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폴리스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6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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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돌아오는 나라 V.파, 어나더 힐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손님'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 책 "네크로폴리스"는 준과 마리코, 지미, 하나, 린데, 시노다 교수가 어나더 힐로 들어가서 겪게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올해는 '피투성이 잭'에게 죽임을 당한 다섯 명의 피해자도 나타날 것이라 예상되어 사람들은 모두 기대감을 가지고 올해의 히간을 기다려왔다. 다른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누가 범일일까,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준처럼 불끈하게 되지만 역시 삶과 죽음, 어느것 하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축제처럼 즐기는 그들이고 보니 이 책을 다 읽을때쯤엔 어나더 힐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 어디쯤 진짜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그 곳에 간 나는 공기속에 달걀을 넣어놓고 '손님'으로 올 사람으로 누구를 생각해 볼까? 생각만으로도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올해 히간은 다른 해와 너무도 다르다. 어나더 힐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놓여 있는 도리이에 시체가 매달려 있어 경계선상의 살인으로 '피투성이 잭'의 사건과 흡사하여 경찰들은 물론 라인맨까지 참석하여 도리이 성역안의 사건인지 밖의 사건인지 판단하러 오게 된다. 시노다 교수는 이 사건을 경찰들이 어나더 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자작극으로 보지만 역시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만은 틀림없다. '피투성이 잭'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과연 범인의 얼굴을 보았을까. 어쩌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나의 가슴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저자는 '피투성이 잭'의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것 같다. 어나더 힐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이 왜 일어나는지 이것을 독자들이 알아차리길 기다린다.

 

지미의 쌍둥이 형제 '테리'의 존재, '테리'는 살아있을까, 손님일까. 강에서 실종되고 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지미는 테리보다 무엇이든 실력이 떨어져 사랑받지 못하고 컸고 자신이 아닌 테리가 죽은 것 때문에 테리의 원한으로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의 부탁으로 테리를 만나기 위해 이 곳 어나더 힐에 온 지미, 베일에 싸여 있는 그는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 준의 눈앞에 여러번 테리가 나타나고 지미가 1인 2역을 하고 있지 않을까, 테리에 의해 지미가 죽임을 당하고 함께 있는 사람은 테리가 아닐까, 준과 그의 동료들을 점점 공포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나더 힐에서는 '손님'들이 실체를 가진다. 그 손을 만졌을 때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물리적인 위해를 가해서 다른이들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이미 이 어나더 힐 안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 사건 또한 '피투성이 잭'의 사건과 동일하다. 대체 누가, 무엇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단서가 하나씩 나타날때마다 준과 그의 동료들은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한다. 이때문에 전개가 느려 지루해진다. 계속 '손님'을 만나는 준을 시기하는 하나의 존재 또한 불편하고, 라인맨의 존재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온통 몽환적인 느낌의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소재, 죽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돌아오는 곳, V.파와 어나더 힐의 존재. 좀 더 빠르고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몽환적이고 안개의 휩싸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모든 비밀이 풀어졌을 때 현실감이 없어 잠시동한 멍한 기분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결국 '피투성이 잭'이 문제가 된 것이지만 모든 사건의 연결성이 미흡하다. 흑부인의 존재, 라인맨의 누나의 실종, 켄트 아저씨의 존재, 서맨서의 등장, 어린 마티아스의 행동 등 모두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다가가지만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다. 아마 이 느낌은 어나더 힐에 있는 사람들이 이 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시선이 갑자기 분산된 느낌이 들어 아직 "네크로폴리스"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 더 읽는다면 모든 트릭들을 분석해 낼 수 있을까. 제 3자인 내가 사람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히간'과 '어나더 힐'의 중요성을 다 알 수 없을테니 모두 이해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내 가까운 곳에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히간'이라는 행사가 열린다면 참석할 용기나 있을지,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 자꾸 외면하게 되니 말이다. 모든 것을 확실히 알아냈을 때 내가 느낀 모든 두렵고 무서운 감정들이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손님'들을 대할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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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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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요시를 보니 내가 늘 불평하며 사는 인생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겠다. 아이들을 거느리고 캐치볼을 하며 아버지라도 된 듯 행복해하는 히데요시, 그를 쫓는 사람들이 야쿠자들인데도 앞으로 징역을 살고 나와 안나가 살고 있을 필리핀으로 떠날 꿈을 꾼다. 참으로 순진한 사람이다.

