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서소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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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지 않는 영원한 소년 모습의 멋진 피터팬을 동경하지 않는 소녀가 있을까. 웬디의 딸이 그리고 그 손녀가 대를 물려가며 피터팬과 봄맞이 숲속 대청소를 하러 네버랜드로 날아간다니 웬디의 입장에서는 어린시절의 추억쯤으로 여길 작은 사건이라고 애써 위로삼아 말할지 모르지만 분명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이 어찌 한탄스럽지 않을까. 한살 한살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듯 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후크선장에게 언제나 멋지게 골탕먹이는 피터팬, 네버랜드의 잃어버린 아이들은 후크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피터팬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해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행동은 어른과 다를바 없으니 내 아이들에게 피터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이 부분이 꺼려지지 않겠는가. 해적 하나씩 죽을때마다 숫자를 헤아리는 슬라이틀리의 모습을 보라. 전혀 순진한 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후크가 악당이라도 말이다.  

후크는 건방진 모습을 보이는 피터팬이 밉고 싫다. 그래서 끊임없이 괴롭히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데 늘 한발 앞서는 피터팬을 당해낼수가 없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웬디와 그녀의 동생들인 존, 마이클은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향하게 된다. 이순간이나 네버랜드에 생활하는 동안에도 오랫동안 부모님 생각은 나지 않고 그저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어 즐거울뿐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내레이션을 하는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나도 그를 통해 아이로 돌아가 할머니께 옛날 이야기를 듣는듯 마음이 들뜨게 된다. 간혹 네버랜드의 모험이야기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해 주는게 문제긴 하지만. 설명하듯이 이야기 하기에 조금 지루한것을 빼고 다 괜찮다.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은 싫고 아이들끼리 네버랜드에서 모험을 즐기면서 사는것은 좋은데 한가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터팬이 웬디의 엄마 달링부인이 들려주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조각조각 듣고 아이들에게 해주자 무엇보다 그런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웬디가 '잃어버린 아이들'의 엄마가 되니 아빠는 피터팬으로 어린시절 하는 엄마, 아빠 놀이가 되어 버린다. 어른들 흉내를 내는 웬디와 피터팬의 모습은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미래가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은 피터팬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야 하는 웬디는 이루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닐테니까. 그런면에서는 피터팬을 좋아하는 요정 팅커 벨도 마찬가지다.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피터팬을 사랑해서 웬디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말은 여기에도 해당이 되는것 같다.  

후크가 약병에 넣어둔 독약을 피터팬 대신 마시는 팅커 벨의 모습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작은 요정이라도 무시할 사랑이 아니다. 원래 후크의 신분은 해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품격을 너무나 중시하는 명문 사립학교 출신이라니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신분이야기가 나온다. 품격의 극치는 품격이 있으나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를때라고 하니 피터팬의 모습이 후크에겐 품격을 제대로 지닌 인간으로 보인다. 그것이 얼마나 얄미운지. 사실 네버랜드에서 품격이야기가 나오다니 옥의 티다. 해맑은 아이들이 있는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네버랜드에선 피터팬이 왕이다. 그가 지시하여 연극을 하고 뭐든 명령을 내리면 복종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던 악을 물리치고 가슴 따뜻한 피터팬의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다. 집으로 다시 돌아갔을때 닫힌 창문을 보고 도저히 집안에 발을 디딜 수 없어서 상처받았다고 믿는 피터팬은 조금전의 기억도 희미하기에 이 기억이 사실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그가 네버랜드를 떠나지 않고 영영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조금 억지스러워도 이해해야 한다. 아이적엔 그때의 절실함이 있는 거니까. 유모차에서 떨어진 '잃어버린 아이들'이 각자의 부모의 곁으로 가지 않고 달링부부와 웬디, 존, 마이클의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 좋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달링 부부의 마음이 느껴지니까. 피터팬이 외롭게 보일지 몰라도 "난 젊음이고 기쁨이다"라며 후크 선장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며 요정, 인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기에 난 그저 구경꾼이지만 피터팬이 영원이 아이로 남아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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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이선미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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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끝나고야 이 책을 읽으니 좋은 점은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다르게 나만의 상상의 세계속에서의 고은찬, 최한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처음 책장을 넘길때는 드라마속 주인공의 공유와 윤은혜가 책속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조금 지나자 이미 내가 그린 이미지의 전혀 다른 느낌의 두사람이 보였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다른 내용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더운 여름날 무더위도 잊을 수 있게 나의 마음속에 들어온 '커피프린스 1호점', 이제 다시 그 사랑이 시작되려고 한다.  

