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신미식 사진.글 / 이클라세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감상을 일언이폐지하자면 왈 사무사(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는 사람은 위해 부언한다. 성현 공자께옵서 가라사대 시경에 나오는 시 삼백편을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무사思無邪’라 했다는 것이다. 생각에 사사로움이 없다는 말 되겠다)가 아니라, “사진은 정말 볼만하다”는 것이다. 본인이야 뭐 사진에 문외한(하기사 본인으로 말하자면 뭐엔들 문외한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버린 넘도 아닌 것이 세상사의 문외한이라 할만하다)이라 사진찍는 기술이나 카메라의 기능이나 사진의 구도,색상이나 이런 것들에 대하여는 전혀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고 따라서 얼마전에 산 본인의 디카로 찍은 사진들에서 이 책에 나오는 사진 그 비슷한 어떤 것이라도 기대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일 것이 지당한 것인데, 말인즉슨 우리가 흔히 보는 여행기 등에 나오는 사진들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는 고런 느낌이다. 

옛날부터 궁금했던 것이 여행전문가니 여행전문 사진작가니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먹고 사나 하는 것이었다. 이슬먹고 실똥싸며 백학따라 구름타고 다니는 신선도 아니관대 사진기 하나 들고 일렁일렁 놀러다니면서도 어떻게 잘먹고 잘사는가 궁금했더랬다. 부모님이 벌어오는 돈으로 밥 얻어먹고 살던 철없던 시절에야 경제라는 것을 몰랐지만 나이들어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자 경제라는 것이 갑자기 절박하게 다가와 찬바람 북풍한설을 일으킨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뭐 코피 터트려가며 뼈빠지게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봉급쟁이로 일년 열두달중 1주일도 짬을 내기가 어려워 겨우 3~4일짜리 휴가로 여행의 욕구를 간신히 달래는 본인으로서는 지금도 그들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하는 것이 궁금하다. 어쨌든 복많은 사람들이다.


페루, 볼리비아가 대부분이고 캄보디아, 간간이 우리나라도 등장한다. 페루에서 찍은 사진이 많아도 잉카문명과 관련한 쿠스코 유적이나 마추피추 유적에 대한 사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연히 캄보디아 관련 사진에서도 툼레이더에 나오는 앙코르왓트 유적 사진은 없다. 이 책이 “사람을 껴안다”와 “자연을 품다”는 부제가 붙어있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듯이 사진의 주인공은 사람과 자연이다. 254쪽의 ‘혜화동에서’라는 사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구불구불한 기와지붕, 이리저리 얽힌 전깃줄, 황혼빛 혹은 아침빛에 물든 뒷골목의 인적없는 풍경이 어째 푸근한 듯 하면서도 쓸쓸하다. 사진 옆에 붙은 짧은 글들이 불러 일으키는 감흥은 없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진은 볼만하다. 책을 눈 앞으로 바짝 끌어당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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