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의 전원시인으로 유명한 도연명의 호는 오류선생이다. 집 앞에 버드나무 다섯그루를 심어놓은 까닭이다. 평생 전원생활을 동경하여 40세이후에는 향리의 전원으로 퇴거하여 일생을 민간인으로 살았으나 가난과 병고의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끝내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버리지 않았다 한다.

미천한 본인의 한 때 별호가 오리였다. 아둔한 것이 스스로를 높여 오리선생(梧里先生)이라고도 했으니 지금 생각건대 심히 부끄럽다. 선생께옵서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지었으니 이를 본받아 나는 오리선생전(梧里先生傳)을 엮었다. 송구하여 몸 둘 곳을 알지 못하겠다. 감히 천출 후학이 옛 대가를 욕보이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마주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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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梧里先生傳>

선생의 본관은 굴다리며 선생의 본명과 생몰년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다만 "오리(梧里)"라는 호만 전해 내려올 따름이다. 마을에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았던 까닭이라 한다. 선생의 탄생에 관련하여서는 한토막 전설이 회자되고 있으니, 선생의 선친 모생원은 어느날 낮잠을 되게 자다가 굴다리 일대가 오색찬란한 서기에 휩싸이며 무수한 금학들이 즐거운 듯 춤을 추며 꾸엑꾸엑거리는 무척이나 상서로운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인데 .......

- 백학이 천년을 살면 현학(검은 학)이 되고 현학이 다시 천년을 살게 되면 금학(금빛 학)이 된다고 하였으니, 신선이 한 명 나타나면 그 주위로 여러 마리의 백학이 따르지만 금학은 신선 수백이 모여도 한 마리를 구경하기 어렵다 할 정도의 영물이라고 옛 문헌은 전하고 있다 - 출전 : 이외수 "벽오금학도"

모생원은 '이 꿈은 틀림없이 이 땅에 큰 성인이 태어날 징조일진저!! 필시 태몽이라!! 실기하여 후한을 남겨서는 아니되느니!!' 생각하고는 밭에서 일하고 있던 선생의 모친을 급히 불러들여 황망창졸간에 부인과 동침하여 마침내 잉태하게 되니 이가 곧 선생이라.

혹자는 모생원을 일러 글하는 선비로서 대낮에 그 무슨 점잖지 못한 행동이냐고 비난하기도 한다지만 이는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한치라도 거스러지 아니하려는 모생원의 깊은 심사를 헤아리지 못한 까닭이니, 그들이 어찌 생원의 큰 뜻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선생은 태어날 때 요상하게도 오리주댕이를 붙이고 태어났으나 목욕을 시키자 이 오리주댕이가 떨어지며 수려한 선생의 이목구비가 비로소 환하게 드러났던 것인데 선생의 외모를 보고 감탄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더라.

선생은 어려서부터 부모 공경하기를 극진히 하고 서책 가까이 하기를 지극히하며 당대 거유대덕들과 교류하여 큰 선비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으니 선생의 나이 서른에 이름에 그 높은 학식과 큰 명성이 천하 방방곡곡 구석구석에 미치지 아니하는 곳이 없더라.

연이나, 때는 바야흐로 암흑시대라 한심무도한 무리들이 이처럼 들끓어 백성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뜻있는 선비들은 세상을 등지고 깊은 계곡을 찾아 숨어 들었던 것이라. 선생에게는 천하를 바로 세우고 도탄에 빠진 억조창생들을 구원할 계책이 무수했으나 결국 쓰이지 못하고 시절을 한탄하며 음주발광으로 소일하니 애통하여라!! 선생이여!!

선생의 나이 이백에 이르자 광증이 도져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이한 병에 걸리게 되었던 것이라, 일설에는 입이 오리주댕이마냥 점점 튀어나오다가 끝내는 학처럼 길어지고, 양팔이 썩어 없어진 자리에 깃털이 돋아 날개모양을 하며, 양다리는 점점 말라 비틀어져 학의 다리처럼 가늘어 지더니 마침내 온몸이 금색으로 바뀌면서 한 마리 금학이 되어 승천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느니.........어찌 아둔한 후학들이 그 진위를 알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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