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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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에는 삶과 죽음이 늘 함께 한다. 그저 "죽음"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말하긴 하지만 각자가 맞게 되는 "죽음"의 모습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을 팔아버린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벽장속의 유령 "치요", 너무 오래전에 죽어 말투는 영락없이 할머니 같지만 무섭거나 미워할 수 없는 유령이다. 사람 관상을 잘보니까 나도 슬쩍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래를 물어보고 싶기도 한데 미래를 먼저 안다고 해서 크게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을 다스려본다.

 

칼피스를 목이 메도록 마시는 유령 치요, 303호에 있는 유령의 존재가 좀 섬뜩하긴 했지만 유령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이 따스해질 것 같다. 나와 같은 공간에 삶을 함께 하지 않는 존재라 유령이 살았던 삶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좋은 곳에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질 것 같다. 여기 나오는 9편의 단편에는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볼 수가 있다. 꼭 누가 죽는 것만이 아니라 짙게 깔려있는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으니 행복, 희망의 모습은 어디에 가버린 것인지 놀라게 된다. 표지를 보면서 무서운 유령의 존재가 아닌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 기대했기에 그럴 것이다.

 

다른 여자가 생긴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 아내와, 그 아내를 죽이려고 하는 남편, 17년간 함께 살아온 세월이 있건만 가슴 설레며 사랑했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가고 이젠 남은 것은 서로를 죽이겠다며 음식에 독을 탄 행동을 하기에 이른다. "살인 레시피"를 보며 든 생각은 이 땅의 무수히 많은 부부들 중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살 맞대고 사는 부부인데'라는 생각에 섬뜩하게 다가오지만 정이 쌓인만큼 그만큼 미운정도 함께 쌓였을테니 부부의 일에 대해 뭐라고 하진 못할 것 같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간병을 하며 고문에 가깝게 괴롭히며 희열을 얻는 여자, 그 남편도 자신의 부모님이지만 아내와 같은 입장을 보이기에 아마 시아버지의 손에 죽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정말 "냉혹한 간병인"이 아닌가. 죽은 사람이 아니기에 감정을 느낄 수 있건만 뜨거운 음식을 몸에 떨어뜨리기까지 하다니 정말 무서운 여자다. 이렇듯 어디서나 죽음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으니 가볍게 읽으려 했다간 큰코 다치게 된다. 숨박꼭질을 하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는 "어두운 나무 그늘"의 글을 보면 가슴이 아파오고 "신이치의 자전거" 글을 보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게 된다.

 

무수히 많은 죽음이 있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죽음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이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다행한 마음이 들게 된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처럼 충격을 받아 잠시 머릿속이 멍하게 되긴 하지만 곳곳에 놓여진 반전과 트릭의 묘미를 느낄때쯤이면 이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을테니 정신 단단히 차리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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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2 - 변화의 힘 마시멜로 이야기 2
호아킴 데 포사다.엘렌 싱어 지음, 공경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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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첫번째 이야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뒤에 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다. 조나단만큼의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눈 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더 큰 결과를 위해 참은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내심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그가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 회사에 취직이 되다니 정말 대단하다. 조나단의 운전기사로 있을 때와 말투도 달라지고 삶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헬기로 졸업식날 마시멜로를 뿌려댄 것은 너무 일찍 마시멜로를 다 먹어버린 결과 밖에 되지 않으니 앞으로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갈까 걱정이 된다. 연봉 10만달러 받는다고 벌써부터 집과 가구, 차에 돈을 다 써 버려 빚만 안고 있는 찰리, 그러나 분명 잘 해내리라 믿는다.

 

찰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나단, 변화를 맞고 있는 찰리가 다시 목표를 잡고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니 찰리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정말 부럽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마시멜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파하는 찰리, 이 책에 등장하는 "쿠키이야기"나 "코끼리 이야기"는 솔직히 자기계발서에서 인용이 자주되는 이야기들이라 조금 식상하기는 하지만 하나 하나 가슴에 새겨야 할 말들이 많다. 화면속에 펼쳐지는 인생들은 "끝"이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네 인생은 계속 살아나가야 하기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걸음만 더 걸어라. 성공은 바로 한 걸음 앞에 있다"라는 문장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때 이 한걸음만 더 디디게 되면 성공이 눈 앞에 펼쳐질지 모르니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머릿속에 기억 해 두고 싶어진다. 지금도 마시멜로 법칙을 꾸준하게 인생에 적용하고 있을 찰리와 그의 아내 제니퍼, 참 행복하게 보인다. 안정적인 삶을 찾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역시 조나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좀 힘들지 않았을까. 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나의 인생, "실천만이 살 길이다"라고 각성하게 되지만 이 실천이 어려워 한동안 자괴감에 또 빠져들게 될 것 같다. 여전히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꿀꺽 삼키고만 있으니 남아있는 마시멜로가 몇 개인지 두려워서 헤아려 보고 싶진 않다.

