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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히데요시를 보니 내가 늘 불평하며 사는 인생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겠다. 아이들을 거느리고 캐치볼을 하며 아버지라도 된 듯 행복해하는 히데요시, 그를 쫓는 사람들이 야쿠자들인데도 앞으로 징역을 살고 나와 안나가 살고 있을 필리핀으로 떠날 꿈을 꾼다. 참으로 순진한 사람이다.
단돈 236엔. 도박 빚으로 320만엔이 있는 히데요시는 자살할 방법을 찾는다. 늘 시행하기전 온갖 변명을 찾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히데요시, 그의 차에 여섯 살 덴스케가 타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유괴, 이것이 뒤에 엄청난 일이 될 줄 그 때는 몰랐을거다. 야쿠자의 아들을 유괴하다니, 세상에서 지지리도 재수가 없다.
덴스케가 아버지의 그림을 그렸을 때 몸에 있는 문신을 자세히 봤다면 더 일찍 알아차렸을텐데, 돈을 받기 위한 1차 접선 장소로 정한 패밀리 레스토랑 안에 야쿠자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고 앉아 있어도 야쿠자들이 회식이라도 하는지, 아이의 아버지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 이런 마음으로 어찌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는가. 오히려 덴스케와 함께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다. 야쿠자들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 늘 쫓기거나 조직원들을 잡아와 봤지 실제 법을 어기는 유괴범을 어디 쫓아봤어야 말이지. 휴대폰 번호로 추적하는 방법도 서툴고 이 조직의 기동성은 정말 느려 터졌다. 조직원들이 좀 덜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인간적, 솔직히 총을 쏘아 사람들을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니 인간적이라고 하진 못하겠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은 감동도 있고 유쾌하다. 아들이 유괴되어 어머니는 피가 마르지만 덴스케는 아버지가 해주지 못한 것들을 히데요시가 해 줘서 너무 행복하다. 물론 다른 조직에게 유괴된 사건은 무섭긴 했지만 그 상황조차 나는 쿡쿡 웃음이 났으니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리 무섭거나 긴장감을 고조시키진 않았다. 덴스케와 캐치볼을 하며 히데요시는 일찍 죽은 히데지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히데요시, 나는 이 책의 결말로 덴스케의 곁에서 멋진 양복을 입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히데요시를 꿈꿔 왔다. 드럼통을 준비하는 야쿠자들의 행동을 보면 나의 생각은 정말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었지만 다음에 '에스엘'을 보러 가자는 덴스케에게 약속을 하는 히데요시는 또 한번 몰래 데리고 갈 생각까지 한다. 이런 용감한 행동으로 봐서 꼬마 야쿠자인 덴스케가 조장이 된다면 자신의 조직원으로 히데요시를 영입하지 않을까, 쿡쿡 이것 또한 나의 꿈일뿐이다.
덴스케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동생 히데지를 기억에서 놓아 준 히데요시. 이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인연의 끈이고, 약속이고, 함께 한 여행이었다. 비록 덴스케의 친구 데쓰오를 차에 태워 미래가 더 암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파견(덴스케는 징역을 '파견나간다'고 말한다.) 다녀온 뒤 하루 하루를 더 성실하게 살 수 있으리라. 돈이 모이면 도박을 하여 모두 날려버린 히데요시에겐 꿈이 있었으니까. 사랑하는 한나와 함께 하고 싶은 꿈 말이다. 비록 이제는 한나와 함께 할 수 없지만 언젠가 가족을 이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웃으며 읽은 '유괴랩소디', 그러나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슬픔은 아마도 히데요시에게 정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미워할 수 없는 유괴범, 그로 인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보내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