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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미로 1
신해영.이리리 지음 / 가하 / 2013년 1월
평점 :
전생을 모두 기억하는 은혜에게 현생의 삶은 그저 지금까지처럼 견뎌내야 하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일 부분일 뿐이다. 가족들 외에 타인과 인연을 맺고 싶지 않은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조용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나 현생에서 시작된 진호와의 만남은, 남은 시간을 홀로 보내길 원하는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삶을 선사한다. 거기에 준혁까지 나타나 삼각관계가 시작되었으니 전생을 기억하지 않는 22살의 평범한 여자였다면 아주 아주 행복한 고민에 빠져 어찌할지 모르는 지경이었을 것이나 은혜는 몇 번의 삶을 살았음에도 여전히 감정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기만 하다.
나에게는 은혜와 진호, 준혁의 만남이 드라마를 보는 듯 식상하다. 평범한 22살의 대학생이 아닌 그 속에 있는 영혼은 몇 백년을 살아온 전생을 기억하는 은혜이고 보니 남녀간의 사랑에도 초월하여 진호와 준혁이 보기에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첫 만남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연애의 기본인 밀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원의 미로' 작가는 진호와 은혜의 사랑에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준혁을 등장시키고, 그가 단순히 돈 많고 권력까지 가진 잘 생긴 남자만이 아니라 은혜의 전생과 이어져 있는 존재로 등장시켜 이 세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끝을 맺게 될지 모르게 긴장감을 조성 시키고자 했을 테지만 아직은 준혁의 등장이 그리 강렬하지 않다. 진호와 은혜의 사랑도 여느 사랑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보일 뿐이라 그냥 돈 많은, 권력까지 거머쥔 잘 생긴 준혁이 진호와 은혜를 훼방 놓는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생을 기억하든 하지 못하든 현생의 삶에 충실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데 전생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은혜의 마음 한 켠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있는 또 다른 '나'가 있다. 준혁을 볼 때마다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와 어디쯤에서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진호와의 만남은 전생에서의 행복하지 못했던 기억을 어루만져 주지만 준혁과는 한시도 한 공간에서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은혜를 옥죄이고 놓아주지 않는다.
진호와의 만남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지만 준혁과의 만남도 그에게는 소유욕일지라도 은혜의 전생에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준혁의 성향을 보건대 은혜에게는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닌듯 하다. 준혁과 은혜의 만남이 어디서부터 이어져 있는지, 그 인연이 이번 생에서 어떤 결과를 엮어낼지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나 아직 진호와 은혜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일지, 준혁과 은혜의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 중심일지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준혁과 은혜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흘러가고, 현생에서의 진호와의 만남이 고통스러웠던 전생의 기억들을 잊게 해 줄만큼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라면 좋을텐데, 진호와 은혜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결혼을 하자, 안하겠다, 독신이다 문제로 밀당을 하는 것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니 이들의 핑크빛 사랑이야기에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느끼고 여기에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나타나 긴장감을 느껴야 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