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년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3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탐정으로서의 재능은 없나 보다. 쇼이치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계속 하루코를 의심했으나 그녀에게는 순수하게 쇼이치를 걱정하는 마음 뿐, 위험한 상황에서도 쇼이치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바에 앉아 김렛을 주문해 한가롭게 마시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탐정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된 사건을 맡고 제대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나'는 하루코와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쯤은 있었겠지만(확실히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매개체로 마음이 통했던 쇼이치가 끔찍하게 죽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만약 쇼이치가 죽었다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해야겠다고까지 결심한다. 도대체 쇼이치를 위협하는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 한자와 마사카즈를 아주 끔찍하게 죽인 상대라면 쇼이치의 안전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어느 날 시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그런데 한자와 마사카즈를 죽인 범인은 그리 영리하지 못하다. 여기저기 단서를 흘리고 다니고, 자신의 정체를 노출시키기까지 한다. 그것을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미 갈 때까지 가 버린 범인의 상황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을 앞당겨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범인에게는 한 가지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딱 한 가지. 그것만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여겼으니.

 

경찰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봤다면 어떻게 그려졌을까. 분명 긴박감이 없는 지루한 이야기가 그려졌겠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범인을 데려오기도 했다는 다네야는 탐정 '나'의 말을 믿으면서도 아무런 준비 없이 범인과 대면하는 실수를 했고 덕분에 이번 사건에서 경찰들이 한 일이라고는 아주 아슬아슬한 순간에 나타나긴 했지만 상황이 모두 종료된 후에야 나타나 "물러나 !경찰이다!" 라고 말 한 것 밖에 없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다네야가 전설적인 인물로 그려져 조금 기대한 바가 없지는 않았는데 탐정 '나'처럼 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음에도 그의 행동은 그리 민첩하지 않았다. 탐정 '나'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나'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음흉함(?), 담대함(?)을 보인다.

 

아주 오랜 세월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들이 이번에 폭발하여 모든 것이 시원하게 터져 버렸지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네야와 탐정 '나'가 나누는 대화만으로도 사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범인의 입으로 모든 진실을 듣지 않게 한 데에는 작가의 배려가 있음일 것이다. 독자들 중 그 누구도 한자와 마사카즈의 죽음을 또 한 번 마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순수한 한 아이의 죽음이, 한 개인의 욕심에 의해, 욕망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가슴을 친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건만, 아이다운 호기심과 순수한 마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게 만들었다. 아니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그맘 때의 순수함 그것은, 자신의 목적이 순수하다면 결과를 생각지 않고 덤벼드는 용기가 있다. 그러나 자신으로인해 벌어질 위험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쇼이치를 보며,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들이 잘 해결되긴 했지만 누구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이게 한 책임에 대해 단지 이것이 그 나이 때의 순수함과 용기라고 보기엔 아이들의 행동은 그저 무모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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