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와 희망의 깃털 - 요정 연대기
J. H. 스위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아트나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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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고 싶어졌다. 누군가 내게 "넌 요정이야"라고 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시절에는 또래친구들과 인형놀이에 빠져 요정에 대한 생각은 해 보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공주'만 되고 싶었으니까. 백설공주, 신데렐라를 꿈꾸며 자라온 나의 어린시절.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베스가 참 많이 부러워진다. 색채 감각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이블린 이모와 함께 지내야할 2주간의 시간이 걱정인 베스, 그러나 이모에게서 "넌 메리골드 요정이다"라는 말을 들었을때 이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이모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요정으로 변신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신기함이란, 아마 또 다른 행복이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이 봐 왔던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을테니까.

 

그런데 인간이면 인간, 요정이면 요정이어야지 사람이면서 요정이다? 조금 당황스럽다. "전 여전히 인간인가요?"라고 묻는 베스가 이상한게 아니다. 여전히 영혼이 있는 인간이고 베스에겐 금잔화의 정령도 들어있어 금잔화 요정이라니 조금 억지스럽긴 하다. 내가 너무 어른스러운 것인가. 그나저나 요정으로 변한 에블린 이모와 베스가 참 이쁘다. 요정이라기보다 천사같다. 피터팬을 즐겨읽는 나에겐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데 팅커벨이 본다면 시샘하며 싸우려 들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요정이라는 것을 안지 얼마 안되었는데 요정 세상에 문제가 생겼다. '희망의 깃털'을 지키는 브라우니 매튜가 이 깃털을 잃어버린 것이다. 운이 없는 사람 포레스터가 책갈피로 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이 깃털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운이 없는 사람의 집에는 요정도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그렘린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봤던 녀석들인 것 같다. 너무 닮았다. 조금 귀엽긴 하지만 요정에게 위험한 존재라니 이 사건을 어찌 해결 할 것인지 궁금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날개를 가진 요정들이니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궁금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힌트를 준다면 '닥스훈트'가 큰 활약을 한다고 말해줄 수 있다. 요정들은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 베스가 키우는 '피넛'에게 작전지시를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내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곳이라 나도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려보고 싶어진다. 인간으로 사는 삶과 요정으로 사는 삶, 참으로 행복할 것 같지 않은가. 베스의 부모님들이 요정인지는 아직 언급이 되지 않으나 베스가 요정이란 것이 비밀스러운 이야기인 것 같아 앞으로 베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흥미롭다. 앨런과 베스의 로맨스도 발전이 될 것인가도 궁금하고, 역시 난 이런 내용에 더 관심이 간다.

 

