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바탄 사라이는 땅으로 가라앉은 궁전이라는 뜻으로 흔히 지하궁전이라고 한다. 이스탄불에 가면 사라이라면 말을 꽤 자주 만나게 된다. 사라이는 궁전이라는 말이다. 지하궁전이라고 하니 뭐 진시황의 지하 무덤처럼 진짜 궁전을 상상하시면 실망이 크다. 궁전이 아니고 지하 저수조다. 규모가 크고 무슨 신전처럼 일렬를 늘어선 기둥들이 많아서 궁전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또 지하 저수조라고 하는 것 보다 지하궁전이라고 하면 뭔가 더 있어 보인다. 황실과 도시의 수도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인 532년에 건립되었다.

    

지금도 지하 저수조에는 물이 차 있다. 눈을 대충 대중해 보기에 한 무릎 높이 정도 되는 것 같다. 물 속에는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펄떡펄떡거리고 있다. 사실 펄떡은 아니고 그냥 한가하게 유영하고 있다. 붕어인지 잉어인지 베스인지 알 수는 없다. 물 위로 목재로 다리를 놓아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기둥마다 아래 부분에 조명을 설치해 놓아 전체적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하라서 여름에 방문하면 특히 시원하다고 가이드에는 안내 되어 있지만, 소생이 한 여름 중에 갔지만 별로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인간난로 수백개가 들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지하 저수조의 규모는 폭이 70미터, 길이가 140미터로 면적은 70*140= 9,800제곱미터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기둥은 12줄인데 1줄에 28개의 기둥이 있으므로 총 기둥의 개수는 12*28=336개다. 역시 내가 뭐 세어본 것은 아니다. 기둥 중에는 모양이 다른 기둥 들도 있다. 나무 옹이 모양 문양이 있는 기둥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사람들이 손가락을 넣고 한바퀴 돌아본다. 일명 소원성취 구멍 혹은 기둥이다. 소원성취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무슨 뱀처럼 긴 줄을 만들고 있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은 채로 몸이 360도 돌아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아야 소피아에도 비슷한 소원성취 구멍이 있다.

 

예레바탄 사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메두사 기둥일 것이다. 메두사 기둥이라고 하면 뭔가 싶지만, 뭐 별거는 아니고 메두사 얼굴 석상이 기둥의 받침대로 쓰인 것이다. 336개의 기둥 중 2개의 기둥이 그렇다. 한 기둥은 메두사 얼굴 석상이 거꾸로 처박혀있고, 다른 하나는 뺨으로 기둥을 받치고 있다. 메두사 석상이 왜 기둥 받침으로 쓰였는지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액막이 부적 비슷한 효용으로 그곳에 그렇게 있다는 해석이 제일 유력한 것 같다.  

  

신화속의 메두사는 원래 눈부시게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어여쁜 처녀였는데 가당찮게 아테네 여신과 미모를 겨루다가 여신의 저주를 받아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변했다고도 하고역시 아름다운 처녀로 아테네 여신의 신전을 지키는 여사제였는데 신전에서 포세이돈이 메두사를 범하자 여신의 분노가 메두사에게 쏟아져 벌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메두사는 얼마나 억울한가....) 어쨌든 괴물로 변한 매두사의 그 독기품은 눈빛을 한 번이라도 보게되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했다고 한다. 나중에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머리가 잘려 죽임을 당하고 그 머리는 아테네 여신의 방패를 장식하게 된다. 여신도 뒤끝이 작렬이다. 원통한 메두사의 잘린 목에서 솟아난 피 속에서 천마 페가소스가 태어났다

 

메두사를 현대에 와서 아테네 보다도 더 유용하게 써 먹은 사람은 바로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다. 베르사체는 메두사의 그 뱀대가리에 치명적인 매혹, 관능, 화려함, 황홀감 같은 것들을 보기좋게 덧칠한 후 의류, 핸드백, 시계 등에 같다 붙여서 성적 매력과 아름다움, 부유함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인 인간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먹어 엄청난 부를 획득했다. 하지만 역시 메두사의 저주인가. 베르사체는 성공의 절정에서 고급 남창으로 알려졌으며 더구나 연쇄살인범이었던 젊은 미국 남성에게 살해당한다. 향년 50. 베르사체는 동성애자였는데 살인범도 나중에 자살을 해서 베르사체가 이 살인자의 성매매 고객이었는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워낙 극적인 사건이라 당연히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현재 베르사체 사업체는 지아니의 여동생인 도나텔로가 이끌고 있다. 이 분은 성형 중독인지 아니면 보톡스를 너무 맞았는지 얼굴이 거의 선풍기 아줌마의 재림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다. 어쩌면 보는 순간 돌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기 바란다. 메두사의 저주로.....

 

 

 

 

 

 

 

 

 

 

 

 

 

'패션의 탄생'은 전체관람가 도서여서 베르사체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다 나오는 것은 아니니 참고하시길...

 

 

  

추신 : '007 위기일발'의 주요 무대가 이스탄불인데 예레바탄 사라이가 등장한다고 한다. 언제 DVD를 사거나 빌려서 본다고 본다고 했었는데 아직 못보고 있다. 꼭 보고야 말 것이다. 이 영화는 1963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는 1964에 개봉되었다. 원제는 From Russia With Love. 제목도 멋지다. 영화 속의 이스탄불도 궁금하지만 영화 포스터를 보니 본드걸로 등장하는 여배우가 너무 예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다니엘라 비안키. ....이름도 예쁘군...미스 이탈리아 출신이다. 내가 보기에 007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본드걸이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이 있어 올려보니 함 보셔유...예쁘쥬??? 블루모스크 앞에 서있는 스물한 살 다니엘라 비안키... 나타났다 킨스키랑 약간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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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1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8-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사체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유익한 붉은돼지님의 서재..!ㅎㅎ 저두 디자이너 도나텔로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군요. 글을 보고 상상했던 모습과 기둥에 깔려(?) 있는 메두가 머리가 넘 웅장해서 헉 했네요. 터키여행 유익하게 하신 거 같아 다음 포스팅이 기대되어요ㅎㅎ

붉은돼지 2015-08-21 22:26   좋아요 0 | URL
사진이 저렇게 나와서 그런데요...
실제 메두사 두상은 크기가 1미터 정도인 거 같아요^^

도나텔로는 오빠 지아니의 뮤즈였다고 하는데...
뭐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도나텔로 보면....
하여튼 자연스러운 얼굴은 아닌 것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