거친 욕설과 표현들이 난무하는 이 곳 커피프린스는 남자들의 세계라 드라마보다 조금 더 거칠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고은찬의 발랄함은 우울한 내 마음까지 날려버리니 정말 이웃간에 정도 느낄 수 있는 옛날 다방같은 커피프린스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싶다. 아울러 꽃미남들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 고은찬이 까마귀 나라의 양아치라 부르는 민엽은 늘 갑자기 나타나 은새를 차지하기 위한 결투를 신청하고 이것이 결국은 은찬을 크게 다치게 하는 계기가 되지만 드라마에서 없었던 낙균의 존재는 드라마에선 민엽의 자리가 되었으니 낙균이란 존재도 함께 했다면 어떤 꽃미남을 데려왔을까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한다.  

한성과 유주의 사랑이야기는 크게 다뤄지지 않고 여전히 떠난 유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성의 모습이 보이지만 은찬과 한결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가는 두사람. 이야기가 조금 더 나아갔다면 이 두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동이그룹의 세력다툼, 출생의 비밀 이런것들이 적절하게 녹아있고 고아인줄 알았던 자신의 출생이 밝혀지면서 소원했던 가족과의 끈을 찾아가는 한결의 곁엔 은찬이가 있기에 더 견디기 쉬웠을 것이다.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니까. 죽은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며 가족의 무게마저 모두 짊어지는 은찬의 큰 어깨는 한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그 무게를 조금은 덜 수 있었으니 아마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일까. 아마도. 

정육점 구씨 아저씨의 은찬 엄마에 대한 사랑. 철없는 공주과의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아저씨가 친구같아서 도저히 '아버지'라 부르기가 쑥스럽지만 핑크빛 사랑을 하는 은찬과 한결, 은새와 선기가 데이트를 가고 혼자 있지 않고 구씨 아저씨과 함께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란 자리가 새삼 달라 보인다. 이제야 제대로 된 가족이 된 것이라 조금은 마음 편하게 아버지의 짊을 벗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리스타 공부를 하며 사랑도 이쁘게 이쁘게 해 나간다. 남자라도 좋았던 한결, 그것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하지만 주위사람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감정이 가는대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너무 멋져보인다. 어째 여긴 전부 꽃미남들만 있는 것인지. 괜시리 자는 남편의 얼굴 보기가 싫어지는데 꿈에서나마 최한결의 꿈을 꿔 볼까나. 결혼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최한결, 고은찬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지.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옆구리 시린 사람들 많을텐데 어서어서 제 짝을 찾았음 좋겠다.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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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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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올빼미 사내의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 조금 웃긴다. 낡은 갈색 가죽코트, 스키용 선글라스, 흰장갑을 끼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나타나지만 솔직히 이런 모습이라면 무섭다기 보다 어이없어 하면서 보지 않을까. 창 밖의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름끼치는 상상을 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이 올빼미 사내는 세상사람들에게 전설의 존재가 되고 싶은가 보다. 인터넷에 '올빼미 사내'에 대해 올리고 반응이 없자 다른 사람인양 거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흥미를 이끌어 내려고 하다니 어찌 보면 아직 아이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것 같기도 하고 여튼 좀 괴상하다. 