희망의 깃털이 제자리로 돌아와 세상이 이젠 암울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운이 없는 사람인 포레스터도 요정들로 인해 이젠 행복해질 것이다. 요정의 세계에서 안되는 일이 있을까. 사람들에겐 그저 나비로 보이는 이블린 이모, 나비도 함부로 잡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니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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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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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에게 마빈은 어떤 존재였을까. 쥰세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잠시 머무르는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 밖에 없는 것이란다"고 페데리카가 말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밀라노에서조차 그 세계와 동떨어져 살고 있는 아오이, 자신의 마음을 쥰세이의 마음속에 던져놓고 와 버렸기에 마빈에게 내어줄 자리는 없었을테지. 늘 떠날 사람처럼 좀처럼 곁을 두지 않는 아오이를 바라보는 마빈의 마음은 불안하다. 아오이의 마음속에 머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떠나간 사람, 아오이는 자신의 사랑때문에 한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10년후 5월 피렌체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두 사람, 아오이와 쥰세이는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기에 10년후에도 함께 피렌체의 두오모에 함께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의 격정적인 사랑은 끝나고야 말았다. 아니 끝났다고 변명하며 마음은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좀처럼 마음을 열어보이지 않는 아오이, 드문드문 이야기하는 글들 속에서 쥰세이와의 사랑이 어떻게 끝났는지,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랑한다"고 마빈에게 속삭이는 아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쥰세이에게 속삭였던 수많은 "사랑"에 대한 단어와 기억들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던걸까. 마빈에게 너무 잔인했다. 진심이었던 마빈은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아오이가 언제든 떠나버릴까 불안했으리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들속에서, 시간의 흐름마저 멈춰있던 그 때 받았던 한 통의 편지, 쥰세이의 글이었다. 애써 잊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아오이에겐 하나도 잊혀지지 않았음을, 여전히 자신안에 쥰세이가 남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추억속의 쥰세이보다 마빈과 진정으로 잘 되기를 내심 바랬었다. "너를 용서하지 않을거야"고 말했던 쥰세이와 다르게 그녀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준 사람이 아니었던가. 20대의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못잊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의 사랑도 그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10년후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아오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갈구하던 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인생이 새로 시작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곳에 그렇게 의미를 두었던 것일까. 10년간 거의 연락이 없다가 만난 과거의 연인들이 다시 사랑할 확율은 얼마나 될까. 나에겐 이 장소가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추억만으로 10년을 보낸 아오이에겐 큰 존재였나 보다. 이제는 마음을 열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것이든 깊이 관계하게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오이가 아닌 열정적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쥰세이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이 책에선 알 수 없으나 더 발전하여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진다. 햇살 가득한 날도 많은 밀라노가 아오이 덕분에 회색빛으로 다가오니 그녀의 기분이 나에게까지 전해진 모양이다. 밝은 모습의 아오이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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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무어 6 - 첫번째 열쇠 율리시스 무어 6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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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킬모어 코브의 모든 비밀이 풀렸다. 뜻밖의 몇번의 반전이 있었다. 시간의 문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아낸 것이 없어 릭과 제이슨, 줄리아의 모험이 또 시작될 것 같다. 그나저나 그웬달린이 만프레드를 좋아하게 되다니 짚신도 다 짝이 있다지만 악당인 만프레드라니, 그웬달린이 걱정되긴 하지만 푹 빠져 버려 당분간은 괜찮겠지. 그러나 이집트로 향하는 시간의 문이 열려버려 이 문으로 들어온 탈로스 악어와 노인은 어쩌나.

 

잔니의 정원으로 향한 제이슨과 줄리아, 이때가 최대 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블리비아 뉴턴과 만프레드가 감옥에 갇힌 것은 고소하다 싶은데 줄리아까지 잡히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악취가 나는 차디찬 감옥에까지 갇히게 되다니 정말 이 모험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영원한 젊음의 샘'은 나도 탐이 나는데 이 욕심때문에 정신없이 마셔버려 아주 어려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젊어질 수 있다면 잔니의 정원으로 시간여행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나 좀 데려가면 안되겠니?

 

첫번째 열쇠를 릭의 어머니가 목에 걸고 있는 것을 사진으로 알아낸 피닉스 신부, 그러나 이미 이 첫번째 열쇠는 릭의 어머니 손에 있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황, 누가 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지만 궁금하신분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오블리비아 뉴턴의 시간의 문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이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면? 감옥에서 탈출할때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기에 이미 나는 미워하는 감정을 버려서 마음이 씁쓸해져온다. 사랑을 이루어 핑크빛 로맨스가 피어오르는 커플들이 몇 있지만 마음 한쪽에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기에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었을때 오히려 후련하기 보다는 마음이 한구석이 허전했다.

 

율리시스 무어가 죽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감춘 이유가 "페넬로페가 죽었을때 율리시스가 아닌 척하는 게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다"는 말은 지금까지 자신을 감추고 아이들을 위험속에 빠뜨렸지만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모험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약간의 단서를 제공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 세 아이들이기에 자신의 어릴적 모습과 닮은 아이들을 시간의 문으로 이끌고 싶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열쇠 4개를 빌라 아르고에 보낸 사람이 칼립소 부인이 맞을까. 상자안에 열쇠 4개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을 보면 맞겠지? 아니 그러면 칼립소 부인의 정체는 뭐야?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아 궁금증만 증폭된다. 아직은 완전하게 풀리지 않은 듯 하여 조금 갑갑하긴 하지만 이집트, 베네치아, 잔니의 정원외에 또 아이들이 모험을 하여 풀리지 않은 것들을 알아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대로 작별이라니 너무 슬프다. 킬모어 코브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중 열쇠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외부로부터 킬모어 코브는 꼭 지켜질 것이다. 시간여행의 매력을 느꼈을테니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율리시스 무어와 레오나르도가 이 시간의 문들을 닫아버리려고 했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이 문들은 또 새로운 아이들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꿈에서나마 릭, 제이슨, 줄리아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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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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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저 사랑일뿐이다"

