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

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

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

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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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가 20살 때 썼다는 시다. 20살 그 나이에 쓸 수 있는 시라는 느낌이다. 본인처럼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는 어렵다. 감정이 시베리아 벌판 혹은 사하라 사막 같으니 저런 표현을 생각해내기에는 실로 난감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20살이라고 아무나 저런 시를 쓸 수 있는건 아니다. 우리같은 사람이 20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저런 시를 노트에 적어놓고 다니거나 아니면 외우고 다니면서 술자리에서 어설픈 가객 행세를 하는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 황순원의 아들이나 되니 가능한거다. 나는 우리 아부지의 아들이라서 안된다. 본인도 20살 나이엔 그게 몹시 슬프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40가까이 되고 보니 뭐 그다지 슬프지도 않고 또 세상살이가 대충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지에서 지금까지 나온 시집이 대충 300여권 쯤인 것으로 아는데, 황동규 1인의 시집이 8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다작이라면 다작이겠고.... (다작하면 역시 고은인데, 본인이 시야 잘 모르지만 어떨 때는 시인께서 대충 막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손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선생께서 시낭독을 하는 것을 보면 너무 폼 잡는 것은 아닌가 그런 또 황송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오다.) 

 

창비와 더불어 우리나라 시집출판의 양대산맥중 하나인 문지가 신인발굴보다 안정된 기성작가에 메달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나라 시인이 몇 명이관대, 불쌍한 후생들을 좀 양성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문지시인선 1번의 작가로서 8권이 아니라 80권도 쓰기만 하면 출판해주는 것이 당근지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이 중구난방......

 

위의 황동규 문지 시집들중 no image는 문지시인선53 <악어를 조심하라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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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니 2015-06-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편지˝ 덕분에 많은걸
알게되었네요..저도 이분 시집은
딱 1권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