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5색

새로 문을 연 미술관에 갔습니다.
사진을 찍은 것이 목적이 아니고 사진을 위한 내공을 쌓으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낚시꾼이 부지런히 밑밥을 넣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해야 할까요.
그림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읽는 훈련 같은 것이지요.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부지런히 다리 품을 팔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어서 늘 조바심을 칩니다.

입구에서 보니 다섯 사람의 모습이 다 다릅니다.
말하자면 '5인 5색'입니다.
전시회장에서의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림을 보는 다섯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고, 입구에는 저 밖에 없어서 그다지 실례가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글감을 놓치기 싫은 찍사의 변명이지요.
그림을 보는 사람이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지만 그 모습들이 다 각각입니다.
아마 열 명, 스무 명이라도 다 다를 겁니다.

요즈음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입니다.
획일적이고 통일된 것은 창조적이지 못하며, 따라서 경쟁력이 없다고 비난 받기 일쑤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 특히 프랑스 사람 -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문화 중의 하나는, '짬뽕으로 통일!'을 외치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랍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고 즐기기 위해 먹는다는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웃기는 짬뽕들'인거죠.
사람의 식성이 다 다른데 통일은 말도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다르다’는 것에 너무 미숙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일제의 잔재, 해방 후 정치 격변기의 대립된 이데올로기, 오랜 군사정권의 청산하지 못한 상명하달식의 사회구조 때문인지 ‘다르다’는 것은 곧 ‘틀렸다’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민주주의’는 너무 요원해 보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너는 왜 나 같지 않느냐고 비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 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다 다른 개성들이 있더라도 궁극에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가져봅니다.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다소 남루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마음이 있는 그런 사회를 꿈꿔봅니다.

미술관 나들이에서 칠팔 십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사실 집에 와서 사진 선별하는 작업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어려서워 많이 찍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간 다른 사람들은 보통 이삼 백 장을 찍습니다.
그 중에서 몇 장을 건지는 것이지요.
바람 부는 거리로 떨치고 나서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는지 몰라도 저는 이 사진이 맘에 듭니다.
오늘은 한 장의 사진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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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술을 배우시는가봐요. 미술관의 5인5색 멋지네요.^^

gimssim 2010-01-23 20:34   좋아요 0 | URL
네, 지난 해 봄 부터요.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저녁 무렵의 앙가라 강 

유속이 너무 빨라서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앙가라 강입니다.  

그러나 사진으로보는 앙가라 강은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보입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강 위에 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그 아래에서는  

수없이 발짓을 해야 하는 것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강 아래에서는  

수많은 소용돌이가 어우러지겠지요. 

마치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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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용사의 비 

영원의 불꽃을 지나 앙가라 강 가로 가는 다리 어귀에 서 있는 , 

전쟁으로 숨진 이름없는 용사들을 기리는 비입니다. 

아버지와 참배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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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같아라

좀 무거운 일이 있어서 방바닥에다 대고 X-ray 를 찍고 있었는데 사진반의 젊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그러고 있지 말고 바람이나 쐬러 나오라는 것이었어요.
바람이고 뭐고 다 귀찮았지만 한번두번 거절하다 보면 아예 빼버릴까봐 - 이건 늙은이의 근심이지요 -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갔지요.
내가 오후 세시 사진 찍어야된다고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사진 찍을 장소를 헌팅해둔 거였어요.
거기에서 아인슈타인을 사이에 두고 세 시가 되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은 아마 네시 쯤 찍은 걸 겁니다.

겨울의 스러지는 빛,
나무,
낙엽,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겨울의 정원이지요.

집에 와서 보니 꼭 제 마음 같습니다.

예수쟁이인 저는,
예수님의, 빛의 자녀로 살고 싶지만 늘 어둠에 마음 한자락을 뺏겨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어둠 보다는 빛이 많은 것이 위로가 됩니다.
또 한 가지, 부족하긴 하지만 그냥 흘러가며 살아가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서 작은 위로가 됩니다.

