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GPE 총서 1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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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가 되지 않으려면 역사를 읽어야함을 적시하여 깨우쳐주는 명저>

역사는 승자의 것인가? 적어도 19세기 이후로는 그렇지 않다. 근대 역사는 개인이 일생동안 뒤적거려도 다 펼치지 못할만큼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거기엔 물론 승자의 행적이 가장 두툼하지만 아울러 패자의 억울함도, 잊혀진 자들의 서러움도 갈피마다 끼워져 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승자독식의 현실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현실주의자와 불평등한 세상을 적대시하고 이상향을 향한 꿈만 꾸는 몽상가는 모두 몰역사적이다.

저작은 20세기 초반에 치열한 사상투쟁과 현실조건의 변화로 과학적 부실성이 노출된 마르크스주의의 방법론을 여전히 신봉하고 집착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서술한다.
또한 자기 사상의 견실함에서 타협의 여지가 나온다면서, 사민주의의 실천을 그저 양 극단의 절충쯤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얼마나 오만한지에 대해서도 밝히 보여준다.

그런 태도가 바로 사상의 현란함에만 사로잡혀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지 않은데서 오는 헛똑똑이들의 한계이다.

작금의 현실은 다르다며, 과거의 교훈을 쓰레기통에 밀어넣는 과오를 반복하는 일에는 좌우도, 세대도 따로 없다.

잠정적 유토피아를 현실에 건설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비루하며 반복적으로 지저분해지는 현실과 타협하고 투쟁하며 개선해왔던 이들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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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 트랜스라틴 총서 2
이성형 지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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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유일하게 옳은 길이란 없다.

1992년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의 기수로 인기였다. 언론과 식자층은 매일 페론과 페론주의 때문에 나라를 망쳤다고 성토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개방과 민영화만이 대안이라 설파했다. 하지만 메넴의 10년 집권기가 지나고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몰락의 비운을 맛보았다.

2000년 멕시코를 71년간 집권해 온 제도혁명당이 권좌에서 물러났다. 많은 사람들은 이 변화로 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좌우해 온 코포라티즘 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아울러 뿌리깊은 정경유착과 부패가 사라지리라 믿었다. 비센테 폭스의 한 비서관은 이를 "멕시코판 제3의 길"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재 이 주장은 거의 공염불로 드러났다.

룰라는 끊임없이 그의 정체성을 밝히길 원하며 당신은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니면 사민주의자냐고 묻는 이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금속노동자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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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GPE 총서 3
지주형 지음 / 책세상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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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IMF 구제금융
2008년 서브프라임 대공황
2012년 유로존 금융위기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마주하다 보면 헤겔식의 인간의 의지와 무관한 시대정신(Zeitgeist)이 실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 번은 희극으로.
누구에게는 서러움이지만 누구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시간들.
그렇다고 과거가 선이고 현재가 악이라는 이분법에 빠지지는 말기를.
하우스 주인이 교활하다 하여 도박꾼의 경솔함을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니,
다만,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받치는 재료로서의 사람이 되어감을 경계할 따름이다.

관치에서 자율로, 산업화에서 금융화로 이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시장과 국가권력이 어떻게 사적 이익의 도구로 전용되는가를 치밀하게 추적하여 재구성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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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가능의 시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 기획, 엮음 / 교육공동체벗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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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가능을 초래하는 문제 항목은 과거와 비슷하나 현재가 유별난 이유는 강도와 빈도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생명을 내던지는 일이 잦아졌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다만 공감할 수 있는 저자들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교사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반성의 무게 중에서 학생들의 몫은 무엇인가라는 논의가 생략되어 있다.

오히려 이런 태도가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제도에 노출된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동등한 발언자로서의 위치를 소거하여 대안 수립을 더디게 하는건 아닐지 자문해본다.

IMF가 불러들인 신자유주의의 땡볕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좀 더 따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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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현대 사회 - 인간과 철학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 이학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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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대개 변증법의 여과기를 통과한다.

본 저서 또한 개인주의의 나르시즘 경향과 문화 비관론 사이에서 자기 진실성 확대라는 통합적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을 극복하고자 나서는 중도는 종종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기반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곤 한다.

정면을 바라보며 나는 새는 자기 몸을 창공에 띄우는 힘이 좌우의 날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애초에 치우침이 없으면 균형 또한 존재할 수가 없으니 질서의 장막 아래는 언제나 혼돈이 잠들어 있다.

중용이란 그처럼 한순간도 소홀하지 않는 '부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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