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다이어리
김은미 지음 / 문이당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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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기전 나도 '사랑일기'를 쓴 그녀처럼 여러 방송사들의 시상식들을 보며 연예인들의 출석체크(흠....생방아닌가? 쟤는 어떻게 또 나왔지?)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꼭 이맘때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평소엔 잊고 있다가 겨울이 오면 맘이 허해지면서 연말이 오면 어김없이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게 되는거 이거 매년 하는 행동이다. 이번엔 좀 색다른 것도 추가다. 뭐냐구? 새해가 되면서 핑크빛 로맨스가 쓰여져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집어든 책, 이 책이 나를 옛 기억속으로 몰아갔다. 내가 만났던 많은(?) 남자들. 뭐 많지는 않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기에 가슴에 흉터가 되어 자국이 남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왜 남의 상처는 헤집는가? 원망도 되지만 그녀의 사랑이 꼭 나와 같았으므로 사랑에 대해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이 꼭 나와 같았으므로 용서했다. 어쩌면 내가 결혼이란걸 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타인의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난 내 사랑의 결말은 결혼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더 힘이 드니 말이다. 흔히들 그런다.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 그런데 어른흉내 내는 것이 참 어렵다. 연애할 때처럼 "이거 해 달라 저거 해달라" 징징거리지도 못하겠고 힘들다고 도망도 못치겠다. 어른이 되면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란 달콤한 녀석이 따라오지만 책임이라는 녀석도 함께 오기 때문이다. "아~결혼전에는 인기 많았는데 말야" 유일하게 내가 으름장을 놓고 협박하는 대사다. 그녀의 사랑일기를 보면 지금 내 옆에 있는 반쪽보다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인 것 같아서 부럽기만 한데 혼자 내버려두고 외롭게 한 사랑을 떠나보내려 하는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그 사랑을 받아주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뭐 둘일때 외로우면 더 못견딘다고 하더라만. 그래도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잖아?" 아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아님 너무나 사랑하지만 헤어지는것 같은 그들이기에 다시 시작해 보라고 부추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남자 다 거기서 거기라"고 결혼하라고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없이 되지 않는게 결혼이니 세상에서 나의 반쪽을 찾기란 참 힘이 든다. 보물찾기 게임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알콩달콩 그와의 사랑이야기를 일기처럼 풀어낸 그녀의 글들을 보면 '두사람 너무 사랑스럽다. 통통 튀어올라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어쩜 말들을 이리 맛깔스럽게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사랑이 힘들다"고 외치는 그녀에게 혼날지라도 말이다. 난 왜 연애할때 이런 글들을 남기지 못했는지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고 '지금부터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잠깐 아주 잠깐했다. 하지만 이왕 잡힌 물고기인데 싶어 그냥 포기했다. 내 사랑은 아주 게으른 모양이다. 사랑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는게 맞다. 앞으로 나에겐 이런 열정적인 로맨스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뜨뜻한 아랫목 같은 뚝배기 같은 사랑은 할 수 있을 듯 하다. 뭐 죽을때가 되어야 그렇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테지만. 

존재도 실체도 보이지 않는 사랑

이 세상 사람들이 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지. 지금도 도처에는 이 '사랑'이라는 몹쓸녀석 때문에 아파하고 시기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다. 사건사고에 보면 치정에 얽힌 사고도 많이 볼 수 있다. 외로운 사랑, 집착하는 사랑,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사랑이라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겠지.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누구든 아픈 사랑 하지 말고 이쁜 사랑만 하는 해였으면 좋겠다. 사랑도 해봐야 면역이 되는데 예방백신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오로지 경험으로 단련되는 수 밖에 없으니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을까 저어하여 움츠러 들지만 말고 과감하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감한 사랑을 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도 받는 사랑만 하지 말고 주는 사랑을 해야지. 오늘 밥 먹으면서 내 반쪽에게 그랬다. "결혼은 자기 젊은 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거래." 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아픈만큼 성숙해진 그녀 그녀의 사랑이 빨리 돌아와서 그와의 핑크빛 로맨스를 이어가길 또 한커플의 행복한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불에 덴 듯 아파질 사랑임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손을 내밀어 잡은 그녀에게 박수 또한 보내고 싶다. 아직은 세상이 참 살만하지 않은가 여기 저기서 사랑의 불꽃들이 피어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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