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램프 제1권 - 비밀지하요새
천하패창 지음, 곰비임비 옮김 / 엠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분명 책 제목이 '고스트램프'이건만 책장을 넘기며 종이인형이 벌떡 일어나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는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중에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지면 십삼리포의 황폐한 묘지"로 찾아오라는 귀신의 말에 솔깃해지는 호국화. 아편을 하려면 돈이 궁한지라 궁여지책으로 무덤까지 가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어 귀신한테 호기롭게 외친다. 역시 곤궁함이 턱까지 차오르진 않았나 보다. 결혼한 아내라고 속이기 위해 정묘하게 만들어진 종이인형을 가지고 온 호국화, 큰쥐가 호국화와 함께 아편을 하기 위해 은화를 물어오는 모습은 정말 "중국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호국화가 돈이 궁하여 찾아간 무덤에서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란 어린시절 부적이 붙으면 꼼짝않고 서 있던 강시가 생각나 무섭다.

 

호팔일이 할아버지 호국화에게 받은 책 "십육자 음양 풍수비서"로 인해 훗날 귀한 신분의 사람들 무덤을 파헤치며 모험을 겪게 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되지만 지금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시골 인민공사로 내려가 노동을 하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내몽고에서 그가 겪는 일은 십 몇년이 지나고 다시 그 곳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솔직히 나는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천식에 좋다는 '보살열매'를 찾아 라마골에 들어간 전소명을 뚱보, 연자, 호팔일이 찾아나서게 되면서 큰 곰을 만나 죽을고비를 넘기고 환상이라고 생각되는 귀신을 만나기까지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 현대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다니 산속에 들어갈때 무서워서 계속 뒤를 보게 될 것만 같다.

 

문화대혁명을 거치고 군대에서 복역하다 쫓겨나오는 호팔일은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하다. 아마 넉넉하게 살았다면 뚱보를 만나 무덤을 파헤쳐 값나가는 것을 훔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테지만 역시 살아가기 위해선 무슨일이든 하게 된다. 군대로 들어간 호팔일이 곤륜산 대빙천에 있을때 그 곳을 지나다 만난 파란불꽃의 무당벌레는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사람 몸속을 파고드는 무당벌레 같이 생긴 녀석들을 떠올리게 해서 끔찍하다. 닿기만 해도 타올라 죽게 만드는 무당벌레. 곤륜산을 빠져나오기 위해 동료와 함께 겪는 일들을 세상 누가 믿어줄지 괴이하기만 하다. 소리가 울려 산사태라도 일어날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곳에서 무당벌레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쏴야만 하는 상황은 책으로 읽어도 긴장감이 고조된다.

 

호팔일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무수한 일들이 단편적으로 탁탁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그냥 어린시절 할머니께 듣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생각 되어지지만 그 내용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러나 배경이 생소하고 민담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호팔일이 겪는 모험을 통해 보여주기에 나에게는 약간 어렵게 다가오는지라 감정이 동화되지 않는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쯤으로 생각되는 일을 겪어 나간다는 느낌이 드니 배경이 우리나라였다면 더 실감나게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 더 무서워하면서 읽었을 것이다. 탐험의 시작이긴 하지만 아직 크게 드러난 일들이 없어 명확하게 어떻다라고 이야기 해 줄 순 없지만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져서 어서 빨리 호팔일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다.

 

호팔일과 뚱보가 드디어 도굴을 하러 떠난다. 먹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테지. 도굴이라고 하여 손쉽게 무덤속에서 부장품들을 빼오는 것이 아니라 무덤이 어디쯤 있을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땅을 파들어가는 중에 무덤의 입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며 입구를 찾았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다간 죽을지도 몰라 충분히 살펴보고 들어가야 한다. 값비싼 물건들을 찾다가 촛불이 꺼지면 그대로 두고 나와야 하기도 하니 도굴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 호팔일과 뚱보는 잘 해낼 것 같으니 이런 믿음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내몽고로 간다. 힘든 이틀 밤낮의 여정이지만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덜 힘들겠지. 그리고 이제부터가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동양의 인디아나존스' 그 탐험이 시작된다. 신나지 않은가. 그런데 역시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무섭다. 뚱보는 왜 맨손으로 시체는 만져서 '붉은 야수 대종자'가 깨어나게 하나. 나는 사실 이런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그저 '강시'라고 생각되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첫 도굴에 목숨까지 왔다갔다 하다니 참 지지리 복도 없다. 뭐 남의 무덤 파헤치는 것이 큰 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사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내가 보기에 믿을수 없는 일들 뿐이다. 이 시체를 피해 빨리 달아나야 하는데 출구는 막히고 무덤안을 헤매며 나갈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 덕에 '관동군 지하 요새'도 찾게 되어 총으로 무장할 수 있어 다행이려나. 나 같으면 기절하련만 정신차리고 시체에 대항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무덤'하면 그저 봉분이 있는 작은 무덤이 떠올라 호팔일, 뚱보, 자영이 있는 이 무덤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우나 꽤 넓은 것 같다.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했으니 죽어도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왜 이런것도 부러워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겪는다고 도굴을 그만두지 않을 호팔일과 뚱보의 그 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붉은 야수에 이어 거대늘보까지 나타나고 박쥐는 당연히 나타나는 무덤속에 또 들어가고 싶어질까. 자신들의 목숨마저 경각에 달린 상황에 아이들의 시체를 가져와 초원을 바라보는 산 어귀에 묻어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착한것이 또 도굴을 한다고 해도 죽지 않고 잘 해낼 것 같다. 이런 모습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도굴꾼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