 

단돈 236엔. 도박 빚으로 320만엔이 있는 히데요시는 자살할 방법을 찾는다. 늘 시행하기전 온갖 변명을 찾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히데요시, 그의 차에 여섯 살 덴스케가 타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유괴, 이것이 뒤에 엄청난 일이 될 줄 그 때는 몰랐을거다. 야쿠자의 아들을 유괴하다니, 세상에서 지지리도 재수가 없다.

 

덴스케가 아버지의 그림을 그렸을 때 몸에 있는 문신을 자세히 봤다면 더 일찍 알아차렸을텐데, 돈을 받기 위한 1차 접선 장소로 정한 패밀리 레스토랑 안에 야쿠자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고 앉아 있어도 야쿠자들이 회식이라도 하는지, 아이의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 이런 마음으로 어찌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는가. 오히려 덴스케와 함께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다. 야쿠자들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 늘 쫓기거나 조직원들을 잡아와 봤지 실제 법을 어기는 유괴범을 어디 쫓아봤어야 말이지. 휴대폰 번호로 추적하는 방법도 서툴고 이 조직의 기동성은 정말 느려 터졌다. 조직원들이 좀 덜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인간적, 솔직히 총을 쏘아 사람들을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니 인간적이라고 하진 못하겠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은 감동도 있고 유쾌하다. 아들이 유괴되어 어머니는 피가 마르지만 덴스케는 아버지가 해주지 못한 것들을 히데요시가 해 줘서 너무 행복하다. 물론 다른 조직에게 유괴된 사건은 무섭긴 했지만 그 상황조차 나는 쿡쿡 웃음이 났으니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리 무섭거나 긴장감을 고조시키진 않았다. 덴스케와 캐치볼을 하며 히데요시는 일찍 죽은 히데지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히데요시, 나는 이 책의 결말로 덴스케의 곁에서 멋진 양복을 입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히데요시를 꿈꿔 왔다. 드럼통을 준비하는 야쿠자들의 행동을 보면 나의 생각은 정말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었지만 다음에 '에스엘'을 보러 가자는 덴스케에게 약속을 하는 히데요시는 또 한번 몰래 데리고 갈 생각까지 한다. 이런 용감한 행동으로 봐서 꼬마 야쿠자인 덴스케가 조장이 된다면 자신의 조직원으로 히데요시를 영입하지 않을까, 쿡쿡 이것 또한 나의 꿈일뿐이다.

 

덴스케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동생 히데지를 기억에서 놓아 준 히데요시. 이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인연의 끈이고, 약속이고, 함께 한 여행이었다. 비록 덴스케의 친구 데쓰오를 차에 태워 미래가 더 암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파견(덴스케는 징역을 '파견나간다'고 말한다.) 다녀온 뒤 하루 하루를 더 성실하게 살 수 있으리라. 돈이 모이면 도박을 하여 모두 날려버린 히데요시에겐 꿈이 있었으니까. 사랑하는 한나와 함께 하고 싶은 꿈 말이다. 비록 이제는 한나와 함께 할 수 없지만 언젠가 가족을 이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웃으며 읽은 '유괴랩소디', 그러나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슬픔은 아마도 히데요시에게 정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그로 인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보내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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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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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잭이 경찰들에게 체포된다. 클라이너 창고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보고 있는 지도를 보고 갑작스럽게 행선지로 정한 마그레이브. 이 곳에 내려 간선도로를 걸은게 문제였다. 머리를 민 백인남자를 자신이 죽였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이때까지만 해도 잭은 자신의 알라바이를 확인하면 금세 풀려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은 백인남자가 자신의 형인 '조'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이 사건의 중심부에서 놈들의 표적이 된다.

 