어느 대학의 겨울 캠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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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에도 듭니다.^^ 좋은데요. 사진이라는게 아무렇게나 뚝딱 만들어지는게 아닌 것 같아요. 시간, 빛, 속도 모든게 맞아야 예술적인 사진이 나오는가봐요.^^

gimssim 2010-01-23 20:39   좋아요 0 | URL
관심을 가지면 그 모든 것이 보이더라구요. 아마 다른 모든 것도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 추운 겨울날인데도 줄넘기로 겨울낚시를 즐기는 초등학교 1학년 입니다. 
이런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면 팍팍하고 눈물겨운 현실을 조금은 여유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도 가끔은 '호적 좀 팝시다'

지난 해 연말, 방학이라 집에 내려온 아들과 텔레비전 드라마를 함께 보았어요.
공중파 방송에서 몇 시간이고 몰아서 방송을 했습니다.
제목이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어요. 그 즈음에 초등학교 1학년인가요,
해리가 쓰는 ‘빵꾸똥꾸’가 방송 불가 판정을 받고 시끄러웠어요.
이 사회가 초등학생의 수준보다도 못하게 전락하는 순간이었어요.
잠깐 보아도 주제는 그 ‘빵구똥꾸’가 아니었어요.
아마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빵꾸똥꾸’로 욕먹어야 하는 분들이 ‘도둑 제 발 저려’서 한 조치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교회에서 주일날 유치부 여자아이에게 물어보았어요.
“혜랑아, 신신애가 좋아 정해리가 좋아?”
물론 신신애가 좋다더군요.
다섯 살짜리도 분별하는 일을 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사회라니...생각만 해도 우울해 집니다.
그런 건 법에서 정해줄 일이 아니라 국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빵꾸똥꾸’가 아니에요.
드라마를 보니 모두들 ‘조금 모자라거나 넘치거나’이더군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넘쳐서 시끄러운 세상이니 그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가족여행을 가는 장면이었어요.
드라마 중의 의사 아들이 피곤하다며 안가면 안 돼?. 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랬더니 아버지 이순재가 “안 돼, 그러면 너 호적에서 판다.”엄포를 놓으시더군요.
그 다음 아들 의사의 말이 압권이었어요.
“그래도 돼요? 호적에서 파면 안가도 돼는 거죠?”
물론 아버지의 호령으로 가족 여행에 함께 가긴 했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가져다주는 웃음의 힘은 대단했어요.
우리도 생활하면서 이런 유머와 위트가 있으면 삶이 훨씬 부드럽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이런저런 일들로 때로 넘어지고, 때로 마음이 상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유머나 위트가 있다면 발을 빠뜨리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암세포는 하루에도 수없이 생성됩니다. 내가 막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암세포가 터를 잡고 자라기 쉬운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또 중요한 한 가지는 타인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사는 것이지요.

새해에는 그런 내공을 기르는 데도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볼일이 있어서 가족이 모두 시내엘 나갔어요.  아들은 핸드폰을 새로 사겠다고 해서 아버지와 핸드폰 가게로 가고, 저는 제 시계의 밧데리를 교환하고 아들을 시계줄을 줄이느라 금은방에 갔겠지요.   젊은 손님에게 늙수레한 주인 아저씨가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당하고 있었어요. 아마 혼수손님을 소개해 주어서 진주목걸이를 선물한 모양인데 그게 문제가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   벌써 몇차례 신경전을 벌인듯...겨우 달래고 사과해서 그 손님을 보내자 이번엔 전화가 와서 또 어쩌구저쩌구 하는 모습이었어요.   주인아저씨는 겨우 제 차지가 되었지요. 시계줄 두 개 줄이고 밧데리 교환 하나...14000원이라네요.   '뭐가 그렇게 비싸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갑니다.   대신 "아저씨, 살기가 많이 힘들지요."   그 아저씨께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요 며칠 남편도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서 기가 많이 죽어있거든요.  그런 기분을 평균치까지라도 끌어올릴려면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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