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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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출간된 하드 SF 소설.

우주적 스케일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인류의 기원과 연결짓는 추리 기법은 가히 손색이 없다.

문체가 주는 향기는 없으나 구조와 서사의 힘은 단단한 수작.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씌여진 2부, 3부가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 에러.

출간일자가 너무 옛날이라 낡은 것 아니냐 하실 분들을 위해,

1977년은 스타워즈가 개봉한 첫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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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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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학과 철학 혹은 예술의 혼융이 빚어내는 이 풍부하고 거대한 사유체계는, 그러나 대기 중을 떠돌며 무작위적으로 대면하는 습기를 머금기에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계속 확장되어 간다는 점에서 고독하다.

이 확장은 내밀한 내부로의 해부와 광대한 외부로의 질주를 동시에 포함하는데, 다만 그 진행 과정에 질서란 없기에 꽤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특정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자가분열한다.

누구나 시인이 되기는 쉽고, 누구나 자신의 뇌리에서 폭발하는 관념을 추상화하기는 쉽지만, 타자의 입술을 빌려 무정형으로 침입하는 깨달음은 대부분 허공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해체의 여정에서 수시로 출몰하는 낭떠러지는 눈을 감으면 신기루이지만, 눈을 뜬 순간 존재를 압도하는 벽으로 다가온다. 되돌아가 더욱 가열차게 교배하고 창궐하라는 명령의 벽.

근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적지이기에 이들은 post-modernity 하기보다는 pre-modernity하다. 여기, 이제 막 개인이 탄생하고 있지 않은가.

아포리즘이 지나온, 지나가는, 지나갈 역사를 관통할 때에야 비로소 굳건한 대지가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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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철학 2013-03-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투잡 ㅋㅋ 나도 오투잡하는데
 
눈의 탄생 -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끼를 풀다 오파비니아 2
앤드루 파커 지음, 오숙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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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진화를 촉진하는 환경압력 중에 으뜸은 무엇일까?

짝짓기고 하고 종의 계승도 신경써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생명이다.

박테리아를 넘어 단백질로 구성된 동물문의 증가는 곧 먹느냐, 먹히느냐의 사활을 건 생존경쟁을 불러왔고 서로의 공격무기(강인한 턱이나 먹이를 낚아챌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방어체계(단단한 외골격과 가시)의 개량을 가속화시켰다.

저자는 이 포식자와 먹이간의 물고물리는 싸움의 시작엔 바로 '눈의 폭발'이 자리한다고 강조한다.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접어들면서 눈을 뜨게 된 최초의 포식자는 후각, 촉각, 청각을 활용한 회피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관을 장착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눈의 탄생은 단순히 빛을 받아 상을 구성하는 감광세포의 진화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해독하고 배열하여 눈으로 다시 내려보내는 두뇌기관의 발달을 전제하고 있으니,

흡족히 먹으려면 또렷히 봐야 하고 또렷히 보려면 제대로 머리를 굴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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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어두운 저편 창비시선 308
남진우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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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땅바닥으로 추락한 새
삭아서 앙상한 뼈와 깃털 몇개로 남았다
사람들이 무심코 밟고 지나가다
침을 뱉는다
담배꽁초를 던진다
보도블록 틈새
흐린 얼룩으로 들러붙어 있는 새 한 마리
그래도 바람이 불면
땅바닥을 벗어나 솟구쳐오르겠다고
먼 하늘 향해
하나 남은 가느다란
깃털을 흔든다
------------------------
모퉁이를 돈

누군가는,
얼굴을 보이지 않고,
저벅이는 발자국으로 지나간다

가만히 숨죽이고 담장에 귀대어보는 나

그건,
어쩌면,
인간의 몸을 한 사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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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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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이 재생산되는 사회적 체계를 점검해 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대신에 가난이 개인의 능력이라는 공정한(!) 기준에 따른다는 주장을 내면화한다. 그들은 삶을 보상받을 다른 가치를 원한다.

1. 경제, 다가설 수 없는 연인
경제는 심장박동처럼 멈출 수 없는 삶의 문제이지만 반복된 일상이기에 그 작동방식에 둔감해지기도 한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개인의 차원에서 장바구니 물가만 유독 오르는 이유를 해명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그러므로 그 지난한 과정을 두고 탐정놀이를 하기보다는 백마를 타고 오는 선지자처럼 단칼에 이 고난의 사슬을 끊어낼 영웅을 고대하게 된다.

2. 문화가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모든게 엉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개혁한답시고 커피를 홀짝이며 대도시의 멋들어진 사무실에 앉아 현학적인 말을 늘어놓는 저 잘난 '자유주의자'들 탓이다. 그들은 유대인이나 프리메이슨처럼 암울한 현실을 조장하는 장막뒤의 검은 손이다. 그들이 자생하는 이 타락한 문화를 먼저 구원해야만 바른 질서가 가능하다. 향락과 육욕의 화신이자 상징인 클린턴을 보라.

3. 이상향으로서의 과거 회귀
그렇게 8년을 선거로 응징했다. 대통령도, 의회도, 사회 각 부문의 소소한 자리들도 싸워서 쟁취했다. 그러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우리의 성전이 승리의 순간에도 무력한 것은 우리가 외면하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 망할 놈의 자유주의자들이 심어놓은 해악이 그만큼 뿌리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멋진 이상향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멈출 수 없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가 아니라 "문제는 문화야, 이 위선자야"
이렇게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은 계급을 배반하는 숭고한 사명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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