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사용 - 소설가 함정임의 프랑스 파리 산책
함정임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알라딘으로 함정임의 신간도서 두권을 구입했다. 한권은 <인생의 사용>이고 다른 한권은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이다. 특정한 책을 구입하는데는 누구나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함정임의 프랑스 파리 산책'이란 부제가 붙은 <인생의 사용>을 구입한 까닭은 아마도 본인이 구경해본 유일한 외국도시가 파리여서일테고, '유럽 예술 묘지 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리고…나는 베네치아로 갔다>를 구입한 이유는 본인이 제일로 가보고 싶은 도시가 베네치아여서일 것이다.

저와 같은 소심한 봉급쟁이 사정으로 말하자면 파리는 아득하고, 베네치아도 아득하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여행경비를 생각하면 또 한번 아득하고, 수년 적금을 넣어 경비를 마련했다손 하더라도 열흘정도라도 휴가를 마련한다는 것도 또한 아득하다. 직장생활 8년에 5일이상 휴가를 해본적이 없다. 어찌 생각해보면 이런 아득함들은 배부른 투정일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그 끝간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만인의 공통된 의견이고 주지의 사실이다. 누구나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갈망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인생의 사용>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스치듯 지나간 파리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아국(我國)이 비록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지만,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집 대문을 나서면 바로 오백년 혹은 칠백년의 전통과 역사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동양의 건물들은 목조라 오래 보전된 것들이 드물고, 유럽의 건물들은 돌로 지어져 전쟁이나 화재 등을 견디어내었다. 파리 지하철이 100년을 넘었다고 하니 그 많은 성당들과 가옥들을 말해 무었하겠는가. 강산이나 들판과 한가지로 건물과 거리들도 함께 의구하니 실로 전통을 말할 만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하다는 느낌이다. 문화적 사대주의를 지적하거나 혹은 지적 허영에 물든 썩은 낭만주의를 운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작가가 파리에 대하여 쓴 산문이니 여러 가지 읽을 만한 것들이 있고, 일년에 한달이상씩 10여년을 파리에서 소일한 사람의 글이니 또 그 감상과 느낌을 믿을 만하다..

사족 : 친구나 직장동료 등 주위사람들로부터 괜찮은 책을 소개받거나 알라딘과 같은 서적관련 웹페이지를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반가움이란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기쁨이다. 어서어서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 설레임이나 그리움 비슷한 감정들이 무럭무럭자라난다. 김화영의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을 소개해준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덤으로 무엇인가를 더 얻은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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