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만만 엽기 그리스 로마 신화 1 - 올림포스의 탄생 편
이채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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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앞에 "엽기"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이 책의 수준을 폄하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룬 같은 내용이라도 어렵고 무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유쾌하고 재밌어서 뒷내용이 궁금해서 미칠정도로 이야기에 쏙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책 등 다양하니까. 이 책은 그 후자쪽이다.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신화가 아닌 웃으면서 기억하기 쉽게 짜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제우스가 최고의 신이 된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쿠데타가 일어난 역사들 중 그 시초가 된 것이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아버지를 내쫓고 최고의 신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그 뒤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았으니 그 벌은 다 받았다고 보면 될까. 책 속에 나와있는 그림에 "쟤가 쿠데타 원조네"란 말을 보면 이해하기가 더 빠를 것이다. 풍자한 그림이긴 하지만 그냥 넘겨버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바다에 던졌을때 떨어진 자리 주위에서 하얀 거품이 일더니 탄생한 여신이 "아프로디테"였다고 하는데 탄생비화가 좀 타인에게 말하기 불편해서 어찌 말하라고, 미의 여신의 탄생이 이럴줄이야.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워낙에 바람둥이라 자식들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질투한다고 정신이 없다. 참으로 신이라고 하지만 정녕 존경해야하는지 생활이 너무 문란하지 않은가. 맘에 안들면 인간의 세상도 "워터 월드"에서처럼 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신이다 보니 감히 투덜거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제우스의 행동반경도 예측하여 방비를 세우게 하는 신이 있었으니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프로메테우스"다.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불'을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게 던져줬다 하여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 그 벌로 무려 3,000년간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신이라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려나. 오히려 3천년간 반복적인 행동에 질렸을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삶을 받은 신에게는 별일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신들의 나라를 평정한 제우스가 권좌에 앉고 보니 정작 다스릴 백성이 없자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인간들이었다. 근데 제우스에게는 인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된 것 같다. 욕심만 많고 오로지 아름다운 여신이나 여인들에게 집중할 뿐이니 그러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어흠, 어흠"하며 권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신들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있던 시절 이브가 참을성이 있었다면 여전히 천상낙원에서 살아갔을 것을, 그러나 이런 약한 참을성으로 인해 희노애락을 가진 세상의 삶이 있고 그 뒤로 끊임없이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이 호기심이야말로 인간들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 아닐까. 이만큼의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은 그 호기심이었으니. 이브나 온갖 나쁜 것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은 판도라만 나무랄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도 상자를 눈 앞에 두고 열지 마라며 "절대 열지 말것"이라고 표시를 해 둔들 금방 보고 제자리에 두자는 생각에 순식간에 열어봤을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참으로 재밌다.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운 여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때 양을 치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헤라가 약속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 준다며 "헬레네"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줌으로써 파리스가 선택한 아프로디테가 그리스 로마시대의 미의 여신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니 '트로이'의 영화에서 봤던 파리스가 헬레네를 얻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그 시절에도 신들이 존재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영화나 책을 통해 보게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내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들의 세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손 대대로 이 신화이야기에 열광할 이들이 있는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것이니 참으로 매력적인 '신'들이지 않는가. 1권에 이어 그 뒷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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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삶
칼 번스타인 지음,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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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2007년 1월 20일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참으로 멋지고 당당한 여인이 아닌가. 나의 평범한 인생이 그녀로 인해 더 작아지는 것 같아 쓸쓸해지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도 세상에 태어나 평범한 어린시절을 거쳐 점점 성장해 나간 것을 보니 그리 멀리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크고 멋진 삶을 키워나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이미 웨즐리 여대생 시절 그녀는 '정치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었으니 부단히 노력해서 이뤄낸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나는 전혀 노력안한 것으로 비춰질수도 있어 또 서글퍼진다.

