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올빼미 사내의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 조금 웃긴다. 낡은 갈색 가죽코트, 스키용 선글라스, 흰장갑을 끼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나타나지만 솔직히 이런 모습이라면 무섭다기 보다 어이없어 하면서 보지 않을까. 창 밖의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름끼치는 상상을 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이 올빼미 사내는 세상사람들에게 전설의 존재가 되고 싶은가 보다. 인터넷에 '올빼미 사내'에 대해 올리고 반응이 없자 다른 사람인양 거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흥미를 이끌어 내려고 하다니 어찌 보면 아직 아이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것 같기도 하고 여튼 좀 괴상하다. 

올빼미 사내가 호-오, 호-오, 호-오 울면 똑같이 울어야 자신의 동족으로 생각하고 죽이지 않는다. 단 찍찍, 찍찍, 찍찍 쥐소리를 내면 먹잇감으로 보고 잡아먹으니 조심해야한다. 올빼미 사내를 만났을때의 공식이다. 아이들이라고 이 전설을 전부 믿지는 않아서 '나라'에서 한 아이를 만났을때 '당신 인간이지. 어디 해봐라'는 식으로 찍찍, 찍찍대고 울었을때의 느낌이란, 잘못하면 전설속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인으로까지 치닫게 만든다. 참 용감한 아이가 아닌가. 무시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다니 나는 도저히 못할 행동이다. 아마 여기서부터가 올빼미 사내의 연쇄살인으로의 충동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본능이 이십면상을 가진 올빼미 사내로 둔갑시켜 버렸다. 가상의 인격을 만들어 세상을 누비며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 그저 몽상가 살인마의 모습만 보이고 있어 날지도 못하는 올빼미가 정말 올빼미라고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공포심만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터 이 몽상에서 제발 깨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그저 살인마일뿐이야.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올빼미 사내의 비극적인 종말은 보지 못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섬짓함을 느끼게 한다. 올빼미 사내에 이어 '어제의 공원, 아이스맨, 사자연, 월석'까지 총 다섯편이다. 여기에서 '어제의 공원'의 주제는 최근에 읽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생각나게 한다. 친구의 죽음을 막아보고자 마치가 죽기전으로 몇번을 돌아가지만 오히려 친구의 죽음이 더 참혹해질뿐 주변사람들까지 죽게 되니 자신의 진심을 마치에게 전해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늘 선택의 길에 서서 다른 삶도 있지 않을까 과거로 가고 싶어하지만 그 결과는 똑같을 수도 있고 더 나쁠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쉬워 하기 보다 지금이 중요한데 욕심이란 것이 날 항상 시험하는 것 같다.  

다섯편의 단편들의 주제는 다 다르지만 '사랑'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옆에 있어줄 것이냐고 묻는 논코에게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한 가즈키는 훗날 얼어있는 갓파의 존재가 논코임을 깨닫고 냉동창고에서 일하며 그녀 곁에 머물게 된다. 친구가 없는 논코에게 친구도 만들어주고 싶은 가즈키, 옛날 신사의 마쓰리에서 만나 갓파를 보여준다며 허름한 버스로 데리고 간 논코는 자신이 죽인 동생 '유지'처럼 죽어 차갑게 얼려졌지만 가즈키는 분명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논코란 것을. 제목이 '아이스맨'인 이 이야기는 마음이 얼어버린 사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이 이렇게 꽁꽁 얼어서 좀체 마음을 열어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넌 죽을 것이다"라며 내 주머니 속에 언제 오렌지 씨앗 다섯 개를 넣어둘지 알 수 없는게 인생이고 '월석'에서처럼 가족에게 때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기에 저주 받은 마네킹이 그 누구의 모습으로 변해 나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나 잘났다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내 가까이에 누가 있는지 둘러보면서 여유롭게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되지만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인생이기에 그저 덜 상처주면서 살아가길 바랄뿐이다. 그럼 덜 미안할테니까. 공포스러운 주제라고 가볍게 읽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것이 녹아있어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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