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은 간다
여행 중 만난 봄 풍경입니다.
저도 한 이십 년 쯤 뒤면 저기 있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차에서 내려 저렇게 식사자리를 만들기까지 참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이나 종합운동장에 모여 사열을 하거나 제식훈련을 받던 세대는 분명 아닐터인데...
내려서 대열을 정비하여 식사를 하고 다시 여행대열로 돌아가기까지 삼십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김동길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부엌’을 짊어지고 다닌다고 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십 여 미터 떨어진 강둑에 앉아서 저희부부도 아침에 집에서 사온 도시락을 풀었습니다.
된장을 넣고 무친 머위나물, 파김치, 부추김치, 콩잎 그리고 향수를 달래느라 도시락밥 위에 계란후라이.
짧은 여행을 나서면 길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기 싫어서 한끼 정도는 이렇게 도시락을 사서 출발을 합니다.
배가 적당히 부르니 마음이 즐겁습니다.

아까부터 줄곧 머릿속을 맴도는 유행가를 흥얼거려봅니다.
구구절절 마음을 적십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얼마 전 타개하신 백설희가 부른 이 노래를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최백호가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유행가 가사에 이렇게 마음이 가는 것은...세월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