 

이 책은 힐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 저자가 힐러리의 주변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고 보면 된다. 일일이 다 만나 책으로 엮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터뷰 형식이라 사실 지루하기도 하고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사실감이나 생동감이 떨어져서 아쉽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지면을 거의 차지하는지라 속속들이 동조하며 읽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단지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미국이라는 큰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해야할까.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이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아버지 휴 로댐과 함께 한 세월이 클린턴을 견디게 해주었다고 할 정도로 그리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다 보다. "자신의 가치관은 어린시절 자주 상충되던 부모의 가치관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정치관은 양쪽 모두에게 받았다"고 회상하는 힐러리의 말을 통해 그녀는 이미 어린시절부터 훗날 자신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대학시절 정치적 견해가 달라 아버지와 반목하게 되지만 훗날 그녀는 아버지를 우상화 시킴으로써 "그의 교육방법은 이상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역시 아버지로부터 나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일까.

 

남편인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사건으로 그녀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지만 그녀는 정작 "그의 바람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빌을 바꾸지 못했다는 무기력"함이 더 견딜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말을 통해 그녀는 빌 클린턴을 만나 정치적 동반자로서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1970년 예일에서 빌을 처음 만나고 빌이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니 빌 클린턴과의 결혼을 생각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남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위에서 그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사랑하니까"라고 말하며 아칸소로 출발한 그녀, 비록 사랑으로 시작된 두사람의 관계가 그 뒤로 힘든 시련을 겪긴 하지만 잘 이겨내고 사람들속에 우뚝 선 그녀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1968년 공화당 의회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할 자신의 모습이 있었을까. 그때의 워싱턴은 절망적이고 황량했다. 케네디 암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킹 목사의 암살 이후 일어난 방화 등 소요 사태의 휴우증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정치계에 몸을 담기전 이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저 "불쌍하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류보존", "자연보호'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지금의 모습은 그때 하나하나 쌓여져 만들어진 지금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하듯 이루어지는 이 책이 100% 힐러리를 예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그녀가 만난 여성들쪽에서 "동성애자"라고 말하며 나타나는 사람이 없음을 말하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 준다. 자기 반성적 본성이 결여되어 실패한 일에 대해 변명을 하기도 했던 완벽한 모습이 아닌 조금은 인간적인 힐러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옆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가 이젠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타인의 삶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우뚝선 그녀에게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지든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역사속에 나도 나대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삶이 부럽지만 나의 삶도 그리 녹록치 않기에 그녀를 본보기 삼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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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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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여섯번째 사요코"였기에 단편 <도서실의 바다>는 꽤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학교 괴담 같은 사요코의 존재가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어느 구석에서 뭔가가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하면서 봤기에 책을 다 읽고 났을때는 괜히 긴장한 듯 하여 헛웃음마저 나온다.

 

이 책은 첫장부터 만만하지가 않았다. <봄이여 오라>를 읽다가 도저히 어려워서 못 읽겠다 싶어 책장에 꽂아뒀다가 다시 들었다. 시간차에 의한 똑같은 기억의 반복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보려고 뒷페이지를 보니 그저 '시간 괴담'이라고 나와있을뿐 그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온다리쿠의 책은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한 책들이 많은데 결론은 모호한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눈앞에서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납득하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이라 끝이 여운을 남기는 내 눈을 통해 직접 볼 수 없는 결말은 오히려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공포심을 일깨우니 온다리쿠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리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만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서니까" <노스탤지어>에서 그리운 기억에 대해 한명씩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니 꼭 괴담을 듣는 듯 소름끼치는 내용도 있고 듣는 이는 공포심이 들지만 본인은 그 아련한 기억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기억을 떠올려 볼까. "내가 느낀 첫 그리움의 기억은 언제였지?"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믿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기억을 더듬어 봐도 아주 어린시절은 기억나지가 않는다. 더듬어 보니 7살때의 기억이 최초의 기억인 것 같다. 어릴적 누군가와 사진을 찍었는데도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아 여간 섭섭하지가 않다. 아무리 좋은 추억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은 추억이라 할 수 없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유독 나쁜 기억은 참으로 오래도 간다. 선명한 그 기억은 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데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 마음만 움츠러든다.

