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할때면 늘 "카스트제도"가 함께 떠오른다. 무심히 생각하며 외웠던 단어가 누군가들의 가슴에는 평생 벗어던지고 싶었던 신분의 굴레였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옛날 신분제 사회였고 그 굴레안에서 가슴을 쥐어 뜯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한많은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밤을 새어도 모자라지 않겠는가.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마음 편할지도 모르지만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것을 따르며 살아가기에는 이 사람들의 가슴엔 큰 불덩이가 활활 타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불가촉천민으로 상층 카스트들이 들어가는 사원에 못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지 않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은 대대로 내려오던 카스트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었으니 이 글을 쓴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에겐 자신의 자식들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열정을 모두 쏟아부울 수 있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옷을 살 돈이 없어도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지 않게 신발은 꼭 사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자식들은 꼭 교육을 받게 해야한다"는 바바사헤브 암베드카르의 말에 따라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지만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장실에서 드러눕기까지 하는 그 열정에 아이들이 모두 성공한게 아니었겠는가. 죽음의 길에조차 자신이 선택한 날을 택해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중에 편안하게 떠난 다무의 모습에 "이젠 편안해져도 된다"고 다독거려주고 싶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다무와 소누의 막내로 태어나 막내라는 뜻의 츠호투로 아버지에 불리어진다. 물론 또 다른 별명 "일류 사기꾼"라고 불리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을 추억하는 그의 마음이 내게까지 전해져 온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어도 참으로 행복한 삶이 아니었나 생각되니까. 남편이 죽고 까무잡잡했던 그를 생각나게 하는 까마귀에게 먹이른 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비록 "남편은 어떤 사람이었냐?"는 물음에 "나를 한번도 때리지 않았고 때리려고 손을 치켜들지도 않았다"는 말을 하여 그 시절 사람들 부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그녀가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겠는가.

 

바바사헤브운동에 동참하는 다무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하나씩 이루어내어 그 아들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사원에 발을 디딜수 있음으로써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먼길을 맨발로 걸어 사원앞에 닿았을때 불가촉촌민인 딜라트인들의 접근을 막는 경계에 있는 돌, 사원 경제선에 놓인 돌을 잡고 눈물을 흘린 츠호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다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들의 삶을 따라가며 조금이나마 고단했던 삶을 들여다 보았기에 조금은 그 눈물을 함께 나눠도 되지 않을까.  

 

자신들의 존엄성이 짓밟힌, 태어나면서부터 숨쉬며 살아가는 모든 것이 힌두교에 의한 것이었을 그들이 상층 카스트들이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바사헤브의 말에 따라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모습은 소누의 마음처럼 '나도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 무리에서 떠난다는 생각이 꼭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삶을 약속하지 못하는 종교를 버리고 교육과 문화에 더 힘써야 한다는 말에 수긍하게 되니 남편의 의견에 처음으로 반대하며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소누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오히려 이것이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카스트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로 모셨던 신을 버리고 종교를 개종하는 모습은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의 자손은 더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삶속에서 뿌리깊이 남아있는 불가촉천민인 딜라트의 잔재가 남아있어 "딜라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지만 분명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지금의 어둠에 몸서리칠 필요는 없으리라. 불가촉천민의 모습에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가 된 '나렌드라 자다브'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아웃 카스트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의 가슴이 불타오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