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민족의 대명절 설날 그 바로 전날 오후 2시경. 황제폐하께옵서 친히 전화를 주셨다. 제 폰 남바를 어찌 아시고. 아아 망극하여라. 친철하신 폐하께옵서는 미천한 소신이 놀래 뒤로 자빠져 코라도 깨어질까봐 미리 승정원을 통해 통지하셨다.(어쩌면 내시부 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실입니다. 잠시후 대통령신년인사 발송예정입니다. 수신거부 080*******"  

 

바삐 목욕재계하고 의관을 정제한 채 자리 깔고 북쪽을 향해 꿀어 엎드려 있기를 몇 시진, 양다리에 찌리리~ 쥐가 올려는 찰나, 드디어 무슨 뻐꾹새 몸으로 울 듯이 폰이 진저리를 치며 울었다. 통지가 있었음에도 아둔한 소신 “대통령 이명박입니다.” 라는 황제폐하의 옥음을 듣고는 일순 얼매나 놀랬는지 모른다.  

 

아~ 질곡의 세월을 눈물로 인내한 보람이 있었던가~ 궁벽한 시골 초려에 엎어져 있는 이 몸을 어찌 알아보시고 측근으로 불러 중하게 쓰시려나 보다...아 어이할꼬, 산림의 기개로, 선비의 기개로 삼고를 기다려야 할 것인가....맨발로 뛰쳐나가 폐하의 탑전에 엎어져 망극한 성은을 받들아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가는 사이 녹음된 폐하의 옥음은 계속 이어졌다....“...공무원이 나라의 중심이니 열심히 일해야 어쩌고 저쩌고....친지들에게 안부 전해주시고.....어쩌고 저쩌고...새해 복많이 받으시고.....어쩌고.....다시 들으시려면 1번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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