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달리 무아위야는 아들 야지드에게 칼리프의 지위를 세습하려고 애썼다. 오랜 싸움을 통해 제국의 기반을 구축한 자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공화국 로마가 제국이 되면서 더 큰 번영과 발전을 이루었듯이 이제 이슬람 공동체도 비잔틴이나 페르시아처럼 세습 군주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일종의 부족 대표자 회의인 슈라를 통해서 야지드를 칼리프로 선출했다. 반발하는 사람들에게는 협박과 회유, 그리고 폭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무아위야는 권력을 세습하지 않고 원로회의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던 정통 칼리프 시대의 전통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아위야에게 끝까지 저항한 귀족들이 있었는데, 4대 칼리프 알리의 둘째 아들 후세인, 초대 칼리프 아부 바크르의 아들 압달 라흐만과 외손자 압달라, 2대 칼리프 우마르의 아들 압달라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전통에 따라 자신들에게도 칼리프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무아위야의 아들 야지드가 칼리프로 즉위했을 당시 후세인은 50대의 나이로 야지드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하고 메카에서 피신 중이었다. 이때 쿠파의 주민들이 후세인에게 자신들의 지도자가 되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쿠파는 과거 아버지 알리의 근거지로 무아위야 시절에 많은 박해와 홀대를 받았기 때문에 쿠파인들은 야지드의 세습을 반대했던 것이다.

   

680912일 후세인은 72명의 군사를 이끌고 쿠파를 향하여 메카를 출발했다. 72명이라고 하니 무슨 결사대나 최정예 특수부대를 상상하기 쉽지만 그의 무리는 군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72명 중에는 후세인의 아내와 아이들, 허리 꼬부라진 노년의 친척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행 중 겨우 몇 명만이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연령대의 남자였다.

 

후세인 일행은 메카를 떠난 지 20일 만인 102, 바그다드 남쪽 80킬로미터 지점, 쿠파로부터 이틀 거리의 북쪽에 있는, 유프라테스 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운명의 카르발라에 도착했다. 예언자의 둘째 손자가 거병했다는 소식을 접한 칼리프 야지드는 서둘러 군대를 출동시켰다. 야지드의 명령을 받은 라이(테헤란) 총독의 군대는 후세인이 도착한 다음날에 카르발라에 도착했다. 총독의 군대는 후세인의 오합지졸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숫자였는데, 전해지기로 사백 명에서 무려 사만 명까지 이른다. 천 명이라고도 하고 삼만 명이라고도 한다. 물론 이 병력에는 부녀자나 허리 꼬부라진 노인은 없었다.

    

6801010일 마침내 전투가 벌어졌다. 후세인은 32명의 기병과 40명의 보병으로 군대를 배치하고 총독에게 일대일 대결을 요구했다. 한 사람, 한 사람 후세인의 전사들이 돌격해나가서 야지드의 군대와 싸웠다. 한 명씩, 한 명씩, 그들은 쓰러졌다. 후세인의 동지들이 모두 죽고 나자 후세인의 친척들이 후세인에게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후세인의 둘째 아들이 먼저 나가서 장렬하게 처형당했다. 이어서 후세인의 늙은 친족들이, 마지막으로 후세인도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해서 예언자의 손자와 증손자, 그리고 친척들이 모두 전사했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었고 무엇보다도 순교였다. 시아 무슬림들은 후세인을 순교자들 중의 순교자로 부르고 있다. 이로써 참극의 현장이자 운명의 장소인 카르발라는 시아파의 성지로 거듭나게 된다. 모든 시아 무슬림들은 이날(1010)을 기념하는 아슈라라는 축제를 매년 열어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후려치거나 칼로 자신의 머리를 쳐 피를 흘리면서 후세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그 통한의 날을 잊지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 이상으로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박물관 내부에 걸려있는 거대한 원판에 쓰여진 이슬람 캘리그래피 이름 8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시아파 무슬림 순례자들이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의 순교를 되새기는 40일간의 추모 행사인 아르바엔을

기념하기 위해 이라크 카르발라의 알 아바스 사당 내부에 위치한 이맘 후세인의 무덤을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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