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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요. 이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쓸쓸해지는데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서글퍼서 그렇겠지요. 9월의 끝자락에는 명절이 있어 바쁜 하루들을 보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책과 함께 한다면 그 안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겠지요. 

 

1)

 

 

 

 

로맨스 소설인가 봅니다. 27세의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1세 아니스타샤 스틸과의 사랑이라...기대가 되네요. 이 사랑, 이루어지겠죠?

 

 

 

 

 

 

 

 

 

 

 

 

 

 

 

 

 

 

 

 

 

2)

 

 

 

결말부분을 남겨두고 사라진 감독, 그래서 남겨진 사람들이 이 결말부분을 완성시켜야 하나 봅니다. 완전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심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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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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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에서 스타제르송 양의 머리를 가격한 후 사라진 범인의 정체를 조셉 룰르타뷰가 밝혀낸다. 어린 나이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만 밀실상태였던 '노란 방'에서 벌어진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첫 번째 사건에 이어 범인이 또 한 번 스타제르송 양의 방에 나타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기에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으로 보였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이 스탕제르송 양의 약혼자 로베르 다르자크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에 초조함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터이지만 로베르 다르자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룰르타뷰는 범인이 아닌 이가 억울하게 죄를 덮어쓰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과 뜻하지 않게 경쟁하게 되고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자크 영감이나 로베르 다르자크에게 범행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범인을 보건대 스탕제르송 양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밖에 추리하진 못했지만 이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것 밖에 달리 할 일이 없다.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룰르타뷰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을 조사하고,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생클레르조차 사건이 해결된 후에야 얻게 된 정보도 많지 않았던가.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선정된 걸작이며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에 자주 언급되는 '노란 방의 비밀'은 트릭을 밝혀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밀실상태에서 범인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까지 밝혀내는 것은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너무 지루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답답했다. 왜일까. 가만히 이유를 떠올려 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먼저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가 독자들에게 재밌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룰르타뷰 곁에서 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봤고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이렇게밖에 소설을 쓰지 못한다니 정말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 책이 시리즈에 해당하여 룰르타뷰가 몇 번 사건을 해결하고 그에 대한 책이 여러권 나왔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룰르타뷰가 사건을 대할 때 어수선하게 행동하는 하나 하나를 꼭 이야기했어야 하는지, 또 룰르타뷰의 행동을 사건의 중심에 놓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를 했어야 하냔 말이다. 이러니 지루할 밖에. 룰르타뷰가 이러지 않았던가. 어쩌고 저쩌고,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노란 방의 비밀'은 단 한 가지만이 아쉬운데 룰르타뷰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그의 주변인으로 룰르타뷰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 본 생클레르가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럼 누구의 관점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좋았을까. 룰르타뷰가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룰루타뷰가 글을 쓴다면 대부분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과 경쟁하고 범인을 밝혀낸 공로를 계속 언급하며 자랑하는 글이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했겠지만 최소한 독자들에게 증거들을 던져주며 독자들도 그와 함께 범인이 누구일까 고민하는 시간정도는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해도 그 속에 감춰진 것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었겠지만 생클레르보다 더 비중 없는 역할을 하며 책장만 넘기는 것은 역시 즐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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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멀 헬스 레볼루션 : 최적건강관리 혁명 - 만성질환의 근본원인을 없애는 최첨단 건강관리 시스템
듀크 존슨 지음, 안현순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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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생을 만성염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나는 이 책의 저자 듀크 존슨이 말하는 "모든 질병은 염증에서 시작된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동을 하니 몸 상태가 좋아졌다, 운동 열심히 해야되겠다만 알 뿐이지 그야말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지한 상태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일 것이나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죽어라 운동을 하고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조금이라도 수명이 늘지 않을까, 이렇게 노력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위안을 삼을 뿐 내 몸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말년에 만성질환이나 암,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 등에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놓은 것이 듀크 존슨의 '최적건강관리 혁명'이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염증을 한 꺼번에 제거하기란 힘들다 했다. 그냥 봐도 힘들 것이란 것을 알겠다. 그러나 하나씩 줄여나가다 보면 분명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염증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어려운 의학지식을 따라가야 하지만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가 이끄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고? 조금의 기대하는 바가 없지는 않았으나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한 안내서는 아니라고 못 박으니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 모두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도 염증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수많은 증거들을 보여줌으로써 운동은 왜 해야 하는가, 유기농 채소, 과일은 왜 먹어야 하는가, 건강기능식품은 왜 먹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확실한 답을 해주고 있으므로 어려운 책이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읽어낸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이 한 권을 꼼꼼하게 읽어 보아도 마지막 장에 있는 글들 외에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역시 어렵다. 동기나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중요한 점들을 콕콕 찝어서 말하고 있으니 역시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살아가는 동안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될까?"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해도 괜찮다. 솔직히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내가 요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살 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 10장 비만의 풍선에서 바람 빼기"와 제 11장 당뇨병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읽었다. 비만을 줄이는 동일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CRP를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비만과 관련된 수많은 질환을 개선할 수 있으며 고혈압을 낮추게 된다고도 하니 귀가 얇아 솔깃해진다. 이는 최적건강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작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나의 몸을 위한 최적건강관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과 다르지 않기에 처음부터 심각하게 대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과체중이나 비만을 해소하기 위해 당신이 해야할 일은 염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생활하는 것이며, 그러면 자연히 체중도 줄어든다(274P)"는 것 하나만 기억해도 된다. "염증과, 제 2형 당뇨병, 비만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274P)"을 알게 되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만하면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나열한 것을 보면 공포스럽기까지 하지만 덕분에 "지금 변해야 한다"는 말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운동은 벌써 시작했지만 아직 옛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나에게 건강하기 위한 동기를 제대로 전달해준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변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지금"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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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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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는 것은 좋으나 그를 만나려면 '사건'이 생겨야 하니 이 아이러니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혼진 살인사건],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흑묘정 사건]을 통해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났지만 어느 것 하나도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니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한 번에 세 건의 끔찍한 사건을 봐야 하는 나는 계속 마음이 복잡하고 찬바람이 부는 듯 쓸쓸하다. 아마 [혼진 살인사건]에서 혼례를 올린 첫날 밤에 죽은 가쓰코 때문일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날에 살해 당하다니,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가쓰코의 숙부 구보 긴조가 있긴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 목 놓아 통곡해 줄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파서일 것이다.

