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한 베니스 여행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잉가 카린 에릭슨 그림, 윤희기 옮김 / 미래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세계를 간다>류의 여행가이드에서부터 공화국 천년역사를 다룬 시오노나나미의 <바다의 도시이야기>까지 베니스에 관한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봤지만 이 책이 가장 쉽고 잘 읽힌다. 물론 재미도 있다. 이 책의 꼬마 주인공 벤델라의 최대 관심사는 산마르코 성당의 아치 위에 서있는 네 마리 청동말이다. 그 네 마리 청동말이 그렇게 유구한 역사와 깊은 사연을 간직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 청동 말이 있었다는 것 조차 금시초문이다.(바다의 도시이야기에서 단돌로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약탈 부분에서 읽은 듯도 하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발없는 말은 천리를 가고 움직이지 못하는 말은 아마도 만리를 넘어 갔을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베니스로 베니스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다시 베니스로....

벤델라는 어린 소녀라 관심이 당근 어른들과 다르다. 청동말이 그렇고, 사자가 그렇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구석부분에 그려져 있는 개나 고양이 등에 관심을 보인다. 오래전 베니스 상인 몇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마가(마가복음의 기술한 그 마가 말이다.)의 유해를 베니스로 몰래 밀수해온 이후로 성 마가(산 마르코 되겠다)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었다. 이 마가의 애완동물(?)이 사자라 베니스에서는 건물의 기둥이며, 처마밑이며, 문고리며, 벽이며, 곳곳에서 사자형상을 만나게 된다. '해리의 바' 벽에 그려진 금사자는 대홍수때 물에 침수된 지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해리의 바'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선행과 그에 따른 보은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떠나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아무 댓가없이 도와주고 또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잊을만할 때 찾아와 몇 배로 보상해준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흔하지만 들을 때마다 흐뭇한 마음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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