올빼미 사내가 호-오, 호-오, 호-오 울면 똑같이 울어야 자신의 동족으로 생각하고 죽이지 않는다. 단 찍찍, 찍찍, 찍찍 쥐소리를 내면 먹잇감으로 보고 잡아먹으니 조심해야한다. 올빼미 사내를 만났을때의 공식이다. 아이들이라고 이 전설을 전부 믿지는 않아서 '나라'에서 한 아이를 만났을때 '당신 인간이지. 어디 해봐라'는 식으로 찍찍, 찍찍대고 울었을때의 느낌이란, 잘못하면 전설속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인으로까지 치닫게 만든다. 참 용감한 아이가 아닌가. 무시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다니 나는 도저히 못할 행동이다. 아마 여기서부터가 올빼미 사내의 연쇄살인으로의 충동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이십면상을 가진 올빼미 사내로 둔갑시켜 버렸다. 가상의 인격을 만들어 세상을 누비며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 그저 몽상가 살인마의 모습만 보이고 있어 날지도 못하는 올빼미가 정말 올빼미라고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공포심만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터 이 몽상에서 제발 깨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그저 살인마일뿐이야.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올빼미 사내의 비극적인 종말은 보지 못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섬짓함을 느끼게 한다. 올빼미 사내에 이어 '어제의 공원, 아이스맨, 사자연, 월석'까지 총 다섯편이다. 여기에서 '어제의 공원'의 주제는 최근에 읽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생각나게 한다. 친구의 죽음을 막아보고자 마치가 죽기전으로 몇번을 돌아가지만 오히려 친구의 죽음이 더 참혹해질뿐 주변사람들까지 죽게 되니 자신의 진심을 마치에게 전해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늘 선택의 길에 서서 다른 삶도 있지 않을까 과거로 가고 싶어하지만 그 결과는 똑같을 수도 있고 더 나쁠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쉬워 하기 보다 지금이 중요한데 욕심이란 것이 날 항상 시험하는 것 같다.  

다섯편의 단편들의 주제는 다 다르지만 '사랑'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옆에 있어줄 것이냐고 묻는 논코에게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한 가즈키는 훗날 얼어있는 갓파의 존재가 논코임을 깨닫고 냉동창고에서 일하며 그녀 곁에 머물게 된다. 친구가 없는 논코에게 친구도 만들어주고 싶은 가즈키, 옛날 신사의 마쓰리에서 만나 갓파를 보여준다며 허름한 버스로 데리고 간 논코는 자신이 죽인 동생 '유지'처럼 죽어 차갑게 얼려졌지만 가즈키는 분명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논코란 것을. 제목이 '아이스맨'인 이 이야기는 마음이 얼어버린 사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이 이렇게 꽁꽁 얼어서 좀체 마음을 열어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넌 죽을 것이다"라며 내 주머니 속에 언제 오렌지 씨앗 다섯 개를 넣어둘지 알 수 없는게 인생이고 '월석'에서처럼 가족에게 때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기에 저주 받은 마네킹이 그 누구의 모습으로 변해 나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나 잘났다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내 가까이에 누가 있는지 둘러보면서 여유롭게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되지만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인생이기에 그저 덜 상처주면서 살아가길 바랄뿐이다. 그럼 덜 미안할테니까. 공포스러운 주제라고 가볍게 읽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것이 녹아있어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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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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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달려왔건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을때의 허탈감. 전체 내용중의 일부일뿐이란 것을 처음부터 모르고 읽은 내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이들의 운명이 대체 어떻게 될것인지 선이 악을 이기겠지만 어떤식으로 마무리 될 것인가 궁금하다. 하나씩 베일이 벗겨질때 내가 생각하던 것이 진실에 근접했을때의 행복감은 제쳐두고 차원의 문이 열려 이둔으로 함께 간 크리스티안, 샤일, 알렉산더, 잭, 빅토리아, 알레그라가 어떻게 되는지 기다려야 함은 사실 좀 고통스럽다. 

