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절판된 책이 다시 발행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이 책이 나의 품안으로 날아들었다. 솔직히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절절하게 와 닿지는 않지만 왠지 소중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란 제목 자체가 한국적인 정서와는 무관하게 보인다. 개의 먹이로 스테이크를 던져주는 집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아주 부유한 집안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고 흔히 생기는 이웃집 이야기 같이 작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지은이가 풍자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기에 신랄하게 사회를 고발하나 했더니 꼭 시트콤을 보는 듯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일일연속극처럼 매일 궁금하게 만들어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어 나를 책속으로 강하게 끌어당긴다. 평범한 일상속의 이 유쾌함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으니 굳이 어려운 책을 나에게 들이밀며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지시하는 책 보다는 더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아이보다 더 천진스런 부모와 아이 셋이 이끌어가는 좌충우돌 모험이야기' 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장되었을까? "내 우산을 잃어버리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아내의 우산을 잃어 버려 다시 찾으러 가는 에프라임을 보면 꼭 나의 일을 옮겨 놓은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나가 돌아다니다 보면 내 손에 있어야 할 우산을 꼭 잃어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슈퍼마켓이 생겨 쇼핑을 하러 가는 에프라임과 그의 아내. 하지만 계획과 다르게 산더미 같이 사게 되어 "여보! 이건 우리의 손수레가 아니군!" "아니긴요. 우리 거 맞아요." 대화하는 그들을 보며 나의 일상과 다를 바 없기에 하~하고 웃음이 터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웃고 즐기는 중에 가슴속에는 왠지 모를 따뜻한 무언가가 뭉클하고 튀어나와 당황하게 되니 가볍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다.  

 새로 구입한 세탁기가 작동시에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고 급기야는 집 밖으로 나가게 되어 밧줄로 묶어 보지만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잘 가거라, 요나탄." 밧줄을 풀어주며 세탁기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놓아주며 '자유롭게 태어난 것을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고 독백하는 장면에선 '왜 이런 세탁기를 구매하게 되었는지' 나는 당장 전화해서 반품을 하고 다른 것으로 재 구매를 하겠지만 이들은 요나탄이라고 이름까지 붙여 생명을 주고 임시방편이지만 움직이지 않게 꽁꽁 싸매지만 역시 자유롭게 놓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을 보며 예사 사람이 아닌듯 느껴진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이들인거 같다. 나도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왜 나는 이들처럼 넉넉하게 세상을 보지 못하는지. 분명 "세탁기가 이상하다"고 팍팍거리며 신경질이나 화를 낼 나의 모습이 그려지므로, 요나탄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그를 보며 내가 그리 넉넉한 사람이라 말할 수 없기에 이 글을 읽는 내내 한없이 작아져 연기처럼 팡~사라져 버리게 만든다.

 무엇이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는 것일까? 작은 동물인 개나 고양이도 만질 줄 모르고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내 마음이 왜이리 냉정할까?' 하고 자문에 보곤 하니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결여된 것이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아 나도 소소한 일마저 가볍게 보지 않고 소중히 여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저 생각뿐 아직은 실천하기란 쉽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평범한 일상조차도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니 그저 늘 똑같은 일상이라 지겨워하고 갑갑해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큰 눈을 키워야겠다. 작은 웃음과 감동이 머무는 생활에 감사하며 베풀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새해을 맞이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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