 

<작은 갈색 병>을 가지고 다니는 "미호". 피를 보고 싱긋 웃는 그녀의 뒤를 캐는 세키야가 위태로워 보인다. 분명 그것이 붉은 피라는 느낌이 있어 직접 파헤쳐 보고 싶은 호기심이 그녀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게 하니 세키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직접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아 세키야가 당한 그 끔찍한 기억을 내가 짐작해 봄으로써 공포심에 팔에 소름이 돋게 된다. 나의 호기심마저 그녀의 갈색 병을 확인하고 싶다 아우성치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며 가슴만 두근두근거리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미호'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기에 나도 그 갈색 병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겠다. 그래 나의 용기란 늘 이정도인 것이다. 홯

 

열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니 역시 단편들을 읽는 재미란 서로 다른 빛깔의 맛있는 음식을 골라먹는 재미? 아마 그런것 같다. 온다리쿠를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는 입문서 같은 이 책이 나에게도 그녀의 다른책들을 빨리 읽어보라고 유혹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각 각의 단편들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문 중앙에 무늬가 있는 듯 깨져 있는 형상이 있는 문도 있고 일반적인 문 형태로 나를 맞이하는 것도 있다. 물론 깨져 있는 문 같은 곳엔 고개만 디밀고 안을 살펴서 충분히 안전한지 알아보고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 늘 그 무서움이 나를 그 곳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닫힌 문이 아닌 조금 열려진 문에 들어서고 싶은 사람이 있는 한 그녀의 이야기들은 끝이 없으리라. 과연 내가 들어설 이 방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혼자 들어갈 용기가 안나는데 같이 갈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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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무어 1 - 시간의 문 율리시스 무어 1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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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율리시스 무어가 제시하는 인터넷 게임보다 더 재밌다고 이야기 하며 이 기묘한 모험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면 과연 선뜻 나서는 아이들이 있을까. 나의 어린시절은 그저 아이들과 모여 하는 놀이라고는 술래잡기, 숨박꼭질, 고무줄 놀이나 종이 인형놀이 등 탁월한 모험심이 필요하지 않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쌍둥이 남매 제이슨과 줄리아 그리고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인 릭은 단조로운 일상 말고 새로운 모험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저 문뒤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런 준비없이 성큼 발을 들여놓으니 보는 내가 다 아찔해진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삐그덕 거리는 빌라 아르고.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이 저택은 밑에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난간도 없어 위험해 보이구만 아이들이 수영복을 들고 바다로 나가는데 네스터는 그냥 내버려 두다니 쌍둥이 남매의 부모가 짐을 가지러 런던에 간 동안 잘 돌봐달라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아이들이 모험을 할 수 있게 표가나게 내버려 두는 모습에서 이 사람이 원하는게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게 된다.

 

네개의 열쇠구멍이 있는 문을 열고자 하는 아이들,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너무도 쉽게 열고야 만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채 성큼 그 곳에 발을 디밀고, 그나마 양초며 <사라진 언어 사전>으로 양피지에 적힌 암호를 풀어가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열쇠를 찾는 단서들은 눈 앞에 뻔히 보이게 방치해 둠으로써 누군가가 이 아이들을 그 곳으로 보내고자 한다는 것을 잘 알수가 있다. 유령이니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상에 빠져있는 제이슨의 말들에 점점 믿음이 갈 정도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유령의 존재는 일찌감치 네스터를 통해 율리시스 무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니 단지 이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문을 계속 통과하여 저 뒤에 무엇이 있는 것만 모를뿐이다.

