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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노란 방'에서 스타제르송 양의 머리를 가격한 후 사라진 범인의 정체를 조셉 룰르타뷰가 밝혀낸다. 어린 나이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만 밀실상태였던 '노란 방'에서 벌어진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첫 번째 사건에 이어 범인이 또 한 번 스타제르송 양의 방에 나타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기에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으로 보였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이 스탕제르송 양의 약혼자 로베르 다르자크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에 초조함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터이지만 로베르 다르자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룰르타뷰는 범인이 아닌 이가 억울하게 죄를 덮어쓰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과 뜻하지 않게 경쟁하게 되고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자크 영감이나 로베르 다르자크에게 범행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범인을 보건대 스탕제르송 양을 잘 아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밖에 추리하진 못했지만 이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것 밖에 달리 할 일이 없다.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룰르타뷰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을 조사하고,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생클레르조차 사건이 해결된 후에야 얻게 된 정보도 많지 않았던가.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선정된 걸작이며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에 자주 언급되는 '노란 방의 비밀'은 트릭을 밝혀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밀실상태에서 범인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까지 밝혀내는 것은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대단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너무 지루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답답했다. 왜일까. 가만히 이유를 떠올려 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먼저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가 독자들에게 재밌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룰르타뷰 곁에서 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봤고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이렇게밖에 소설을 쓰지 못한다니 정말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 책이 시리즈에 해당하여 룰르타뷰가 몇 번 사건을 해결하고 그에 대한 책이 여러권 나왔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룰르타뷰가 사건을 대할 때 어수선하게 행동하는 하나 하나를 꼭 이야기했어야 하는지, 또 룰르타뷰의 행동을 사건의 중심에 놓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를 했어야 하냔 말이다. 이러니 지루할 밖에. 룰르타뷰가 이러지 않았던가. 어쩌고 저쩌고,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노란 방의 비밀'은 단 한 가지만이 아쉬운데 룰르타뷰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그의 주변인으로 룰르타뷰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 본 생클레르가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럼 누구의 관점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좋았을까. 룰르타뷰가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룰루타뷰가 글을 쓴다면 대부분 명탐정 프레드릭 라르상과 경쟁하고 범인을 밝혀낸 공로를 계속 언급하며 자랑하는 글이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했겠지만 최소한 독자들에게 증거들을 던져주며 독자들도 그와 함께 범인이 누구일까 고민하는 시간정도는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해도 그 속에 감춰진 것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었겠지만 생클레르보다 더 비중 없는 역할을 하며 책장만 넘기는 것은 역시 즐겁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