세 개의 달과 세 개의 태양이 결합하는 날, 아슈란이 셰크와 결탁하여 이둔을 무너뜨렸을때 최후의 유니콘과 용만이 이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신탁이 있었다. 이 유니콘과 용을 지구로 보낸뒤 이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한 작전이라고 할까. 알산과 샤일이 경계인 림바드에 머물며 유니콘 루나리스와 용 얀드라크를 찾고 있다. 아슈란에 의해 유니콘과 용을 죽이는 임무와 이둔을 도망친 변절자를 찾아내 죽이는 키르타슈의 존재는 있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하다. 차갑게 쏘아보는 눈빛에 머릿속은 그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죽게 된다.  

책을 읽는내내 왜 주인공이 키르타슈로 생각되어 지는지 의문이었다. 불의 검인 도미바트의 주인공인 잭이 영웅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아슈란에 대항하는 '저항군'에 소속된 빅토리아는 왜 잭보다 키르타슈에게 더 끌리는가? 누구보다 강력하고 이를 무찌를수 있는 사람은 잭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빅토리아뿐 아니라 나의 가슴도 두근거리게 만든다. 반대편이라 자신을 죽여야 하는 사람이나 늘 손끝에 자비를 베풀고 거기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진 자라면 빅토리아가 사랑할만도 하다. 그러나 잭과 키르타슈 이 둘을 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조금 실망감도 들긴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다 이유가 있었으니 운명이라고 해야할까. 태어난순간부터 잭과도 영혼으로 묶인 그녀이기에 이해해야겠지. 

잭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 키르타슈, 엄밀히 말하면 마법사 엘리온이 죽인것이지만 본능적으로 그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빅토리아의 눈빛을 보고 점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드는 키르타슈. 삼각관계라고 할 수 있는 이 세사람의 운명은 어찌 될까. 정말 죽고 죽이는 관계여만 하는 것일까. 잭과 빅토리아가 어떤 존재인지 2권쯤에서 눈치를 챘었다. 주변 사람들도 서서히 눈치를 채거나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빅토리아와 잭에게 알려주려고 하면 꼭 주저하고 멈춰버리니 드라마를 보면 중요한 순간에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모습과 똑같아 갑갑하다.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지만 보는 이는 숨이 다 막힐 정도니 어쩌랴. 그저 책장을 얌전히 넘기는 수 밖에 없다.  

