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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ㅣ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마리아 할아버지가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아리스와 에가미는 마리아와 함께 가시키지마 섬으로 향한다. 퍼즐을 풀면 보물이 나온다구? 와우,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만 하네. 마리아의 제안으로 아리스와 에가미 밖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두 사람은 퍼즐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내 것이 되는 걸까. 그런데 3년 전에 모아이 상 25개의 방향으로 보물을 찾을 수 있겠다고 말한 히데토가 죽었다니 보물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3년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온다고 하니 히데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보물에 얽혀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어 아리스와 에가미 모두 이번 여름도 평범하게 보내지는 않겠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숨겨둔 다이아몬드 찾기라, 아무리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퍼즐 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보물때문에 무서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지 못한 걸까. 모아이 상을 제작하고 퍼즐을 만들면서 마리아의 할아버지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이거 어쩌나 보물찾기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뿐 보물찾기로 그리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데. 오히려 보물을 찾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닐까 두려울 정도다. 굳이 보물찾기를 해야하는가 의문까지 들 정도로 보물찾기는 불필요한 전개로까지 보이지만, 히데토의 죽음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현재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꼭 퍼즐을 풀어야만 한다. 실제로 에가미와 아리스 그리고 마리아가 보물이 숨겨진 곳에 이르렀지만 이것으로 히데토의 죽음이 타살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을 뿐 다른 살인사건에는 크게 쓰임이 없다. 3년 전에 보물을 찾던 히데토가 죽은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데에는 그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 3년 전에 이 섬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히데토의 사건도 해결이 되겠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범인이 잡힐 수 밖에 없다. 몇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 용의자는 좁혀질 수 밖에 없고 에가미로 인해 이 섬을 떠나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다. 에가미의 존재는 전혀 예상 밖이었겠지만 살인범은 사람들을 죽인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려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범인은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이 이유를 알게 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지만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에가미가 말해줘서 알았다. 라이플로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범은 절대 잡히지 않아야 했다. 에가미가 통탄해 했던, 자신에게 왜 들켰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그의 말대로 살인범은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러나 범인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지금만이 자신이 계획한 살인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나는 내내 준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아내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과거의 사랑이 사건의 중심에 떠올랐고 이를 가즈토와 도시유키가 계속 언급을 해왔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나는 준지가 범인이 아닐까 계속 생각해 왔다. 물론 결론을 말하자면 보기 좋게 한방 먹긴 했지만 지금도 준지가 범인일 수 있다는데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는 스마코의 죽음에 그리 큰 슬픔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돈이 필요했으니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음일까. '외딴섬 퍼즐'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지 않아 준지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아내 스마코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과거의 사랑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에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사람이 죽은 것을 본 후 모두 모여 알리바이를 따지고 어떻게 죽었을까 의논하는 모습은 분명 이상해 보인다. 소설속이니까 그럴 수 있고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들이 대부분 그러했기에 이해는 하지만 역시 불편하다. 다이아몬드가 매개체가 되긴 했지만 3년 전 히데토를 죽인 살인범의 살해 동기는 억지스럽다. 죽음의 섬이 되어 버린 이곳에서 보물찾기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거기다 아리스의 독백에 의해 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줄곧 한 쪽 면만 바라본 듯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