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날인데도 줄넘기로 겨울낚시를 즐기는 초등학교 1학년 입니다. 이런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면 팍팍하고 눈물겨운 현실을 조금은 여유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도 가끔은 '호적 좀 팝시다'
지난 해 연말, 방학이라 집에 내려온 아들과 텔레비전 드라마를 함께 보았어요.
공중파 방송에서 몇 시간이고 몰아서 방송을 했습니다.
제목이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어요. 그 즈음에 초등학교 1학년인가요,
해리가 쓰는 ‘빵꾸똥꾸’가 방송 불가 판정을 받고 시끄러웠어요.
이 사회가 초등학생의 수준보다도 못하게 전락하는 순간이었어요.
잠깐 보아도 주제는 그 ‘빵구똥꾸’가 아니었어요.
아마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빵꾸똥꾸’로 욕먹어야 하는 분들이 ‘도둑 제 발 저려’서 한 조치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교회에서 주일날 유치부 여자아이에게 물어보았어요.
“혜랑아, 신신애가 좋아 정해리가 좋아?”
물론 신신애가 좋다더군요.
다섯 살짜리도 분별하는 일을 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사회라니...생각만 해도 우울해 집니다.
그런 건 법에서 정해줄 일이 아니라 국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빵꾸똥꾸’가 아니에요.
드라마를 보니 모두들 ‘조금 모자라거나 넘치거나’이더군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넘쳐서 시끄러운 세상이니 그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가족여행을 가는 장면이었어요.
드라마 중의 의사 아들이 피곤하다며 안가면 안 돼?. 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랬더니 아버지 이순재가 “안 돼, 그러면 너 호적에서 판다.”엄포를 놓으시더군요.
그 다음 아들 의사의 말이 압권이었어요.
“그래도 돼요? 호적에서 파면 안가도 돼는 거죠?”
물론 아버지의 호령으로 가족 여행에 함께 가긴 했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가져다주는 웃음의 힘은 대단했어요.
우리도 생활하면서 이런 유머와 위트가 있으면 삶이 훨씬 부드럽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이런저런 일들로 때로 넘어지고, 때로 마음이 상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유머나 위트가 있다면 발을 빠뜨리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암세포는 하루에도 수없이 생성됩니다. 내가 막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암세포가 터를 잡고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또 중요한 한 가지는 타인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사는 것이지요.
새해에는 그런 내공을 기르는 데도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볼일이 있어서 가족이 모두 시내엘 나갔어요. 아들은 핸드폰을 새로 사겠다고 해서 아버지와 핸드폰 가게로 가고, 저는 제 시계의 밧데리를 교환하고 아들을 시계줄을 줄이느라 금은방에 갔겠지요. 젊은 손님에게 늙수레한 주인 아저씨가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당하고 있었어요. 아마 혼수손님을 소개해 주어서 진주목걸이를 선물한 모양인데 그게 문제가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 벌써 몇차례 신경전을 벌인듯...겨우 달래고 사과해서 그 손님을 보내자 이번엔 전화가 와서 또 어쩌구저쩌구 하는 모습이었어요. 주인아저씨는 겨우 제 차지가 되었지요. 시계줄 두 개 줄이고 밧데리 교환 하나...14000원이라네요. '뭐가 그렇게 비싸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갑니다. 대신 "아저씨, 살기가 많이 힘들지요." 그 아저씨께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요 며칠 남편도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서 기가 많이 죽어있거든요. 그런 기분을 평균치까지라도 끌어올릴려면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