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은 그저 사랑일뿐이다"

아테나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주옥같은 말중에 이 말만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녀가 만나고 있는 경시청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이 책의 마지막에 남긴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셰린 칼릴, '아테나'라고 불리워지는 포르토벨로의 마녀. 사람들이 그녀에게 지어준 마녀라는 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겐 정말 낯선 단어이다. 어릴때 동화책에서 봤던 뾰족한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을 마녀라고 생각하는 내게 그저 평범한 집시의 딸일뿐인 그녀가 포르토벨로의 마녀라고 불리어지다니 옛날 '마녀사냥'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이것 또한 여자에게 부과된 부당한 이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 화가나기도 한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아테나'에 대한 것을 이 책에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알아갈 수 있다. 사람의 기억이란 뒤죽박죽 시간의 순서에 따라 기억하고 있지 않을텐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모두 만나 이야기들 듣고 기록하고 시간의 순서대로 정리를 한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녀가 부르는 '어머니'란 존재는 어린시절 무아지경에 빠져 예언을 하듯 부모님께 들려준 그 때 처음 그녀 곁에 머무르지 않았을까. 아니 더 어렸을때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존재들에 대해 어머니께 들려줄때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이라 흔히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아테나를 입양할때 집시의 딸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라는 직원의 말에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아이였건만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어머니'가 되어야겠다며 일찍 결혼을 하고 아들인 비오렐을 낳은 그녀는 이때까지만해도 조금 남다르다고 생각될뿐 왜 사람들에게 마녀로 불리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춤을 통해 자신 안에 '아야소피아'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존재가 밖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의 질병에 대해 말해주는 아테나. 솔직히 이 장면에선 빙의가 되었거나 우리나라의 무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듣고 리듬에 반하여 춤을 추던 그녀에게 틈이 생겨 '어머니'가 나타난다? 정말 황당했다.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내게 맞지 않는 책이었다. 읽는 것이 힘들었던 이유는 종교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은 전혀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행동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면 정신이 나갔거나 마녀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한명일 것이다. 인정할 수 없기에 의심을 가지고 시종일관 읽어나갔으니까. 작가는 내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그래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새겨지는 말도 있었지만 사이비 교주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란 말인가. 신화를 예로 들면서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부각시키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아테나'가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해 정신을 차려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모임을 중단했지만 그만두지 않고 이 모임이 끝까지 갔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그녀가 없는 지금 다양한 종파가 생겨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사이비 교주로 보여진다는 내 느낌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 책의 내용들로 인해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테나'의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정말 '마녀'라고 불러도 될만큼 엉뚱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만 하기 때문에 그녀의 속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싶다. 타인에게 듣는,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글들말고 오롯이 아테나가 말해주는 그녀의 글을 읽었다면 그녀가 좀 더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종교에서 한발짝 바깥에 있는 나에겐 이 책의 의미를 다 알아가기엔 낯설기만 했다. 불꽃같은 여자 아테나를 통해 내 안에 숨겨진 마녀를 어찌 깨운단 말인가. 헛웃음만 나오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