 

이 저택을 사기 위해 네스터에게 돈을 뿌려대는 여자 오블리비아 뉴턴은 이 저택에 살고자 하는 욕심 말고 또 다른 탐욕을 가진 듯 하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거칠게 운전하는 만프레드에 의해 릭이 차에 치일뻔하기도 했으니 그다지 도움이 되는 인물들은 아닌듯 하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빗길에 미끄러운 절벽의 계단을 오르며 제이슨이 떨어지는 일이 생겨 정말 아찔하다. 왜 이런 위험한 일이 생기는 것인지 물론 제이슨이 좀 덜렁거리긴 하지만 정말 끔찍하지 않는가. 바위틈에 끼여 다행히 생명을 건지고 거기서 발견한 것들로 인해 아이들의 모험이 시작되긴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을뻔했으니 이 모험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 문이든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게 아닌가 염려가 된다. 

 

과연 율리시스 무어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여린 아이들을 저 문 뒤로 보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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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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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할때면 늘 "카스트제도"가 함께 떠오른다. 무심히 생각하며 외웠던 단어가 누군가들의 가슴에는 평생 벗어던지고 싶었던 신분의 굴레였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옛날 신분제 사회였고 그 굴레안에서 가슴을 쥐어 뜯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한많은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밤을 새어도 모자라지 않겠는가.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마음 편할지도 모르지만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것을 따르며 살아가기에는 이 사람들의 가슴엔 큰 불덩이가 활활 타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불가촉천민으로 상층 카스트들이 들어가는 사원에 못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지 않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은 대대로 내려오던 카스트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었으니 이 글을 쓴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에겐 자신의 자식들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열정을 모두 쏟아부울 수 있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옷을 살 돈이 없어도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지 않게 신발은 꼭 사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자식들은 꼭 교육을 받게 해야한다"는 바바사헤브 암베드카르의 말에 따라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지만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장실에서 드러눕기까지 하는 그 열정에 아이들이 모두 성공한게 아니었겠는가. 죽음의 길에조차 자신이 선택한 날을 택해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중에 편안하게 떠난 다무의 모습에 "이젠 편안해져도 된다"고 다독거려주고 싶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다무와 소누의 막내로 태어나 막내라는 뜻의 츠호투로 아버지에 불리어진다. 물론 또 다른 별명 "일류 사기꾼"라고 불리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을 추억하는 그의 마음이 내게까지 전해져 온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어도 참으로 행복한 삶이 아니었나 생각되니까. 남편이 죽고 까무잡잡했던 그를 생각나게 하는 까마귀에게 먹이른 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비록 "남편은 어떤 사람이었냐?"는 물음에 "나를 한번도 때리지 않았고 때리려고 손을 치켜들지도 않았다"는 말을 하여 그 시절 사람들 부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그녀가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겠는가.

 

바바사헤브운동에 동참하는 다무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하나씩 이루어내어 그 아들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사원에 발을 디딜수 있음으로써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먼길을 맨발로 걸어 사원앞에 닿았을때 불가촉촌민인 딜라트인들의 접근을 막는 경계에 있는 돌, 사원 경제선에 놓인 돌을 잡고 눈물을 흘린 츠호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다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들의 삶을 따라가며 조금이나마 고단했던 삶을 들여다 보았기에 조금은 그 눈물을 함께 나눠도 되지 않을까.  

 

자신들의 존엄성이 짓밟힌, 태어나면서부터 숨쉬며 살아가는 모든 것이 힌두교에 의한 것이었을 그들이 상층 카스트들이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바사헤브의 말에 따라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모습은 소누의 마음처럼 '나도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 무리에서 떠난다는 생각이 꼭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삶을 약속하지 못하는 종교를 버리고 교육과 문화에 더 힘써야 한다는 말에 수긍하게 되니 남편의 의견에 처음으로 반대하며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소누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오히려 이것이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카스트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로 모셨던 신을 버리고 종교를 개종하는 모습은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자손은 더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삶속에서 뿌리깊이 남아있는 불가촉천민인 딜라트의 잔재가 남아있어 "딜라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지만 분명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지금의 어둠에 몸서리칠 필요는 없으리라. 불가촉천민의 모습에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가 된 '나렌드라 자다브'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아웃 카스트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의 가슴이 불타오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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