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나라
가끔 여행을 한다. 미리 정해둔 원칙이 있다. 국내 여행을 할 경우 우선은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나 읍면 단위의 마을들을 먼저 보겠다는 그것이다.
이번 휴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오지라고 할 수 있는 무진장, 말하자면 무주, 진안, 장수를 둘러볼 계획을 했다. 거기다가 첨가한 곳이 담양이다.
사진은 진안이다. 봄에 이미 마이산을 둘러보아서 진안에는 가볼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미리 우편으로 관광책자까지 배달받은 터라 이곳에서 자면서 저녁과 아침,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할 작정이었다.
아침에 잠시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왜 국토의 균형발전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젠가 아들이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공부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법칙이 적용된다. 특히 영어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면 그다음은 훨씬 쉽게 갈 수 있다. 초기의 집중투자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만큼 집중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경제적인 여력이 없었지만 빚을 얻어 3주짜리 호주 연수를 보냈었다. 심하게 고지식한 아들에게 무리한 처방을 한 것이었다. 밖에 나가 좀 보고 오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맞아떨어져서 아들은 좀 적극적으로 변했다. 대학에 가서 이년 호주 워킹을 다녀왔다.
이 작은 면 단위의 마을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만한 기간산업이 부족하니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개울을 정비하여 산책로를 만들고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에 부치는 듯 보였다. 바로 옆의 담양은 많은 명승고적과 유적지와 일찍부터 조성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잠시 이곳에는 임금의 미움을 받아 귀향을 온 조정의 고위관리 하나 없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의 눈에 비친 모습이다. 실제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빈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몸은 신체의 구석구석 피돌기가 잘 되어야 한다. 우리의 국토도 도로망 뿐만 아니라 균형발전을 이루어서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초등학교 글짓기에 나오는 마무리로 이상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