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이 지그시 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소진은 만지던 물건에서 손을 떼고 얼른 문 뒤쪽 벽에 기댔다. 빈집이라는 사실도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다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간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책상 가운데 서랍에 손을 댔다. 서랍은 늘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매번 단단히 잠긴 서랍을 흔들어보았다. 소진이 흔들면 서랍에 든 것이 덩달아 조금 움직였다. 그곳은 오직 유준의 아버지만이, 소도시에서 몇 개 안 되는 공장을 운영하고 커다란 집을 건사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면 소진은 재빨리 유준의 방으로 돌아왔다. 심장이 뛰는 가운데 서랍에 든 것이 무엇일지 상상했다. 소진이 형제들에게 들키거나 빼앗기기 싫어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일기장이나 선물로 받은 열쇠도리, 싸구려 천지갑 같은 것과는 영 다른  물건이 들어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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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래요. 자, 맘대로 해보시든가. 집 안 어디든지 한번 찾아보시오. 만약 할머니가 나온다면 그건 내가 한 짓이 틀림없을 테니까. 게다가어쩌면 옆집이 남겨두었다는 그 돈도 나올지 모르겠군, 찢어지게 가난하다 보면 사람은 거치적거리는 자기 부모를 죽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의 돈도 슬쩍하게 된다는 뭐 그런 말 있잖소.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파보는 게 어떻겠소?"
순경은,
"그러게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하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세 시간쯤 지나서 순찰차와 소형 트럭이 뒷골목에 멈췄고 쥐색 작업복을 입은 경찰
대여섯 명이 삽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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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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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이기도 한 로버트 펜 워런은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1962)라는 글에서 이런 대답을 했다. "소설은 우리에게 우리가원하는 것만을 주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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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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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는이 회상록 <증언>(이론과실천, 2001)에 의하면, 쇼스타코비치는 작가 체호프를 열광적으로 흠모했던 것 같은데 그의 말이 이렇다. "나는 체호프를 게걸스럽게 읽는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삶의 시작과 종말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생각을 곧 만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06쪽)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이처럼 간결고 정확하게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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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아기를 낳을 때면 늘 그렇게 힘들게 낳아요?"
"그렇진 않아. 이번은 아주 아주 예외적인 경우야."
"그 사람은 왜 자살한 거예요. 아빠?"
"나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견딜 수 없었나 보지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나요. 아빠?"
"많지는 않아, 닉."
"여자들은요?"
"거의 없지"

-----인디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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