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일지 23 - 공구의 날개
우리들의대장만출이가스스로저희삶과바다를반납한 것
(좋게해석해서)이라고가정한다면, 공구는정말달랐다.
공구는정말달랐다. 그녀석은이른봄에제일먼저피는할
미꽃이고, 이른봄천사에게서제일먼저날개를받아날아다
니는찔찌리새였다. 청승맞게새의울음소리를잘내는공구
의겨드랑이에는언제나날개가두장달려있다.
녀석이날개를퍼덕이며날아다닐때우리들은하늘속이거
나별속에떠있었다. 위험해위험해. 초장동사람들은우리
들이떠있는것이위험하다고항상공구의날개죽지부터묶어
놓았다. 우리들이숲속에서잡은찔찌리새를갖고놀다가새
가죽자공구는울었다. 이른봄바다가보이는언덕에서새의
장례식을올리며공구는한마리찔찌리새가되어울었다. 어
른들에게날개를뺏긴공구는결코날지않았지만그대신한마
리새가되어울었다. 며칠뒤공구가죽고우리들의머리위로
처음보는커다란날개를퍼덕이며공구가날아올랐을때, 우
리들은저마다함께날아오르려고버둥거렸지만모두땅으로
떨어졌다. 그새는먼별속으로날아갔다.
별을보며인사동에정박하다. 새벽두시. 수부들은부질
없이날아오르기를다투며술을마시다. 공구가가진날개를
빌지않고나는착실하게나의노만저으리라. 노를젓고저어
서저별에닿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