 

내 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결코 늦지 않았음을 알기에 세월을 또 그냥 흘러 보내진 않을 생각이다. 늘 새해라고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 5년 뒤, 10년 뒤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10년만 젊었어도"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그 때 마시멜로를 한 두개쯤 즐기며 먹을수 있게 지금은 인내하며 노력하리라 결심한다. 머릿속에만 있던 나의 꿈을 종이에 옮겨 더 확고한 결심을 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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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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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내내 다이어트"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하면서 군것질과 밤참의 유혹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진정으로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오늘 내가 먹은 과자들이 눈 앞의 이익만을 생각한 마시멜로였음을 깨닫게 되면서 책을 읽는동안 내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매일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딜 수 있다면 한달 뒤에 엄청난 마시멜로가 모일 수 있음을 조나단과 찰리의 대화를 통해 알았지만 찰리처럼 실천해 옮기기란 쉽지가 않다. 새해가 되면 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름 조그만 결심도 해 보지만 이젠 결심조차 하지 않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 더 많으니 나에겐 큰 자극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조나단의 차를 운전하던 찰리가 대학을 들어가 공부하는 지금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지만 그도 조나단에게 "마시멜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꿈도 없는, 현실에 안주하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안에 든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인내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으니 나도 찰리처럼 이렇게 열정적인 삶을 살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는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하지만 이는 실천을 해야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게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시간을 가진다.

 

마시멜로의 첫번째 이야기를 이제야 읽다니,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변화되기 시작했을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지금 이 생각은 내 손에 들어있는 마시멜로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는 말임을 알지만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는 자괴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결혼을 한 후 나의 삶은 그저 방안에 널려있는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는데로 먹어치우는 삶이었으니 지금 내 삶을 얼마나 게으름을 피우며 보내고 있을지 짐작이 가리라. "일찍 일어나서 한문, 영어 공부를 하자, 운동해서 살빼자"는 해마다 해야한다고 다짐을 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도 해 보지 않고 내 자신에게 짜증만 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조나단의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으며 땅으로 꺼지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일해야지" 하면서 보내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자신의 삶에 활력소를 찾게 해 준 조나단을 만난 찰리가 얼마나 부러운지. 조금 늦게 만났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책으로나마 조나단을 만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며 올해는 아주 열정적인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지금 배가 고파서 밤참의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데 제발 손안에 있는 마시멜로를 멀리 치워버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앞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기회들이 남아있을까. "늦었다고 생각 될때가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글을 생각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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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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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어렵다거나 정말 재미가 없어서 읽기 힘든 것은 아니었는데,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리처드가 화자로, 그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은 일상생활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너무나 느린 전개로 인해 한장 한장 넘기기가 힘들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세월이 흘러 회상하며 적은 이 글의 처음부터 폐쇄적인 고전학과의 여섯 학생중 '버니'의 죽음을 언급함으로써 이미 살인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리처드가 어떻게 햄든에 있는 이 학교에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고전학과의 무리에 들어가는지 자세하게 이야기 되고 있으며 리처드 자신은 이 고전학과에서 거의 배제되어 헨리와 찰스, 프랜시스, 커밀러가 디오뉘소스의 밤에 행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훨씬 나중에야 듣게됨으로써 이들 무리에선 주변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오뉘소스의 밤, 광란의 상태로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이 사건을 알게 된 '버니'에게 협박을 당하고 '버니'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이들 무리에 리처드가 자연스럽게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리처드는 헨리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분명 책에서는 "폐쇄적인 고전학과의 여섯 학생과 학식 깊은 지도교수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과 숨가쁜 서스펜스를 그렸다"라고 되어 있으나 이 지도교수인 줄리언은 자신의 학생들이 행한 디오뉘소스의 밤 이야기를 알고는 있으나 철저하게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여 학생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알아내기 위해 파헤치지도 고발하지도 않음으로써 "지도교수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이라는 말은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버니를 죽이기까지 두번의 살인을 저지른 학생들이 그 뒤에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충분히 상상이 가리라 생각된다. 죄책감을 견디기 위해 술과 약에 찌들어 사는 모습이라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꿈에서까지 버니가 나타나 괴로워 하는 그들이고 보면 술과 약에 의지하게 되어도 뭐라 할 수가 없다.

