 보니 "규방속의 꿈"이라. 왠지 여인네들의 한숨소리와 왁자지껄한 수다소리가 내 귓가에 머물고 가는 듯 하다.

중국 소설들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최근에 읽은 '삼국지'만 보더라도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조차 일일히 나열하지 못할 지경이고 내 기억속에서 사라진 인물들이 또 얼마인지. 이 책 또한 열거된 인물만 500명 가량이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방대한 소설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주된 인물에게만 신경을 쓴 것도 아니요 허드렛일 하는 일개 평범한 무지랭이 촌 사람에게조차 세심하게 배려하여 붓끝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니 일단 그 섬세함과 세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처럼 귀한 책이 내 손에 오게 되었으니 한판 구성지게 그 옛날 규방속으로 날아들어 가 보련다. 

혹자는 규방 속의 이야기라 지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각 장마다 사건들은 넘쳐나고 세 주인공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참으로 흥미롭다. 중간 중간 주석을 통해 인물들의 미래를 살짝 엿보게 하는 글들을 보면 허무하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에게 서운함마저 들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 맘 몰라 주는 이에게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는 모습들을 보면 남녀노소 이 사랑이야기에 절로 눈길이 가게 된다. 아직 어린 세 사람이라 그 이야기의 축은 아직은 다른이에게 편중이 되어 있으나 그 주축은 이들 세 사람이니 그들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어느덧 흘러 밤이 되고 새벽이 되어버린다.  

시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은 좀 많은가? 첫째로 가씨 집안의 화려한 생활에 눈길을 뺏기게 되고 둘째로 가씨 집안 그 친인척(가연,가사,가련,가정,가환,가주,가원춘,가탐춘,가진,가용 등등 너무 많아 여기에 다 열거하지 못하겠다)까지 등장하여 그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게 되니 여자들이 읽는 책이라는 어리석음에 빠져 이 책을 읽기를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그러지 마시라. 작가의 의도(궁금하면 다음장을 보시라)대로 충실하게 아주 지극히 자연스런 몸짓으로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보게 될테니 말이다. 그만큼 장중한 내용으로 당신의 혼을 빼놓을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일대기를 적은 글을 보노라면 세월 무상함에 맘까지 서늘해지기 마련이라 달도 차면 기울고 아무리 이쁘고 화려한 꽃이라도 10일을 가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화려하고 대단한 권세를 누리는 가씨 집안도 그 흥이 다하여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니 인생무상하여 한숨이 후~하고 절로 나오게 된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을진데 나 또한 가씨 집안의 그 화려함에 이해할 수 없는 노기가 치솟아 올라 어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니 사람의 편협한 마음이라니 참 부끄럽기 그지 없다.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이지만 내가 누려보지 못한 화려한 삶이 내것이 아닌것에 배가 아파오니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나 보다.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시청자들의 의견대로 결말이 지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주인공을 죽여 아름다운 사랑을 사람들의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겨둬도 좋겠지만 누구나가 해피앤딩을 원하니 말이다. 나 또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랑이지만 꼭 맺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난 대충의 줄거리들을 보고 시작했다. 첫 만남이 있기 전 난 어느정도 이 책에 대하여 고정관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작가에게 결말을 바꾸어달라 하지 못하니 결말을 먼저 봐 버린 나를 탓하고 그저 이들의 운명을 지켜보는 수 밖에 달리 할 일이 없다. 무엇보다 엇갈린 사랑과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인 것을 알기에 더 가슴 애절하게 눈길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많은 책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처럼 다양한 빛깔로 다가오는 책이 있었던가. 어떠한 역사드라마 보다도 장대한 대 서사시를 보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 한 시대를 충실히 살아가며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한명 한명의 삶을 읽다 보면 지리한 이 겨울날도 끝나고 따뜻한 봄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 같다. 그때쯤이면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아지랑이들이 내 눈앞에 다가와 있겠지 여인네들의 꿈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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