아테나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주옥같은 말중에 이 말만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녀가 만나고 있는 경시청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이 책의 마지막에 남긴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셰린 칼릴, '아테나'라고 불리워지는 포르토벨로의 마녀. 사람들이 그녀에게 지어준 마녀라는 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겐 정말 낯선 단어이다. 어릴때 동화책에서 봤던 뾰족한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을 마녀라고 생각하는 내게 그저 평범한 집시의 딸일뿐인 그녀가 포르토벨로의 마녀라고 불리어지다니 옛날 '마녀사냥'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이것 또한 여자에게 부과된 부당한 이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 화가나기도 한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아테나'에 대한 것을 이 책에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알아갈 수 있다. 사람의 기억이란 뒤죽박죽 시간의 순서에 따라 기억하고 있지 않을텐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모두 만나 이야기들 듣고 기록하고 시간의 순서대로 정리를 한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녀가 부르는 '어머니'란 존재는 어린시절 무아지경에 빠져 예언을 하듯 부모님께 들려준 그 때 처음 그녀 곁에 머무르지 않았을까. 아니 더 어렸을때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존재들에 대해 어머니께 들려줄때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이라 흔히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아테나를 입양할때 집시의 딸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라는 직원의 말에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아이였건만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어머니'가 되어야겠다며 일찍 결혼을 하고 아들인 비오렐을 낳은 그녀는 이때까지만해도 조금 남다르다고 생각될뿐 왜 사람들에게 마녀로 불리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춤을 통해 자신 안에 '아야소피아'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존재가 밖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의 질병에 대해 말해주는 아테나. 솔직히 이 장면에선 빙의가 되었거나 우리나라의 무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듣고 리듬에 반하여 춤을 추던 그녀에게 틈이 생겨 '어머니'가 나타난다? 정말 황당했다.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내게 맞지 않는 책이었다. 읽는 것이 힘들었던 이유는 종교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은 전혀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행동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면 정신이 나갔거나 마녀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한명일 것이다. 인정할 수 없기에 의심을 가지고 시종일관 읽어나갔으니까. 작가는 내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그래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새겨지는 말도 있었지만 사이비 교주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란 말인가. 신화를 예로 들면서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부각시키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아테나'가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해 정신을 차려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모임을 중단했지만 그만두지 않고 이 모임이 끝까지 갔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그녀가 없는 지금 다양한 종파가 생겨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사이비 교주로 보여진다는 내 느낌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 책의 내용들로 인해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테나'의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정말 '마녀'라고 불러도 될만큼 엉뚱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만 하기 때문에 그녀의 속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싶다. 타인에게 듣는,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글들말고 오롯이 아테나가 말해주는 그녀의 글을 읽었다면 그녀가 좀 더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종교에서 한발짝 바깥에 있는 나에겐 이 책의 의미를 다 알아가기엔 낯설기만 했다. 불꽃같은 여자 아테나를 통해 내 안에 숨겨진 마녀를 어찌 깨운단 말인가. 헛웃음만 나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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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램프 제1권 - 비밀지하요새
천하패창 지음, 곰비임비 옮김 / 엠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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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책 제목이 '고스트램프'이건만 책장을 넘기며 종이인형이 벌떡 일어나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는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중에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지면 십삼리포의 황폐한 묘지"로 찾아오라는 귀신의 말에 솔깃해지는 호국화. 아편을 하려면 돈이 궁한지라 궁여지책으로 무덤까지 가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어 귀신한테 호기롭게 외친다. 역시 곤궁함이 턱까지 차오르진 않았나 보다. 결혼한 아내라고 속이기 위해 정묘하게 만들어진 종이인형을 가지고 온 호국화, 큰쥐가 호국화와 함께 아편을 하기 위해 은화를 물어오는 모습은 정말 "중국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호국화가 돈이 궁하여 찾아간 무덤에서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란 어린시절 부적이 붙으면 꼼짝않고 서 있던 강시가 생각나 무섭다.

