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1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질문하며 나에게 도전장을 던졌는가? 이 질문은 잘못 되었다. "살인범에게 인형 트릭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렇게 물었어야 한다. 두 가지 질문에 다른 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그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을 볼 때면 꼭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에 인형에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문제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을 딱히 나누고 싶지 않다. 다만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의 질문을 받는 순간 범행 현장에 놓여지게 될 인형 또한 살해되었을 것이라 상상했기에 이 질문이 나의 상상력의 많은 부분을 막아버린 것이 못마땅하다. 뭐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 가능했다고 해도 범인이 만들어낸 정교한 트릭은 밝혀낼 수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이 이렇게라도 하소연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제 1막에서 살인범은 기요틴으로 유리코의 목을 자른다. 그리고 마쓰시타 겐조가 참석한 신작 마술 발표회에서 유리코와 후쿠토쿠 경제회의 전무 미즈타니 료헤이가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이라는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 인형 머리를 가져왔으나 마술을 선보이기도 전에 이 인형 머리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제 1막에서 살해된 유리코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유리코의 몸과 인형의 머리가 놓여져 있었으니 분명 마술 발표회에서 사라진 인형 머리일 것이다. 나는 이때만해도 제 4막까지 살인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지 못했는데 유리코의 아버지 아야노코지 사네히코에게 서녀까지 포함하여 딸이 네 명 있지 않았다면 가미즈가 해결 한 이번 사건의 방향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딸이 네 명이 아니었다면 가미즈가 아니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이렇듯 정교하게 딱딱 들어맞는 트릭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범인으로는 나카타니 조지, 미즈타니 료헤이, 시인 스기우라 마사오가 의심되는데 미즈타니 료헤이가 범인 같다. 미즈타니 료헤이와 유리코와 관계가 있는데 유리코의 자매 요시코와 약혼을 하고 있으니 범인으로 지목되기에 딱 알맞은 상대다. 그러나 나의 실력으로는 트릭을 밝혀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니 가미즈가 범인이 누구인지, 트릭까지 밝혀낼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겠다. 가미즈는 처음부터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범인을 도발했겠지만 범인의 자만심은 가미즈를 이 사건에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 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범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완전범죄라 생각했겠지. 가미즈 따위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아무리 뛰어난 명탐정인 가미즈라 해도 범인을 밝혀낼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 말이다. 어쨌든 범인의 욕망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어 가슴 아플 뿐이다. 죽을 때조차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죽는지조차 모르고 죽어간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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