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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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시선으로 본 다섯 편의 이야기. 그러나 난 이 이야기들 가운데 가슴에 와 닿아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단 두편 뿐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짧게 이어지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모두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의 시각으로 썼는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뭔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한 절망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난 왜 낯설게 다가오는 것일까.

 

특수반 아이들의 "아-우, 어-어" 하며 괴성을 지르는 듯 대화하는 소리, 하늘색 샌들이 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케시가 지르는 "먀!"라는 단어를 일반 사람들은 알아듣질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말들보다 괴성과 같은 이 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소리"라는 이 단편을 읽고 있노라니 예전 장애우들이 예배를 보는 곳에 봉사를 간 일이 생각난다. 몇번 왔다가 오지 않을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1년이 넘게 마음을 주지 않던 아이들이 하나둘 곁으로 모여들고 웅성웅성 떠들며 내게 말을 하는데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핸드폰을 만든 사람을 얼마나 고마워했던지. 한 아이가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핸드폰을 꺼내어 글자를 만들어 내게 보여줬을때 "아, 몸만 불편할뿐이지 생각은 깊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종종 컴퓨터로 채팅을 하기도 했는데 분명 한자 한자 단어를 치기가 힘들텐데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불편한 몸을 가졌다고 바보로 생각하거나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대화가 된다고 생각했을때 받은 놀라움이란 아마 그 아이들을 나와 똑같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리"의 단편에서 "아, 어, 우" 정도로 의사표현을 하며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 잠시 옛 기억에 잠기게 된다.

 

나하의 불탄자리에서 폭탄을 건드려 오른손을 날린 선생님을 추억하며 편지를 쓰는 "손"의 단편글을 읽으며 총알이 터져 손을 잃은 외삼촌이 생각나서 내가 겪지 않은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듯이 깜짝놀라게 된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고 "전쟁"의 기억이 사라지겠는가. 대부분의 단편들이 이렇듯 암울한 반면에 "친구"라는 단편은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조금은 밝은 마음으로 읽게 된다. 비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동조하여 울컥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때는 왜그 렇게 죽을만큼 절실하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고독과 절망, 깊은 슬픔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면 정말 내 마음도 우울하여 계속 가라앉는 듯한 기분만 느낄텐데 다섯 개의 시선으로 읽어간 다섯 편의 이야기들에는 희망도 보인다. 뱉어냄으로써 상처가 조금 치유가 되고 더불어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얻게 되기에 완전하게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짧은 단편들의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의 끝은 희망을 담고 있기를 바래본다. 강한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닌 약하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니까, 희망과 행복이라도 있어야 세상은 좀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죽을만큼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라도 희망이 있기에 또 살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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