몇 년간 연락 한번 하지 않고 어머니 장례식 때 잠깐 얼굴을 본 형이 죽은 곳 가까이를 우연하게 걷게 되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이긴 한 걸까. 전직 군수사관 출신의 잭 리처는 이 마을에서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은 모조리 죽여 버린다. 형 '조'가 위조지폐 사건을 수사할 때 동생 잭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일이 쉽게 해결되었을텐데 "플루어리버스"라고 쓰인 글과 연락처만 신발 속에 단서로 남겨두어 사건을 파헤치는게 쉽지 않다. 아무리 형의 죽음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 지역에서 경찰직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닌 잭은 자신이 잡혀서 취조를 받았던 이 경찰서를 너무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읍장 '틸'이 모리슨 서장이 죽고 이 자리를 잠시 대신하게 되는데 이렇게 자주 들락거리는 잭을 제지하지 않는게 이상하다. 핀레이와 로스코가 전직 군수사관이었던 잭에게 도움을 청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처리하는 잭의 솜씨는 대단하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사건에 관련된 누구 하나쯤 살려놔야하지 않았을까. 모든 증거들이 다 나왔긴 하지만 증거품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은지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을 잭은 결코 살려보내지 않는다. 잭은 뛰어난 두뇌로 사건을 파헤치고 직접 지휘까지 한다. 정말 대단하다. 처음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허블이 놈들에게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너무도 쉽게 허블을 찾아내고 모든 사건의 조각들을 맞춰 사건의 중심으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위조지폐들은 국내에서 만들어질 수 없게 형 '조'가 모두 막아놓았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은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다. 클라이너 창고에서 위조지폐를 싣고 나온다고 생각한 잭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되고 이 사건에 관련되어 희생된 사람들의 자취를 찾아다니며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백악관보다 더 잘 꾸며진 마을 마그레이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일주일마다 엄청난 돈을 받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진 않지만 자신들도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계하고 있다는 생각들은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그레이브 마을 사람들도 모두 공범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클라이너 창고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이 일을 조정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을 때 나는 잭을 처음에 심문한 '핀레이'일거라 짐작했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조금만 주의깊게 생각해 봤다면 미리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는 일들에 정신이 없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로스코와 잭의 사랑. 짧은 만남, 짧은 사랑이었지만 잭이 이 사건에 관계하면서 행한 일들과 로스코를 위험속에 있도록 방치한 책임으로 결국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한다. 함께 하는 것이 더 고통인 것이다. 평화롭기 그지 없는 이 마을에 일어난 이 끔찍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12편이 출간된 잭 리처 시리즈의 그 첫 번째 이야기인 '추적자'는 이제 끝이 났다. 이제 잭이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인가. 어떤 사건이든 유쾌한 일들은 아닐 것이다. 첫 등장부터 가족인 형을 잃은 잭에게 이젠 잃을 것은 없다. 새로운 사랑과 함께 좀 더 부드러운 모습의 잭을 보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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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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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남자친구 에반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잠깐만, 오드리'. "헤어지자" 말하고 돌아선 자신을 부르는 에반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나와 버린 오드리, 그 때 "잠깐만 , 오드리"라고 했을 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노래로 못다한 말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진 상황에 에반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되어 버려 오드리는 정말 난처하다. 오드리는 하루 아침에 유명인이 되어 버려 파파라치들에게 감시당하고 팬 클럽까지 생겨버렸다. 도저히 평범한 학생으로 즐길 수 없는 처지다.

 

이렇게 힘든 여건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오드리, 귀에 쏙 들어오는 이 이름은 나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헤어진 남자 친구가 유명한 스타가 되어 다시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쓰는 오드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왠걸, 에반은 이 책에서 몇 번 등장하지도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만들었지만 조연에도 끼지 못한다. 솔직히 에반은 늘 음악 이야기만 해서 오드리가 정신을 놓아 버린적이 있을 정도로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남자다. 헤어진건 잘한 선택인데 이렇게 유명해질 줄이야. 다른 가수들은 오드리가 뮤즈라도 되는 듯 키스라도 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하고 친구들조차 기자들에게 오드리의 정보를 넘겨주고 돈을 챙기기 바쁘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드리, 그녀 덕에 매출도 꾸준히 늘어가는 상태이다. 함께 일하는 제임스가 어느새 오드리를 지켜주게 되고 오드리는 제임스를 사랑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에반이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라 제임스가 오드리를 지켜주는 멋진 왕자님으로 등장한다. 역시 유머감각 있고 오드리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녀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그 자리에 늘 함께 있어주는 멋진 녀석이다. 그에 비해 오드리는 '성'에 대해서도 자유분방하여 콘서트 쫑파티에 가서 스타 사이먼과의 첫 만남에도 키스를 할 정도라 솔직히 너무 가볍게 비춰진다. 물론 사이먼에게 이용당한 것이긴 하지만 동영상까지 만들어져 인터넷을 돌아다니니 오드리가 유명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문화적인 차이겠지만 이런 오드리도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제임스가 대단하다.

