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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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처음 이 책을 통해 새러가 사랑하는 남자 잭을 만났을 땐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첫 장면은 한 여인의 장례식 장면이었다. 이는 현재에서 과거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이 장면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존 조지프 말론, 잭 말론으로 불리운 사람이 이미 1956년 4월 14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에 관한 모든 것을 타인의 기억속에 의존해서 그려내야 한다는 의미였기에 더 그러했을 것이다. "케이트가 엄마의 장례식에 왔다고 했는데 그럼 새러의 장례식인가?" 이것이 내가 처음 가졌던 의문이지만 지금부터 내가 듣게 될 이야기는 내가 무엇을 상상했든 지금보다 더 엄청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트와 새러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행복의 추구'는 두 여인의 삶을 통해 아주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했던 이들의 삶까지 보여준다. 새러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권에서는 새러와 잭이 나눈 하룻밤의 사랑 후 잭 말론이 새러를 떠나 유럽으로 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에 대한 열정이 뜻하지 않게 거절당해야 했던 아픔과 사랑과 열정 없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던 새러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이 죄어올 정도로 그녀의 깊은 상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도로시와 잭 말론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한 것인데 아쉽게도 케이트와 새러의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새러는 그녀가 갖지 못한 것들을 모두 가진 도로시를 부러워했다. 미혼모가 되어 모든 것을 잃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새러가 선택한 결혼은 불행했다. 케이트의 고모 메그는 케이트에게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1950, 60년대는 사회적으로 미혼모를 용납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사회적 비난을 감수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고. 그런 시절을 보낸 새러 역시 자신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길을 걸어갔고 그녀가 불행한 길로 걸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오빠 에릭조차 그녀를 잡을 수가 없었다. 

 

새러가 케이트에게 보낸 물건은 그녀를 당장 새러의 집으로 뛰어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러가 보낸 사진에는 자신의 모습은 물론 아들 에단까지 있었다. 분명 새러는 케이트가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케이트의 오빠 찰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왜 케이트의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새러가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인지. 나는 오직 그녀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케이트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케이트에겐 그녀가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는 이 책의 제목이 왜 '행복의 추구'일까 짐작도 할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 새러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엔 그녀의 삶이 불행했으므로 케이트와 새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한다. 사랑을 잃은 후 삶의 의미조차 희미해져 간 새러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케이트는 새러가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든 아마도 나는 그들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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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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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의관 마우라와 독자들을 산 채로 외과용 메스에 의해 살이 절개될 수 있다는 공포에 빠지게 했으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한 여성이 시체운반용 부대에서 산 채로 해부되길 기다리는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은 아니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가 제인이 아기를 낳기 위해 찾아온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하나 제인은 아기와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맞서 싸우는 것이 힘들다. 경비원을 죽이고 제인을 비롯한 몇 명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막다른 곳에 있는 인질범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인의 남편 게이브리얼은 어떡하든 인질범의 손에서 아내를 빼내오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인질범들이 죽고 사건이 그대로 종료되었다면 잊혀졌을 사건이었다. 시체를 가져가는 일로 관할권 다툼을 하고 부검하는 중에 시체를 내어 달라는 요구에 부검을 중단해야 했던 법의관 마우라는 이 사건의 진실이 따로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인질범들이 죽었는지 그 이유도 모르는데 무엇을 알아낸단 말인가.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제인과 게이브리얼, 마우라는 인질범들이 죽었음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살아남으려면 거대한 세력에 대항할 수 밖에 없다.

 

제인이 게이브리얼과 결혼하고 딸 레지나를 낳은 후 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다. 위험한 사건을 마주 하면서 늘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그녀는 이 사건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이 있기에 더 물러설 곳이 없음을 알기때문이다. 제인이 인질범에게 잡혔을 때부터 게이브리얼은 제인의 남편으로, FBI로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그와 제인, 마우라까지 거대한 사건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이 사건은 다른 결말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서로 얽혀 운명적으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고 해도 악이 그 뿌리까지 제거된 것은 아니다. 제거 되었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또 악은 자랄 것이고 이 같은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악이 자랄때마다 제거하는 일일 것이며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 뿐일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들을 바라보는 것이 괴로운 일이나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 

