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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이 어렵다거나 정말 재미가 없어서 읽기 힘든 것은 아니었는데,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리처드가 화자로, 그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은 일상생활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너무나 느린 전개로 인해 한장 한장 넘기기가 힘들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세월이 흘러 회상하며 적은 이 글의 처음부터 폐쇄적인 고전학과의 여섯 학생중 '버니'의 죽음을 언급함으로써 이미 살인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리처드가 어떻게 햄든에 있는 이 학교에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고전학과의 무리에 들어가는지 자세하게 이야기 되고 있으며 리처드 자신은 이 고전학과에서 거의 배제되어 헨리와 찰스, 프랜시스, 커밀러가 디오뉘소스의 밤에 행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훨씬 나중에야 듣게됨으로써 이들 무리에선 주변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오뉘소스의 밤, 광란의 상태로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이 사건을 알게 된 '버니'에게 협박을 당하고 '버니'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이들 무리에 리처드가 자연스럽게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리처드는 헨리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분명 책에서는 "폐쇄적인 고전학과의 여섯 학생과 학식 깊은 지도교수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과 숨가쁜 서스펜스를 그렸다"라고 되어 있으나 이 지도교수인 줄리언은 자신의 학생들이 행한 디오뉘소스의 밤 이야기를 알고는 있으나 철저하게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여 학생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알아내기 위해 파헤치지도 고발하지도 않음으로써 "지도교수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이라는 말은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버니를 죽이기까지 두번의 살인을 저지른 학생들이 그 뒤에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충분히 상상이 가리라 생각된다. 죄책감을 견디기 위해 술과 약에 찌들어 사는 모습이라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꿈에서까지 버니가 나타나 괴로워 하는 그들이고 보면 술과 약에 의지하게 되어도 뭐라 할 수가 없다.
헨리가 버니를 죽이긴 했지만 이 모든 문제를 헨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찰스의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문제가 꼬이는데 일조를 한 헨리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찰스이지만 이젠 서로가 죽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날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버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니의 가족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며 "인간이 맞나?"하는 생각에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로 번진다해도 마음이 아파올 것 같진 않지만 뜻하지 않게 이들 일에 휘말린 리처드에 대해서는 조금 동정이 간다. 그러나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공범이 되어버린 그이기에 손가락질 하며 비난을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숨가쁜 서스펜스"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책, 한권으로 끝났다면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쭉쭉 늘여진 이야기들은 읽는 것이 그만큼 힘이 들어 책을 다 읽고 덮었을때는 허무하기까지 했으니 이 책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사람들이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 리처드가 알려준 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다면 믿을 수 있으려나. 죽은 사람들은 죽음 사람들이고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으니 고전학과 아이들의 이후의 삶은 아마 이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을 떨치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가야 하리라. 이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형벌이니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