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아라
좀 무거운 일이 있어서 방바닥에다 대고 X-ray 를 찍고 있었는데 사진반의 젊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그러고 있지 말고 바람이나 쐬러 나오라는 것이었어요.
바람이고 뭐고 다 귀찮았지만 한번두번 거절하다 보면 아예 빼버릴까봐 - 이건 늙은이의 근심이지요 -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갔지요.
내가 오후 세시 사진 찍어야된다고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사진 찍을 장소를 헌팅해둔 거였어요.
거기에서 아인슈타인을 사이에 두고 세 시가 되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은 아마 네시 쯤 찍은 걸 겁니다.
겨울의 스러지는 빛,
나무,
낙엽,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겨울의 정원이지요.
집에 와서 보니 꼭 제 마음 같습니다.
예수쟁이인 저는,
예수님의, 빛의 자녀로 살고 싶지만 늘 어둠에 마음 한자락을 뺏겨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어둠 보다는 빛이 많은 것이 위로가 됩니다.
또 한 가지, 부족하긴 하지만 그냥 흘러가며 살아가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서 작은 위로가 됩니다.
어느 대학의 겨울 캠퍼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