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국무회의에 많이 늦은 이항복이더러

「대감, 어인 일이시옵니까?」 누가 물었더니,

「오는 길에서 패싸움이 벌어졌기에 그걸 좀 구경하느라구요.」했다.

「어떤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기에요?」또 물으니

「고자 대감은 스님 머리끄뎅이를 움켜잡고, 스님은 고자 대감 불알을

잔뜩 거머쥐고설라믄.」 했다.

이조 고관들의 허망한 당파 싸움이 이 때도 벌써 볼 만한 판이었으니,

이만큼한 풍자도 무던하긴 무던한 세음이었겠다.


<연려실기술> 제18권, 선조조(宣祖朝)


 

이항복 (1556∼1618, 명종 11∼광해군 10)

조선 중기 문신. 자는 자상(子常), 호는 백사(白沙) 본관은 경주(慶州). 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에 봉군되어 오성대감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특히 소년시절 친구인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과의 기지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위의 시를 봐도 알수 있지만 한 개그 했던 것 같다. 우리 어릴때 <오성과 한음> 만화도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1617년 광해군의 계모인 인목대비 폐모논의에 반대하다가 관직이 삭탈되고 이듬해 북청(北靑)에 유배되어 배소(配所)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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