 

테스 게리첸의 '소멸'은 밀라가 따로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으나 제인과 게이브리얼, 마우라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것은 모든 것이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밀라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가 기록하는 좀 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졌어야 한다. 제인과 마우라가 그녀들이 갇혀 있던 집에서 탈출한 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수 중에 한 명의 이야기로 뭉텅그려 그려질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보호 속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밀라의 독백을 통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저자 테스 게리첸이 자신이 직접 생명을 불어 넣어 만든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은 역시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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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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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코가 1억엔을 가지고 행방을 감춘 후부터 요코의 애인 나루세와 미로는 야쿠자 우에스기에게 의심을 받는다. 요코의 행방을 알면서도 감추는 것이 아니냐는 건데, 1주일만에 여자와 돈을 찾아오면 용서해준다니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로는 요코가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걱정이다. 새벽에 울린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데 아무래도 요코가 건 전화 같다. 그 때 전화를 받았다면 요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을까. 아니 요코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제는 과거의 일일 뿐이다.

 

나루세와 미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사태가 진정되면 요코와 합류하지 않겠냐며 요코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지 서로 감시한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상황으로서는 요코의 애인인 너, 나루세가 더 의심스럽거든? 1억엔을 요코에게 맡긴 사람이 너잖아. 너무 궁금해서 뒷장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읽었지만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땐 이것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하나의 결말로 치닫게 된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복잡했다. 혹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으니 책이 재미없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니, 오히려 왜? 어떻게? 라는 궁금증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다고 해도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미로가 밝혀내는대로 따라가는 수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미로와 요코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요코의 행적을 밟아가던 미로는 요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던 요코이니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로의 시선이 아닌 경찰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파헤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시종일관 나루세와 미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나루세의 미로를 향한 감정, 미로의 나루세를 향한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감정이라 요코로 인해 더 위험하게 보였던 것일까. 나루세의 말처럼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아닌 미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사건은 요코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는 한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야쿠자 우에스기는 돈에 대해 신고할 생각이 없으니 요코의 어머니가 실종 신고를 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 사건은 미로에 의해 해결된다. 우에스기도 나름대로 요코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활약은 미비하다. 요코가 나타나면 꼭 잡겠다 정도인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편이 낫긴 하지만 1억엔이라는 돈이 꼭 필요해서 요코의 행방을 알아야겠다고 협박하면서도 우에스기는 그리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나루세와 미로가 서로 의심을 벗겠다고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미로가 아버지의 일을 이어 받아 탐정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건을 보여주는 정도로 보면 되겠다. 요코의 존재가 그 정도 뿐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녀가 자신의 직업을 생각하여 자신의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했다.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겠지만 잠깐 멈추어서 자신의 상황을 돌아봤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미로에게 다가섰다면, 미로에게 마음을 열고 좀 더 솔직했었다면......어쨌든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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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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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보고 있어도 아지랑이때문에 모든 것이 흐릿한 줄 알았다. 아지랑이도마뱀 같은 것일까. '초제'에 담겨진 다섯 편의 이야기는 나에게 낯선 느낌보단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을 전해주었다. 짐승의 들판 같은 무서운 곳이 있어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 비오쿠는 나에게 그랬다.

 