 

호팔일이 할아버지 호국화에게 받은 책 "십육자 음양 풍수비서"로 인해 훗날 귀한 신분의 사람들 무덤을 파헤치며 모험을 겪게 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되지만 지금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시골 인민공사로 내려가 노동을 하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내몽고에서 그가 겪는 일은 십 몇년이 지나고 다시 그 곳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솔직히 나는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천식에 좋다는 '보살열매'를 찾아 라마골에 들어간 전소명을 뚱보, 연자, 호팔일이 찾아나서게 되면서 큰 곰을 만나 죽을고비를 넘기고 환상이라고 생각되는 귀신을 만나기까지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 현대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다니 산속에 들어갈때 무서워서 계속 뒤를 보게 될 것만 같다.

 

문화대혁명을 거치고 군대에서 복역하다 쫓겨나오는 호팔일은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하다. 아마 넉넉하게 살았다면 뚱보를 만나 무덤을 파헤쳐 값나가는 것을 훔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테지만 역시 살아가기 위해선 무슨일이든 하게 된다. 군대로 들어간 호팔일이 곤륜산 대빙천에 있을때 그 곳을 지나다 만난 파란불꽃의 무당벌레는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사람 몸속을 파고드는 무당벌레 같이 생긴 녀석들을 떠올리게 해서 끔찍하다. 닿기만 해도 타올라 죽게 만드는 무당벌레. 곤륜산을 빠져나오기 위해 동료와 함께 겪는 일들을 세상 누가 믿어줄지 괴이하기만 하다. 소리가 울려 산사태라도 일어날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곳에서 무당벌레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쏴야만 하는 상황은 책으로 읽어도 긴장감이 고조된다.

 

호팔일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무수한 일들이 단편적으로 탁탁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그냥 어린시절 할머니께 듣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생각 되어지지만 그 내용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러나 배경이 생소하고 민담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호팔일이 겪는 모험을 통해 보여주기에 나에게는 약간 어렵게 다가오는지라 감정이 동화되지 않는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쯤으로 생각되는 일을 겪어 나간다는 느낌이 드니 배경이 우리나라였다면 더 실감나게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 더 무서워하면서 읽었을 것이다. 탐험의 시작이긴 하지만 아직 크게 드러난 일들이 없어 명확하게 어떻다라고 이야기 해 줄 순 없지만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져서 어서 빨리 호팔일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다.

 

호팔일과 뚱보가 드디어 도굴을 하러 떠난다. 먹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테지. 도굴이라고 하여 손쉽게 무덤속에서 부장품들을 빼오는 것이 아니라 무덤이 어디쯤 있을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땅을 파들어가는 중에 무덤의 입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며 입구를 찾았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다간 죽을지도 몰라 충분히 살펴보고 들어가야 한다. 값비싼 물건들을 찾다가 촛불이 꺼지면 그대로 두고 나와야 하기도 하니 도굴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 호팔일과 뚱보는 잘 해낼 것 같으니 이런 믿음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내몽고로 간다. 힘든 이틀 밤낮의 여정이지만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덜 힘들겠지. 그리고 이제부터가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동양의 인디아나존스' 그 탐험이 시작된다. 신나지 않은가. 그런데 역시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무섭다. 뚱보는 왜 맨손으로 시체는 만져서 '붉은 야수 대종자'가 깨어나게 하나. 나는 사실 이런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그저 '강시'라고 생각되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첫 도굴에 목숨까지 왔다갔다 하다니 참 지지리 복도 없다. 뭐 남의 무덤 파헤치는 것이 큰 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사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내가 보기에 믿을수 없는 일들 뿐이다. 이 시체를 피해 빨리 달아나야 하는데 출구는 막히고 무덤안을 헤매며 나갈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 덕에 '관동군 지하 요새'도 찾게 되어 총으로 무장할 수 있어 다행이려나. 나 같으면 기절하련만 정신차리고 시체에 대항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무덤'하면 그저 봉분이 있는 작은 무덤이 떠올라 호팔일, 뚱보, 자영이 있는 이 무덤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우나 꽤 넓은 것 같다.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했으니 죽어도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왜 이런것도 부러워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겪는다고 도굴을 그만두지 않을 호팔일과 뚱보의 그 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붉은 야수에 이어 거대늘보까지 나타나고 박쥐는 당연히 나타나는 무덤속에 또 들어가고 싶어질까. 자신들의 목숨마저 경각에 달린 상황에 아이들의 시체를 가져와 초원을 바라보는 산 어귀에 묻어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착한것이 또 도굴을 한다고 해도 죽지 않고 잘 해낼 것 같다. 이런 모습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도굴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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