 

이 책은 진행속도가 더디다. 에반이 '잠깐만, 오드리'라는 곡으로 유명해지기까진 빠르게 전개가 되지만 그 이후 오드리가 겪는 외적인 상황들, 심리묘사, 제임스와 가장 가까운 친구 빅토리아의 이야기로 흐름이 정체되고 특별한 사건 없이 진행되는지라 조금 지루해진다. 이 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자신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결론인데 에반의 비중이 약하게 그려진 것 같아 아쉽다. 다양한 음악들이 등장하지만 '잠깐만, 오드리'조차 들을 수 없었기에 귀로 듣지 못하고 눈으로만 읽어야 했던 안타까운 시간들만 보낸 것 같아 이래저래 가슴속만 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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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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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주입식 교육 덕분으로 "왕오천축국전"이라는 말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으나 무엇을 담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가길 원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내 솔직한 감정은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김탁환님의 책 "혜초"는 혜초의 현재 상황과 과거 천축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기록한 글로 크게 두 부분으로 전개된다. 마지막쯤에 이르면 이 부분이 만나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 때쯤 되면 모든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대유사로 떠난 고선지와 그의 부하 열 두명, 이들이 대유사로 떠난 것은 "알라의 군대가 우기를 급습했다"는 두루마리 편지 한 축 때문이었다. 3만 대군을 움직이기 전에 사실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유사에서 만난 검은 모래 폭풍으로 병사들은 사라지고 고선지는 이 곳에 홀로 남겨진다. 고선지는 일가족의 묘 아래 있는 혜초를 발견하며 병사들을 잃고 검은 모래 폭풍을 만난 사실을 증명 해 줄 수 있는 혜초를 데리고 다시 돌아가게 된다. 

 

혜초는 천축을 여행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걸낭속의 양피지를 읽으면 기억이 돌아올까. 이 걸낭을 찾기 위한 모험, 이 걸낭으로 인해 이어진 장사꾼 란수와의 끝이 없는 악연, 무희 오름과 내림, 그리고 고선지와의 인연, 이 방대한 역사속에 이들이 함께 한다. 혜초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고 해도 란수의 끝이 없는 욕심때문에 목숨마저 위태로웠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란수와 함께 하였기에 매일 한장씩 읽어주었던 양피지들로 인해 목숨이 연장되었지만 이미 혜초와 란수가 대유사의 검은 모래 폭풍을 맞기 전에 양피지속 이야기-무희 내림, 야곱, 란수 혜초가 함께 했던 그 전의 기록까지-를 혜초가 란수에게 다 읽어주었지 않았는가. 장사를 하며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혜초처럼 글로 기록하지 못하는 란수는 혜초의 모든 기록이 필요했다. 향찰로 기록한 글을 란수는 읽을 수 없었기에 하루에 한장씩 외우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 기록에 대한 란수의 욕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혜초의 여행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굳이 자신이 등장하는 기록까지 들어야 했을까.

 

쌍둥이 자매 오름과 내림, 이들의 이름을 지어준 혜초와의 깊은 인연, 오름과 고선지와의 인연. 언뜻 보면 같은 사람을 두고 혜초와 고선지가 마음을 두는 것 같지만 이들의 마음이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고선지라는 인물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세상에 드러내 놓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검은 모래 폭풍을 만나 돌림병이 든 고선지를 굳이 혜초와 만나야 한다며 고선지를 데리고 혜초를 찾아나서는 오름. 여기에서 나는 검은 모래 폭풍을 만난 혜초가 이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이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는 오름의 말이 이상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돌림병에 걸렸는지조차 모르는 혜초가 왜 자신은 그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돈황까지 고선지와 혜초를 함께 데려가기 위한 술책이지만 잘 짜여져 있던 소설의 내용이 오름이라는 여인으로 인해 어긋나고 오름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의 개연성마저 사라진다. 개인적인 복수때문도 아니었다. 공중소리를 낼 수 있는 오름의 존재는 이 때부터 실체가 보이지 않는 존재로 느껴진다. 그 전에도 안개에 싸인 신비로운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 실체조차 가늠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모든 사건의 중신에 있는 오름.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혜초와 오름의 싸움은 갑자기 스릴러 같은 느낌이 들면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왜 이런 형식의 글로 발전하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천축을 여행하며 온갖 일들을 겪었겠지만 내가 따라간 혜초의 발자취는 그저 고선지와 오름, 내림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여행이었기에 1200년 전 실크로드를 쉼 없이 걸었던 한 승려의 기록을 오롯이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야곱이 그려준 지도를 따라 야곱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혜초와 란수 그리고 이 곳에 오게 되는 오름과 고선지. 모두 이 곳에 모여 듣는 진실은 이들이 여기에 모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말하지만 대체 이 장면이 꼭 필요했었는지, 책장을 넘길수록 모호하여 내가 생각한 혜초의 기록 '왕오천축국전'의 내용에 크게 벗어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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