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법의관 마우라와 독자들을 산 채로 외과용 메스에 의해 살이 절개될 수 있다는 공포에 빠지게 했으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한 여성이 시체운반용 부대에서 산 채로 해부되길 기다리는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은 아니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가 제인이 아기를 낳기 위해 찾아온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하나 제인은 아기와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맞서 싸우는 것이 힘들다. 경비원을 죽이고 제인을 비롯한 몇 명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막다른 곳에 있는 인질범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인의 남편 게이브리얼은 어떡하든 인질범의 손에서 아내를 빼내오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인질범들이 죽고 사건이 그대로 종료되었다면 잊혀졌을 사건이었다. 시체를 가져가는 일로 관할권 다툼을 하고 부검하는 중에 시체를 내어 달라는 요구에 부검을 중단해야 했던 법의관 마우라는 이 사건의 진실이 따로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인질범들이 죽었는지 그 이유도 모르는데 무엇을 알아낸단 말인가.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제인과 게이브리얼, 마우라는 인질범들이 죽었음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살아남으려면 거대한 세력에 대항할 수 밖에 없다.

 

제인이 게이브리얼과 결혼하고 딸 레지나를 낳은 후 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다. 위험한 사건을 마주 하면서 늘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그녀는 이 사건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이 있기에 더 물러설 곳이 없음을 알기때문이다. 제인이 인질범에게 잡혔을 때부터 게이브리얼은 제인의 남편으로, FBI로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그와 제인, 마우라까지 거대한 사건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이 사건은 다른 결말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서로 얽혀 운명적으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고 해도 악이 그 뿌리까지 제거된 것은 아니다. 제거 되었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또 악은 자랄 것이고 이 같은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악이 자랄때마다 제거하는 일일 것이며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 뿐일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들을 바라보는 것이 괴로운 일이나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 

 

테스 게리첸의 '소멸'은 밀라가 따로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으나 제인과 게이브리얼, 마우라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것은 모든 것이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밀라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가 기록하는 좀 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졌어야 한다. 제인과 마우라가 그녀들이 갇혀 있던 집에서 탈출한 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수 중에 한 명의 이야기로 뭉텅그려 그려질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보호 속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밀라의 독백을 통해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저자 테스 게리첸이 자신이 직접 생명을 불어 넣어 만든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은 역시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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