열다섯이 되면 어른이 되는 림바드나 이둔의 세계. 샤일이 엘리온에 의해 죽고 알산이 납치되어 늑대의 영혼을 몸에 가진 하이브리드가 되고 잭과 빅토리아를 헤칠까 겁이나 림바드를 떠난 2년동안 잭은 빅토리아를 두고 알산을 찾아 헤맨다. 이 시간 동안 한층 성숙해지고 어른이 된 잭과 빅토리아. 서로 떨어져있지 않았다면 키르타슈에게 빅토리아의 마음을 넘겨주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늘 후회하면서 보낸 세월이지만 빅토리아의 마음안에 키르타슈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참담함이란. 배신행위를 하는 것이니 빅토리아는 고통스러워 하지만 이 두사람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 지루해지기도 한다. 키르타슈가 빅토리아 곁으로 오게 되는데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서였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지구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키르타슈, 빅토리아는 그를 크리스티안으로 부르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노래를 부르는 키르타슈의 모습이 참 인간적으로 다가오긴 한다. 그러나 눈빛 하나로 영혼까지 죽일 정도의 무서운 존재이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저항군에 의탁하여 힘을 보탠다니 다행한 일이다. 적으로 두기엔 너무 강하니까. 잭이 변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언젠가 볼 수 있겠지만 이둔에서의 이들의 능력을 보지 못하고 "이둔의 기억"이 마무리 되어 안타깝다. 잭이 더 강력한 존재가 되어 키르타슈와 당당하게 결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은데. 사랑의 승자가 누가 될지. 두사람을 사랑하는 빅토리아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쩌면 그녀가 부러워서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최고의 영웅이 가려지는것을 보고 싶다. 어느쪽이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결투일텐데 내가 너무 잔인한것일까. 아픈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빅토리아. 나도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는게 아닌 그녀에게 치료받고 싶다. 마법이 살아있는 그 시대에 나도 한걸음 다가서고 싶으니 아직 마음은 어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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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랑하라 - 참된 모성애로 우리 아이 훌륭하게 키우기, 생활의 양식
미셸 보르바 지음, 김지은 옮김 / 일용할양식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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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놓고 보면 종교적인 냄새가 나지만 책장을 넘기니 자녀교육서였다. 친정엄마가 나를 본다면 "자식키우는데 무슨 자녀교육서가 필요하냐?"고 이야기 하며 "제 먹을 밥그릇은 타고 태어난다"며 고지식한 말들을 늘어 놓으실 것이다. 그런것 없이도 잘 키워내지 않았느냐고. 나의 어린시절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 학원을 몇개씩 다니는 아이들보다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놀며 자유롭게 자랐지만 오히려 집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는 아이들이 부러워지는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역시 어떤 것을 선택해도 부족함이 생기는 것인가. 요즘처럼 살기 힘들고 평생직장이라고는 없는 시대에 아이가 더 잘되기를 바라고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는 이곳에서 우뚝서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란 그래서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우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숙제를 잊고 안 가져왔을 때 숙제를 갖다 주는 보호형 엄마, 아이들을 위해서 모든 준비물을 챙겨 주고 빠진 것이 없나 항상 살펴보는 헬리콥터형 엄마들의 희생은 정말 눈부시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강남엄마'를 떠올리게 되는데 무엇보다 이 책에서 추구하는 바는 '아이들이 원하는 행복'을 알아보라는 것이다. 분명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진데 어찌 이리 한국의 엄마들의 모습과 똑같은지 깜짝 놀라면서 읽은 책이다. 내가 받은 어린시절의 열등감을 쇄신하기 위해 그 반대급부로 아이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그것이 진정 니가 행복해질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해도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강요한 삶을 살게 하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게 만드는 책, 여러가지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동네사람들에게 우등생으로 불려지는 마이클이 어느날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때의 사람들의 충격이란. 부러워만 했던 아이가 전혀 행복하지 않고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경찰견 에디가 마이클을 살렸으니, 그저 에디는 마이클을 핥은 것 밖에 없는데 아무 노력할 필요 없이 그저 개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기에 총을 내려놓았던 마이클을 이렇게 만들었던 이는 분명 엄마였다. 너무 사랑해서 이 세상 전체를 마이클에게 주고 싶었던 결과가 이런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그녀에겐 마이클과 함께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짐을 감사한다. 

대학이나 과를 선택하는 것조차 엄마가 지정해 주고 지원서도 대신 써주는 열혈엄마의 모습에서 이제 성인이 되고 대학에서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하고 학문에 정진할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이겨낼 의지조차 없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적절히 떨쳐내는 훈련을 필요로 하는데 태어나자마자 늘 엄마가 이끌어주는대로 살아왔던 아이들이 정작 자유가 주어졌을때 이겨내지 못할 난관들에 좌절하게 되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닌가. 뱃속에서부터 자신이 생각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에게 잠시 숨돌릴겸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나는 가족이 될 아이가 생기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학원에 보내어 아이들의 자유를 잡을 생각은 없지만 막상 다른 욕심이 생길지도 모르기에 마음을 다잡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단 5분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해 보라. 어느 순간 행복이 충만한 가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땅의 엄마들의 마음은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말고 아이가 원하는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사랑과 훈육을 통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된것이리라. 성적으로 꿈이 좌절되고 이루어지기도 하기에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아이들을 삐뚤어지게 한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 주지 않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하겠지만 어린시절의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었으니 이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성적 100점을 맞지 않았다고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내 아이의 보석같은 능력을 죽이지도 말고 그저 마음으로 사랑하면 그 아이의 진정한 행복이 보일것이니 훗날 아이가 커서 자신이 태어남을 고마워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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