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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요코가 1억엔을 가지고 행방을 감춘 후부터 요코의 애인 나루세와 미로는 야쿠자 우에스기에게 의심을 받는다. 요코의 행방을 알면서도 감추는 것이 아니냐는 건데, 1주일만에 여자와 돈을 찾아오면 용서해준다니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로는 요코가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걱정이다. 새벽에 울린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데 아무래도 요코가 건 전화 같다. 그 때 전화를 받았다면 요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을까. 아니 요코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제는 과거의 일일 뿐이다.
나루세와 미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사태가 진정되면 요코와 합류하지 않겠냐며 요코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지 서로 감시한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상황으로서는 요코의 애인인 너, 나루세가 더 의심스럽거든? 1억엔을 요코에게 맡긴 사람이 너잖아. 너무 궁금해서 뒷장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는 알고 읽었지만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땐 이것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하나의 결말로 치닫게 된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복잡했다. 혹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으니 책이 재미없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니, 오히려 왜? 어떻게? 라는 궁금증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다고 해도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미로가 밝혀내는대로 따라가는 수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미로와 요코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요코의 행적을 밟아가던 미로는 요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던 요코이니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로의 시선이 아닌 경찰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파헤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시종일관 나루세와 미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나루세의 미로를 향한 감정, 미로의 나루세를 향한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감정이라 요코로 인해 더 위험하게 보였던 것일까. 나루세의 말처럼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아닌 미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사건은 요코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는 한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야쿠자 우에스기는 돈에 대해 신고할 생각이 없으니 요코의 어머니가 실종 신고를 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 사건은 미로에 의해 해결된다. 우에스기도 나름대로 요코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활약은 미비하다. 요코가 나타나면 꼭 잡겠다 정도인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편이 낫긴 하지만 1억엔이라는 돈이 꼭 필요해서 요코의 행방을 알아야겠다고 협박하면서도 우에스기는 그리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나루세와 미로가 서로 의심을 벗겠다고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미로가 아버지의 일을 이어 받아 탐정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건을 보여주는 정도로 보면 되겠다. 요코의 존재가 그 정도 뿐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녀가 자신의 직업을 생각하여 자신의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했다.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겠지만 잠깐 멈추어서 자신의 상황을 돌아봤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미로에게 다가섰다면, 미로에게 마음을 열고 좀 더 솔직했었다면......어쨌든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