 

[혼진 살인사건]은 구보 긴조가 가쓰코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친분이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불러와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죽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사람의 자존심이 한 여자의 죽음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정도로 그리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때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이치야나기 가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들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 사건에는 진실성도, 마음도, 희노애락의 감정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한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계획하여 만든 무대로 보여질 뿐이다.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전혀 없어 아쉽긴 하지만 '복수'라는 이름 아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이는 가족사에 얽힌 사건이라 긴다이치 코스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저 재수사를 위해 이 사건을 맡게 되었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졌기에 자신은 더이상 할 일이 없어 물러난다. [혼진 살인사건]에서도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에서도 이 사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은 사건의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으며 '범인이 누구다'라고 딱 잘라 말하고 사건을 해결해 버릴 수 없는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살아있는 자들의 아픔과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얼굴 없는 시체의 공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흑묘정 사건]은 다른 생각은 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빠져들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맡게 된 이 사건은 그가 자세한 설명을 해 줘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사건이었다. 범인의 입장에서 좀 더 디테일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운 점이 있지만 뛰어난 활약을 한 그로 인해 범인이 자신을 죄여오는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어 했을테니 긴다이치 코스케가 연극적인 행동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사건이 해결되긴 했을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그의 뛰어난 실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언제나 사건은 끔찍하고 그 죽음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여전히 기괴한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긴다이치의 코스케의 활약이 필요하겠지만 그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여인을 만나 사랑도 하고 가족을 만들어 지금보다 안정된 생활을 한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모습에 좀 더 마음이 담기지 않을까. 늘 사건이 터지고 범인을 밝히고 나면 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는데 그의 삶에도 변화가 생겨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해서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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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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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할아버지가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아리스와 에가미는 마리아와 함께 가시키지마 섬으로 향한다. 퍼즐을 풀면 보물이 나온다구? 와우,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만 하네. 마리아의 제안으로 아리스와 에가미 밖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두 사람은 퍼즐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내 것이 되는 걸까. 그런데 3년 전에 모아이 상 25개의 방향으로 보물을 찾을 수 있겠다고 말한 히데토가 죽었다니 보물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3년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온다고 하니 히데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보물에 얽혀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어 아리스와 에가미 모두 이번 여름도 평범하게 보내지는 않겠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숨겨둔 다이아몬드 찾기라, 아무리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퍼즐 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보물때문에 무서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지 못한 걸까. 모아이 상을 제작하고 퍼즐을 만들면서 마리아의 할아버지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이거 어쩌나 보물찾기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뿐 보물찾기로 그리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데. 오히려 보물을 찾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닐까 두려울 정도다. 굳이 보물찾기를 해야하는가 의문까지 들 정도로 보물찾기는 불필요한 전개로까지 보이지만, 히데토의 죽음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현재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꼭 퍼즐을 풀어야만 한다. 실제로 에가미와 아리스 그리고 마리아가 보물이 숨겨진 곳에 이르렀지만 이것으로 히데토의 죽음이 타살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을 뿐 다른 살인사건에는 크게 쓰임이 없다. 3년 전에 보물을 찾던 히데토가 죽은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데에는 그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 3년 전에 이 섬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히데토의 사건도 해결이 되겠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범인이 잡힐 수 밖에 없다. 몇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 용의자는 좁혀질 수 밖에 없고 에가미로 인해 이 섬을 떠나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다. 에가미의 존재는 전혀 예상 밖이었겠지만 살인범은 사람들을 죽인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려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범인은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이 이유를 알게 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지만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에가미가 말해줘서 알았다. 라이플로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범은 절대 잡히지 않아야 했다. 에가미가 통탄해 했던, 자신에게 왜 들켰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그의 말대로 살인범은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러나 범인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지금만이 자신이 계획한 살인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나는 내내 준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아내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과거의 사랑이 사건의 중심에 떠올랐고 이를 가즈토와 도시유키가 계속 언급을 해왔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나는 준지가 범인이 아닐까 계속 생각해 왔다. 물론 결론을 말하자면 보기 좋게 한방 먹긴 했지만 지금도 준지가 범인일 수 있다는데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는 스마코의 죽음에 그리 큰 슬픔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돈이 필요했으니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음일까. '외딴섬 퍼즐'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지 않아 준지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아내 스마코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과거의 사랑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에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사람이 죽은 것을 본 후 모두 모여 알리바이를 따지고 어떻게 죽었을까 의논하는 모습은 분명 이상해 보인다. 소설속이니까 그럴 수 있고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들이 대부분 그러했기에 이해는 하지만 역시 불편하다. 다이아몬드가 매개체가 되긴 했지만 3년 전 히데토를 죽인 살인범의 살해 동기는 억지스럽다. 죽음의 섬이 되어 버린 이곳에서 보물찾기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거기다 아리스의 독백에 의해 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줄곧 한 쪽 면만 바라본 듯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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