 

헨리가 버니를 죽이긴 했지만 이 모든 문제를 헨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찰스의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문제가 꼬이는데 일조를 한 헨리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찰스이지만 이젠 서로가 죽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날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버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니의 가족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며 "인간이 맞나?"하는 생각에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로 번진다해도 마음이 아파올 것 같진 않지만 뜻하지 않게 이들 일에 휘말린 리처드에 대해서는 조금 동정이 간다. 그러나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공범이 되어버린 그이기에 손가락질 하며 비난을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숨가쁜 서스펜스"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책, 한권으로 끝났다면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쭉쭉 늘여진 이야기들은 읽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들어 책을 다 읽고 덮었을때는 허무하기까지 했으니 이 책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사람들이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 리처드가 알려준 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다면 믿을 수 있으려나. 죽은 사람들은 죽음 사람들이고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으니 고전학과 아이들의 이후의 삶은 아마 이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을 떨치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야 하리라. 이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형벌이니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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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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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시선으로 본 다섯 편의 이야기. 그러나 난 이 이야기들 가운데 가슴에 와 닿아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단 두편 뿐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짧게 이어지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모두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의 시각으로 썼는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뭔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한 절망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난 왜 낯설게 다가오는 것일까.

 

특수반 아이들의 "아-우, 어-어" 하며 괴성을 지르는 듯 대화하는 소리, 하늘색 샌들이 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케시가 지르는 "먀!"라는 단어를 일반 사람들은 알아듣질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말들보다 괴성과 같은 이 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소리"라는 이 단편을 읽고 있노라니 예전 장애우들이 예배를 보는 곳에 봉사를 간 일이 생각난다. 몇번 왔다가 오지 않을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1년이 넘게 마음을 주지 않던 아이들이 하나둘 곁으로 모여들고 웅성웅성 떠들며 내게 말을 하는데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핸드폰을 만든 사람을 얼마나 고마워했던지. 한 아이가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핸드폰을 꺼내어 글자를 만들어 내게 보여줬을때 "아, 몸만 불편할뿐이지 생각은 깊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종종 컴퓨터로 채팅을 하기도 했는데 분명 한자 한자 단어를 치기가 힘들텐데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불편한 몸을 가졌다고 바보로 생각하거나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대화가 된다고 생각했을때 받은 놀라움이란 아마 그 아이들을 나와 똑같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리"의 단편에서 "아, 어, 우" 정도로 의사표현을 하며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 잠시 옛 기억에 잠기게 된다.

 

나하의 불탄자리에서 폭탄을 건드려 오른손을 날린 선생님을 추억하며 편지를 쓰는 "손"의 단편글을 읽으며 총알이 터져 손을 잃은 외삼촌이 생각나서 내가 겪지 않은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듯이 깜짝놀라게 된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고 "전쟁"의 기억이 사라지겠는가. 대부분의 단편들이 이렇듯 암울한 반면에 "친구"라는 단편은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조금은 밝은 마음으로 읽게 된다. 비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동조하여 울컥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때는 왜그 렇게 죽을만큼 절실하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고독과 절망, 깊은 슬픔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면 정말 내 마음도 우울하여 계속 가라앉는 듯한 기분만 느낄텐데 다섯 개의 시선으로 읽어간 다섯 편의 이야기들에는 희망도 보인다. 뱉어냄으로써 상처가 조금 치유가 되고 더불어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얻게 되기에 완전하게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짧은 단편들의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의 끝은 희망을 담고 있기를 바래본다. 강한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닌 약하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니까, 희망과 행복이라도 있어야 세상은 좀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죽을만큼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라도 희망이 있기에 또 살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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