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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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의 소설은 두어 해 전에 <마의 산>을 읽고는 처음이다. 지금 돌이켜 보니 소설의 줄거리도 감감하고 남아있는 특별한 느낌이나 감상도 없다. 골골거리는 환자들이 모인 무슨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프리메이슨이 나오고 어쩌고 했던 기억만 조금 난다.

본인의 기억력이 한심한 수준을 넘어 걱정스러운 단계로 접입가경 접어 들었다는 것은 본인 당자로서는 비록 안타깝고 서글프나 어쨌든 거의 명명백백한 것처럼 보인다. <토니오 크뢰거>를 두세장 쯤 읽다가....우리의 주인공 토니오가 학교수업을 마치고 그의 연모하는 동성친구인 한스 짐머와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대목 쯤을 읽다가..... 문득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슬그머니 드는 것이었는데, 책을 내려놓고 가만 곰곰 궁리를 거듭하던 차에 이문열세계명작산책에서 본 듯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서가에서 '성장과 눈뜸'이라는 부제가 붙은 3권을 꺼내어 펼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 떡하니 <토니오 크뢰거>가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이문열명작산책 10권을 3~4년전에 모두 읽은 것은 확실하니 그 안에 있는 토니오 킈뢰거도 읽었음이 분명한데 읽은 책의 제목도 되새기지 못하는 본인의 기억력으로 책은 또 읽으면 무엇하나 하는 슬픈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본인이 중학교 다닐 때 수집한 영화포스터에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 포스터도 있었는데(영화잡지 스크린에서 주로 오려내었음) 그때는 이 영화의 원작이 따로 있는지 또 토마스만이란 작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다. 포스터에는 동그란 안경을 낀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분위기의 중년남성과 금발에 세라복 혹은 해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얼굴이 가름한 미소년(처음에는 여자인줄 알았다.)이 등장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중년의 남성은 변태 아센바흐이고 소년은 타치오 되겠다. 아센바흐의 타치오에 대한 사랑을 달리 말하자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지경까지 와 있고 동서와 고금을 두루 살펴보건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뭐 실제상황이라고 해도 미소년 남색 취양이 별 스러울 것도 없겠다. 아센바흐는 헛것을 쫓다가 헛되게 죽었지만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것은 빛나는 두 눈과 감수성을 지닌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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