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서소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어른이 되지 않는 영원한 소년 모습의 멋진 피터팬을 동경하지 않는 소녀가 있을까. 웬디의 딸이 그리고 그 손녀가 대를 물려가며 피터팬과 봄맞이 숲속 대청소를 하러 네버랜드로 날아간다니 웬디의 입장에서는 어린시절의 추억쯤으로 여길 작은 사건이라고 애써 위로삼아 말할지 모르지만 분명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이 어찌 한탄스럽지 않을까. 한살 한살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듯 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후크선장에게 언제나 멋지게 골탕먹이는 피터팬, 네버랜드의 잃어버린 아이들은 후크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피터팬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해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행동은 어른과 다를바 없으니 내 아이들에게 피터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이 부분이 꺼려지지 않겠는가. 해적 하나씩 죽을때마다 숫자를 헤아리는 슬라이틀리의 모습을 보라. 전혀 순진한 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후크가 악당이라도 말이다.  

후크는 건방진 모습을 보이는 피터팬이 밉고 싫다. 그래서 끊임없이 괴롭히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데 늘 한발 앞서는 피터팬을 당해낼수가 없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웬디와 그녀의 동생들인 존, 마이클은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향하게 된다. 이순간이나 네버랜드에 생활하는 동안에도 오랫동안 부모님 생각은 나지 않고 그저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어 즐거울뿐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내레이션을 하는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나도 그를 통해 아이로 돌아가 할머니께 옛날 이야기를 듣는듯 마음이 들뜨게 된다. 간혹 네버랜드의 모험이야기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해 주는게 문제긴 하지만. 설명하듯이 이야기 하기에 조금 지루한것을 빼고 다 괜찮다.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은 싫고 아이들끼리 네버랜드에서 모험을 즐기면서 사는것은 좋은데 한가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터팬이 웬디의 엄마 달링부인이 들려주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조각조각 듣고 아이들에게 해주자 무엇보다 그런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웬디가 '잃어버린 아이들'의 엄마가 되니 아빠는 피터팬으로 어린시절 하는 엄마, 아빠 놀이가 되어 버린다. 어른들 흉내를 내는 웬디와 피터팬의 모습은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미래가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은 피터팬과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야 하는 웬디는 이루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닐테니까. 그런면에서는 피터팬을 좋아하는 요정 팅커 벨도 마찬가지다.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피터팬을 사랑해서 웬디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말은 여기에도 해당이 되는것 같다.  

후크가 약병에 넣어둔 독약을 피터팬 대신 마시는 팅커 벨의 모습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작은 요정이라도 무시할 사랑이 아니다. 원래 후크의 신분은 해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품격을 너무나 중시하는 명문 사립학교 출신이라니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신분이야기가 나온다. 품격의 극치는 품격이 있으나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를때라고 하니 피터팬의 모습이 후크에겐 품격을 제대로 지닌 인간으로 보인다. 그것이 얼마나 얄미운지. 사실 네버랜드에서 품격이야기가 나오다니 옥의 티다. 해맑은 아이들이 있는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네버랜드에선 피터팬이 왕이다. 그가 지시하여 연극을 하고 뭐든 명령을 내리면 복종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던 악을 물리치고 가슴 따뜻한 피터팬의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이다. 집으로 다시 돌아갔을때 닫힌 창문을 보고 도저히 집안에 발을 디딜 수 없어서 상처받았다고 믿는 피터팬은 조금전의 기억도 희미하기에 이 기억이 사실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그가 네버랜드를 떠나지 않고 영영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조금 억지스러워도 이해해야 한다. 아이적엔 그때의 절실함이 있는 거니까. 유모차에서 떨어진 '잃어버린 아이들'이 각자의 부모의 곁으로 가지 않고 달링부부와 웬디, 존, 마이클의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 좋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달링 부부의 마음이 느껴지니까. 피터팬이 외롭게 보일지 몰라도 "난 젊음이고 기쁨이다"라며 후크 선장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며 요정, 인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기에 난 그저 구경꾼이지만 피터팬이 영원이 아이로 남아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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