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17회부터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25~26회 부터는 구입해서 대상수상작과 나의 문학적 자서전 부분만 읽었다. (이건 여담이지만 남의 사생활은 항상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 문학적 자서전이라는 코너는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러다가 30회를 넘어가면 책을 구입해서 표지만 한번 쭉 훑어보고는 그냥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예전에는 본인 스스로 독서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듯 수집가가 되어있더라는 말이다. 조금 슬프기도하고 아니 슬프기도하고 그렇다.   

본인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 읽긴 읽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뭐 내 영혼이 물먹은 콩나물대가리처럼 무럭무럭 쑥쑥 자라거나 우리 5개월된 금지옥엽 어화둥둥 딸내미처럼 토실토실 살찌는 것을 내가 느끼지도 못했거니와 그냥 척 봐도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우리 마누라도 알고 있다. 연이나 내 책장에 책이 차곡차곡 늘어가는 것은 기꺼운 마음으로 목도하고 있느니 보는 눈과 느끼는 마음이 마냥 흐뭇하다. 말하자면 수집의 소위 치명적인 매력 아닌가 생각한다.  

금번 33회 수상작품집도 당근 구입했는데 겉표지를(수상작가들의 그 빛나는 면면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 책장을 한번 후리릭 휘리릭 넘겨보다가 대상수상작품의 분량이 소량이어서 한번 읽어볼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김연수의 책은 청춘의 문장들인가 하는 산문집을 하나 읽은 게 다지만 양명한 작가란 정도는 알고 있다.  

본인의 문학적 재능이 일천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좌절 비슷한 감정을 느꼇던 것인데, 이 소설이 대상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더란 말이다. 이건 이 소설이 대상에 값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비유컨대 비록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한테 맡겨지면 똥수레나 끌게 된다는 그런 말씀인데. 글 쓰는 재주가 없으면 글 알아보는 능력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게다가 김윤식 선생님의 심사평이란!! 우주적 상상력, 백악기적 상상력, 신생물학적 상상력이라니!! 이런!! 코끼리의 먼조상인 메머드가 백악기에 살았던가?  

독자제위의 혹자중에는 그 옛날 이인화의 이상문학상 수상을 얼토당토 않은 실로 가당찮은 처사였다고 비분강개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천리마로 똥수레를 끄는 본인같은 인사에게는 이인화의 당시 작품이나 김연수의 지금 작품이나 둘다 영광스러운 대상수상에 정당한 값을 하는지 모르기는 매일반이라는 말이다.  

예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보면 아마도 앞표지인가 뒷표지인가에 “이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독자에게 묻는다”라는 문구가 자랑처럼 선명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묻기를 포기했는지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 하기사 아무리 목아프게 불러보고 물어봐도 본인 같은 한심한 독자들이야 변변찮은 소리나 주께고 할것이니 그리된게 어쩌면 하나도 아쉬울게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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