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2disc) : 디지팩
박찬욱 감독, 이영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런 말이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혹 가다가 쓰는 사람도 꽤 있는 거 같다. 대체로 난감하다.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 감상이란 걸 쓸려고 하니 대체로 난감하다. 이건 여담인데,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인데, 5학년 때 학급 부회장이라는 걸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때도 무슨 평등 내지는 평준화 바람이 불었는지 보다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학급 회장 부회장을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했다. 그러니까 방학 두 달정도 빼고 10달 곱하기 3명(회장 1명, 부회장2명)이면 30명, 왠만하면 회장,부회장을 한번은 해먹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였다. 그때 선생님이 본인에게 하루동안 많이 떠들고 소란을 피운 사람 이름을 칠판에 적으라고 하셨는데,,,소심한 본인은 대단히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함부로 적었다가 욕먹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대체로 조용했음’이라고 적을려고 하니 ‘체’자가 안“체”인지 바깥“채”인지 대단히 헷갈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대단히 고심을 하다가 어슴프레하게 안‘체’인지 바깥‘체’인지 잘 알아보지 못하게 어물쩍 흐릿하게 적어놓고 뒤통수를 긁으며 자리로 돌아왔던 일이 기억난다. 대체로 난감하다는 말을 하자 대체로에 대한 추억이 문득 떠올라 몇 자 끄적여 봤다.

본인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보지 못했다. <친절한 금자씨>가 처음이다. 그 유명하다는 <올도보이>도 본다 본다 하면서 미루고 있다. 마누래가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안볼려고 해서 못보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다. <친절한 금자씨>는 디비디는 일주일전에 샀는데 보기는 어제 새벽에 봤다. (사실 디비디는 예**4에서 샀다.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재에 셋방 사는 주제에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 같아 찜찜한 마음도 있다. 본인도 예전엔 플레티넘 회원이기도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좀더 싼 싸이트로 옮기게 되었다. 알라딘에서 주관하는 서평단 모집에 몇 번 당첨되어 공짜로 책도 받고 하니 더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내가 이 디비디를 산 이유를 말하자면 내용 보다 표지에 끌려서 이다. 이영애가 아름다운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본인은 이영애를 그다지 흠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 디비디 표지의 이영애 눈을 보자 사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던 것이다. 안사주면 나에게 무언가 친절하게 복수를 할 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말았다 오락가락 했다.


감상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체로 난감했다. 본인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고,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대체로 재미와 감동 때문일 것이다. 재미가 있거나, 아니면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를 만든 사람도 먹고 살 수있고 영화를 본 사람도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 누이좋고 매부좋고 그런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뭐 ‘눈 배맀다. 돈 돌리도!!’ 이런 것은 아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순하다 어린이 유괴 살인의 죄를 뒤집어 쓴 금자가 진짜 살인자인 백선생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죄짓지 말고 살라는 교훈이다. 백선생이야 무지막지한 천인공노할 무도한 놈이지만 금자씨도 결코 친절하고 깨끗한 것 만은 아니다. 그녀도 교도소에서 사람을 죽였고 복수를 위해 개도 한 마리 쏴 죽였다. 화면의 대부분에서 눈발이 날렸고 백선생에게 만행이 저질러졌던 교정은 온통 눈 밭이었다. 눈은 금자가 바라는 ‘깨끗함’의 상징이지만 녹으면 질척해지는 것이고, 그녀가 출소할 때, 더 이상 죄짓지 않기 위한 의식으로 두부 먹기를 거절했으므로 백선생을 처단하고(복수를 하고) 나서 하얀 생크림 케익을 먹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죄를 씻고 깨끗하게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인 것이다. 복수로는 ‘be white’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금자도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성인들의 몫이었다. 필부필부의 마음은 결국 복수심에 활활 불타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금자는 그 아까운 케익을 먹지 못하고 머리를 처박고 울었다는 말이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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