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느 날 갑자기

젊은 들꽃이 되어

이 바다 앞에 서면

나는 긴 열병 끝에 온

어지러움을 일으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망각의 해변에

몸을 열어 눕히고

행복한 우리 누이여.

쓸려간 인파는

아직도 외면하고

사랑은 이렇게

작은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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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에 등장하는 이 시는 마종기의 연가 시리즈 중 4편에 해당한다. 강석 김해영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싱글벙글쑈>에서 강가의 돌 강석이 맨날천날 부르는 그 <경아>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아가씨 경아가 남자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자 결국 알콜중독자가 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신파고 통속이다. 소설로도 영화로도 성공했다. 성능이 386은 되어야 알 수 있겠다.


최인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소년문사로 당대에 이름을 날렸다. 천재라고들 했다. 최인호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이 아마 고등학교 때 였을 것이다. 황석영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최인호는 당선이었지만 황석영은 입선이었다. 이문열이 삼십이 넘어 그것도 지방지를 통해 겨우 등단한 것에 비하자면 대단한 문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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