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이 지그시 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소진은 만지던 물건에서 손을 떼고 얼른 문 뒤쪽 벽에 기댔다. 빈집이라는 사실도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다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간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책상 가운데 서랍에 손을 댔다. 서랍은 늘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매번 단단히 잠긴 서랍을 흔들어보았다. 소진이 흔들면 서랍에 든 것이 덩달아 조금 움직였다. 그곳은 오직 유준의 아버지만이, 소도시에서 몇 개 안 되는 공장을 운영하고 커다란 집을 건사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면 소진은 재빨리 유준의 방으로 돌아왔다. 심장이 뛰는 가운데 서랍에 든 것이 무엇일지 상상했다. 소진이 형제들에게 들키거나 빼앗기기 싫어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일기장이나 선물로 받은 열쇠도리, 싸구려 천지갑 같은 것과는 영 다른  물건이 들어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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