'초제'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내게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한 소년이 마을에 풀어 놓은 쿠사나기에 의해 폐허가 되고 탓페이, 코헤이 쌍둥이와 오야붕이 있는 텐게의 집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혹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짐승의 들판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들. 소년의 숙부가 10년 만에 봤다는 선홍빛과 주황, 노란색 줄이 있는 여덟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오로치바나'가 나의 눈에 자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음산한 기운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사람들 곁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오로치바나로인해 이곳이 비오쿠임을 느낀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탓페이, 코헤이 쌍둥이와 배불뚝이에 약간 파마기를 띠고 있는 머리를 한 오야붕은 이들이 비오쿠에서만 살아가며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쇼타까지 이들은 결코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만 같으며 이로인해 각 단편들이 불가사의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섭지는 않으며 오히려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오사후네가 만든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들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토해 놓은 기억들로 나에겐 다른 세상의 일인 것만 같다. 그러나 카나에의 눈에만 보이는 괴물 노라누라는 '짐승의 들판'에서 살아가는 괴물이 된 하루보다 더 현실적이다. '텐게'라는 게임을 통해 모든 괴로움을 벗어 던질 수 있다면 '무'의 상태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기묘한 일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나는 유카가 아홉 번의 텐게 게임을 한 후 정말 고통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죽을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이다. 번뇌와 고통 없이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오사후네가 쿠사나기를 먹은 후 무엇으로 변했을까, 정말 쿠사나기가 존재하긴 했던 것일까에 대해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 것은 비오쿠가 내게는 잠시 스쳐가는 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정녕 비오쿠를 본 사람이 있을까. 있다해도 이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오사후네가 만든 마을에서든 비오쿠의 어느 곳이든 어디에서든 결코 빠져 나오지 못했을테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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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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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7년 아트 켈러는 시신 열아홉 구를 보았다. 그는 우리들에게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보고 싶지 않았던 이 장면을 아트 켈러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중에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에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을지라도 말이다. 아트가 가는 곳에는 죽음, 죽음, 죽음 온통 죽음 뿐이었다. 어떤 작전이든, 마약 전쟁이든 보이는 것은 희생자들뿐이었다. 아트 켈러가 생각하는 정의는 자신이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했던 진실을 이제야 바로 잡겠다는 결심 뿐이었다. 미겔 앙헬 바레라 '티오'를 향한 공격은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 어니의 죽음으로 그에게 복수를 해야한다는 목표가, 새로운 정의가 생긴다.

 

티오를 향한 아트의 공격은 쉽게 승리할 것 같지 않았다. 너무도 쉽게 타인의 생명을 파괴해 버리는 티오에게 맞서는 아트의 행동은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어니가 죽게 되자 아트에게는 어니의 복수를 이유로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되며 티오, 아단과 전면전을 펼치게 된다. 이쯤되면 긴박감을 느끼는 싸움이 될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30년간 벌어지는 이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이가 누구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며 누가 죽게 될지 알 수 없는 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벌어지는 두뇌싸움이야말로 독자들에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개의 힘'이 보여주는 세상은 나에겐 너무나 거대했고 아트가 보여주는 '정의'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 적이 되어 죽고 죽이는 싸움, 그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결국엔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도 알 수 없게 된 이 전쟁은 평범한 나에게 그저 단 하나의 목표만 던져 주었을 뿐이다. 아트의 손에 티오, 아단, 라울, 게로 멘데스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것, 이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들을 보았음에도 내게 보였던 것은 돈 윈슬로가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삶이었다. 매춘부 노라의 역할은 무엇일까. 노라와 칼란의 첫 만남은 이렇게 강렬한데 두 사람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에도 나는 그 속에서 '사랑'을 찾고 있었다. 티오와 아단조차도 사랑하는 여인으로 인해 타인과 다르지 않은 삶의 한 조각을 가지지 않았던가.

 

티오의 뒤를 이은 아단, '정의'를 내세우는 아트 이 두 사람이 선과 악을 대표하는 듯 하나 노라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었던 후안 신부가 칼란에게 "당신들을 용서하겠소"라고 말함으로써 아트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선'을 보여준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지만 아단과 게로 멘데스를 화해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후안 신부는 혼자이긴 하지만 칼란과 같은 이들을 용서함으로써 이 전쟁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 후안 신부의 등장은 돈 윈슬로의 '개의 힘'에서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 후안 신부로 인해 노라와 칼란의 삶이 바뀌고 아트가 이루고자 했던 '정의'에까지 그 힘이 미치기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아트가 이루어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티오와 아단, 라울, 게로 멘데스 등의 세력은 무너졌으나 그 어느때보다 많은 마약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으며 이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시간동안 티오와 아단, 게로 멘데스를 쫓았던 아트에게는 처음의 가졌던 열정과 젊음이 없다. 이제 그는 남아 있는 삶 동안 속죄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자신으로인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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